읽으면 편안해지는 그림책 《나무는 좋다》
가을이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들어오면서
이효석의 글이 떠올랐다.
낙엽을 태우니 갓 볶은 커피 냄새가 난다는데
나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볶은 커피 향을 맡어본 적이 없어서
이 문장이 너무 매력적이 었고 커피향이 너무도 궁금했다.
서울로 학교를 갔지만 그때는 커피 원두를 파는 곳은 거의 없었다.
원두를 본적도 없고 지금처럼 원두 에스프레소를 마셔보질 못했다.
그 궁금증은 1995년이 지나서야 풀 수 있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낙엽을 태우는 향기와 커피 볶는 향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동네 어귀만 들어서도 무엇인가를 태우는 향이 가득하다.
들녘에서는 가을 걷이를 하고 검불 태우고
집집마다 저녁 준비로 불을 지피면
지푸라기 타는 향
솔잎 타는향
왕겨 태우는 향
그 향이 다 다르다.
자욱하게 깔리는 굴뚝 연기
찬 바람이 온 대기에 가득하고
태우는 향과
국화향
그리고 들녘에서 풀베어서 나는 향
들깨, 참깨를 터는 소리
그렇게 가을이 되면
향과 소리가 가득했다.
지금은 자동차 소리와 텔레비젼에서 흘러 나오는 기계음과
사람의 소리로 가득하다.
이렇게 《나무는 좋다》는 나무와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나무와 함께 자라고
나무에서 놀고
나무의 열매를 따 먹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그리고 폭풍우와 바람을 막아주며 함께 견디는 나무
그런 나무가 그립고 나도 누군가의 그런 나무로 자리잡고 있으니
세월이란 것이 그냥 흐르는것은 아닌가 보다
《나무는 좋다》를 읽으며 이 가을에 생각나는 이효석의 ' 낙엽의 태우며'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같이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덧 날고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언만, 날마다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 제일 귀찮은 것이 벽의 담쟁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연돌(煙突)의 붉은 빛난 남기고 집 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지릅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는 것도 아니요, 처음부터 칙칙한 색으로 물들어 재치 없는 그 넓은 잎이 지름길 위에 떨어져 비라도 맞고 나면 지저분하게 흙 속에 묻히는 까닭에 아무래도 날아 떨어지는 쪽쪽 그 뒷시중을 해야 된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 일부
첫댓글 나무는 나두 좋다~
그래서 산이 좋다~^^
나무와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나무의 고마움을 다시금 느끼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