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에 등산만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 건강을 지켜가는 방법 중에 등산을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르신분들이나 젊은 분들이 휴일을 맞이하여 산행을 하기 위해 등산복을 갖추고 아파트를 나서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다. 사람들에게 있어 '산'은 친숙함을 넘어 '한 몸'이 아닌가 싶다.
저자 최원석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산 전문가'인 것 같다. 산과 관련한 인문학 저서를 꾸준히 내고 있다고 하니. 최원석 교수가 말하는 '산'은 우리의 몸이며 우리의 정신이다. '신토불이'가 중국에서 유래된 말이라면 '신산불이'는 우리 토종의 말이다. 우리나라만큼 산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일본은 '산'에 대해 범접할 수 없는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중국은 이웃처럼 가까이 할 수 없는 산과 사람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없는 산도 만들어 지명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을 '조산'이라고 부른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산임수'의 형태를 띈 지형을 명당자리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해 왔다. '배산'이다. 산이 뒤쪽에 든든히 받쳐주는 지형을 '배산'이라고 한다. 산이 뒤쪽에 있으면 방풍의 효과도 있고 산이 물기를 머금기때문에 홍수날 염려도 없고, 토양도 비옥하기 때문에 농사 짓는데 일품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배산'의 형태를 최고로 친 것 같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줄기로 뻗어나와 가지치듯 우리의 산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산의 아들(고산자) 김정호는 생각했으며 결국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 우리의 산들은 저마다 고유한 지명이 있으며 담긴 의미도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특징이 있다. 산신앙과 불교신앙이 혼합된 이름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후지산이, 중국은 태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산 전체가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성 같은 경우는 이미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들이 있다. 남한산성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서울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한성'을 지정목록으로 확정지어 놓았다고 한다.
지리산은 어미산이며 한라산은 할미산으로 부르는 사연도 재미있다. 지리산 산자락은 많은 사람들이 농사 지을 수 있는 비옥한 토질로 되어 있어 어미가 자식을 품듯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의지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반면 화산 활동으로 생긴 한라산은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 농사에 필요한 강수를 저장할 수 없어 인구밀도가 낮다고 한다.
태백산과 강화도의 마니산은 신성한 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군 신화와 관련된 지명들이 남아 있고 고문헌에도 이와 관련된 기록들이 남아 있어 뚜렷한 사찰이 없어도 신령스러운 산으로 고정되어 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고 등산을 한다면 그 의미가 더욱 새로울 것 같다. 인간과 산은 하나이며 산을 통해 인간이 도움을 받고 인간을 통해 산이 가까워지는 공생적 관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