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책 읽는 시간에는 방해금지모드를 설정한다. 책 읽는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날의 해야 할 일, 집안일 등 이런 저런 일정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집중해서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읽은 부분을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책 읽는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하면 집중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가득할 때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었다. 어떤 해결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
저자는 우리가 집중력을 잃는 것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우리의 주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다. 그중에는 거대 테크 기업들의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하트’, ‘좋아요’, 알림 기능,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스마트폰에 얽매이게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스키너의 동물 강화 훈련에 나오는 비둘기처럼)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실제 스키너의 핵심 기술을 수십 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p.82)”
“미국의 13세 이상 17세 이하 어린이들이 깨어 있는 동안 문자 메시지를 평균 6분에 한 개씩 보낸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구글(을 비롯한 다른 기업)이 의도치 않게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p.177)”
“사람들은 끊임없이 화면을 내리며 전자기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무한스크롤은 트위터 같은 웹사이트에서 시간을 50퍼센트 더 많이 보내게 만든다.(p.185)”
“사람들이 핸드폰을 더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들이 보는 광고도 많아지고, 그만큼 구글이 버는 돈도 늘어난다.(p.174)”
그런데 거대 테크 기업의 기술이 사람들을 단순히 붙잡아 두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사람들을 화면에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이슈를 내보내야 한다. 사람들은 그런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영상 제목에 어떤 단어를 넣어야 할까? 그 단어들은 ‘증오, 말살, 혹평, 파괴’다.(p.204)”
“우리를 화면 앞에 붙잡아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알고리즘은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수록 참여도도 높아진다.(p.204)”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여섯 배 더 빠르게 이동하며,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의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 주류 신문 19곳의 주요 뉴스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우리는 늘 사실이 아닌 헛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떠밀리고 있다.(p.210)”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알고 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알고 있다. 세계 모든 인구가 스마트폰에 붙들려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고 집중력을 잃었으며 점점 현명한 판단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하지만 그들은 지금의 현실을 바꿀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저커버그는 다시는 이런 문제를 가져오지 말라고 말하며... 공익의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재정비하려는 노력에 점점 관심을 잃고 있음을 시사했다.”-월스트리트 저널.(p.258)
“페이스북의 성장 담당 부사장이었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한 연설에서 페이스북이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기 자녀에게는 “그 쓰레기를 사용하지 못하게”한다고 말했다.(p.189)”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함께 거대 테크 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이 자사 알고리즘이 의도치 않게 파시즘을 촉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집중력 보호에도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기업들은 절대 알아서 자제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 놔둘 때의 위험이 과잉 반응을 할 때의 위험보다 훨씬 크다. 이들을 멈춰 세워야 한다. 우리 손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p.258)”
나는 나와 아이들의 집중력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세대, 조부모 세대까지 모든 사람들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낱 개인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저자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대 테크 기업들의 기만적인 행위를 알고 그들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인식만으론 부족하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소셜미디어에 붙잡혀 있지 않도록 알림을 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 놓으며 무한정 끌려다니지 않도록 개인적인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인터넷 세상이 젊은 세대에게는 하루의 고단함을 잊고 재미와 휴식을 줄 수 있는 안식처로, 실버 세대에게는 하루하루의 지루함을 잊고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인터넷 세상에 빼앗긴 후, 허망함은 없을까? 나를 돌볼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나까지 잃게 되지 않을까? 그런 개인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점점 더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나의 인생을 갉아먹는 세계에서 나와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해결방법을 찾으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