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화를 찾아라!>
[1]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필자가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쯤만 하더라도 설교자들에게 서자 취급을 받는 것이 하나 있었다. 뭘까? 예화이다. 특히 보수교단에서는 설교 속에 세상 예화가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의 강단에서 예화는 그 무게와 가치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리 평가받고 있음을 본다. 더 이상 예화는 강단에서 서자가 아니라 황태자로 떠받들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바람직한 현상일까 아니면 경계해야 할 일일까?
[2] 예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가 있다. 성령으로 영감 된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함에 있어서 세상의 예화를 활용함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성경 본문은 잊어버리고 감동적인 예화만 기억되어 주객이 전도가 될 위험성이 많다는 논리도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이다. 하지만 설교의 황태자 스펄전의 얘기를 들어보라. “창문이 없는 건물은 집이라기보다는 감옥이다. 아주 어두워서 아무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3] 마찬가지로 비유 없는 강화(discourse)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리고 심한 육체의 피곤을 가져온다.” 그렇다. 집에 적어도 창문이 두세 개는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설교에도 몇 개의 유용한 예화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두 부류로 나누어짐을 볼 수 있다.
설교에 예화가 필요함을 인정하긴 하지만, 반드시 성경 속에 나오는 예화라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4] 성령의 감동으로 완성된 계시의 말씀 속에 있는 예화니까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수님만큼 예화를 많이 사용하신 분도 없을 것이다. 그분은 예화 활용의 대가셨다.
예수님이 사용하신 성경 속에 나오는 예화를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비롯한 성경의 여러 저자들이 활용한 예화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한 번 살펴보자. 더도 말고 예수님이 사용하신 예화만 살펴보자.
[5] ‘씨 뿌리는 비유’, ‘공중에 나는 새’, ‘들의 백합화’, ‘논두렁의 뱀’ 등등이 아니던가.
이들이 어떤 것들인가? 하나님이 진리를 전할 때 활용하라고 천상에서 내려주신 거룩하고 신비롭고 오묘한 것들인가? 아니다. 이들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익히 알고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세상의 것들이다. ‘세상의 것들’을 가지고 거룩한 말씀 전달의 도구로 사용함이 가당키나 하냐는 질문도 있다.
[6] 그런데 그 ‘세상 것들’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게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모두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분의 피조물들’이 아닌가? 이 땅에 존재하는 피조 세계의 모든 것들은 진리를 증거함에 적절하게 잘 활용하라고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수단들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성경 속 예화도 사용 가능하겠지만, 그것들은 청중들이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므로 신선함과 감동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7] 따라서 이 시대 사람들이 아주 가까이서 익히 알고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현실 속의 예화야 말로 그들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하고도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호주 출신의 신학자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가 쓴 『일상: 하나님의 신비』(Eyes Wide Open: Seeing God in the Ordinary)의 서문에 나오는 다음 얘기가 오늘의 설교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설득력이 있다.
[8] “나는 초자연적 차원과 그 권능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차원만 추구하다 보면 잃는 것이 너무 많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눈은 더 이상 놀란 듯 활짝 열려 있지 않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는 없는가? 부서지는 파도 속에서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갓 태어난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장미 한 송이 혹은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인물, 아름다운 노래, 계절의 변화 가운데서는?
[9] 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또한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대화에서 그분을 맛보지 않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 도처에서 확장되고 있다. 우리의 눈을 열어 굉장한 사건을 주목하는 만큼 이른바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기로 하자. 이제 당신은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다.
[10] 하나님이 만드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나무와 꽃들과 들풀과 단풍들은 물론, 영적인 것들의 그림자로 사용될 시나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나 베스트셀러나, 뉴스나 인터넷상에 소개되는 모든 자료들은 활용하는 이의 목적과 방향에 따라 위대한 설교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오늘도 보물찾기 하는 아이의 심정으로 그분이 우리 위해 숨겨두신 소중한 보화들을 많이많이 찾아내어 나와 타인을 위한 자양분(nutrient)으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