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국궁에서 과녁을 조준하는 꼿꼿한 전의처럼 전쟁의 승리는 최첨단 무기보다 의지에 달려 있어 ● 각종 지형에서 대처법 손자병법 제8편 九變(구변)은 갖가지 모든 수단인 九와 상황조치인 變을 말한다. 전투시 피해야 할 9가지와 변칙을 써야 유리한 5가지(五利), 피해야 할 위험한 성격 5가지(五危)를 말한다. 먼저 ‘將帥命於君(장수명어군)하여 合軍聚衆(합군취중)이니, ?地無舍(비지무사)요 衢地合交(구지합교)요 絶地無留(절지무류)요 圍地則謀(위지칙모)요 死地則戰(사지즉전)이라’다. 이는 장군이 군주의 명령을 받고 군대를 조직하고 병사를 모은다. 그리고 붕괴위험이 있는 습지(?地)에는 군영을 설치하지 않으며, 사통팔달 지형에서 인접국가들과 우호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衢는 4거리로 사방이 트인 지형이다. 또한 물과 풀이 없는 황무지는 머물지 않으며, 포위 위험이 있는 지형(圍地)은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며, 생존 가능성이 적은 지형에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이러한 다양한 지형에서 흔들리지 않는 전의(戰意)는 양궁과 국궁에서 과녁을 조준할 때 필요하다. ● 양궁과 국궁 활은 선사시대부터 16세기 화약의 등장 때까지 칼과 함께 전장을 지배해 왔다. 소총에 밀려 잠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18세기 말 영국에서 스포츠로 다시 등장했다. 초기에는 고정 표적이나 움직이는 새를 쏘았다. 과녁은 지름 1.2m, 10개 동심원 고리로 나뉘어 있다. 과녁 한복판을 불스 아이(bull’s eye)라 하는데 핵심을 뜻하기도 한다. 개인전은 64명 선수가 예선 라운드를 시작해 8강에서 두 선수가 3발씩 4세트 12발을 쏜다. 단체전은 선수 3명이 각 세트당 두 번씩 24발을 쏜다. 매 라운드마다 피 말리는 접전이 계속된다. 화살을 당길 때마다 바람의 미세한 변화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관중의 응원과 함성 가운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양궁이 열렸던 로즈크리켓 경기장과 유사하게 목동야구장에서 실전연습을 한 적이 있다. 양궁의 최대사거리는 90m, 국궁은 이보다 더 긴 145m다. 국궁(國弓)은 전통 무술 중 하나로 궁술이라고도 한다. 우리 민족을 동이족(東夷族)이라고 하는 것도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활은 조선시대까지 7가지였는데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은 각궁(角弓)으로 산뽕나무와 소 힘줄 등 재료를 복합해 탄력성을 극대화했다. 활쏘기는 조선시대 군주가 갖춰야 할 六藝에서 유교 경전과 말타기 등과 함께 연마해야 할 필수요소였다. 지금은 일반인과 학생들의 심신수련 도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 화살과 과녁 한편 화살(矢)에 독이나 불을 이용해 치명적인 무기로 활용됐다. 그리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죽이고 그 독액에 화살을 담근 독화살(toxikon)을 사용했다. 한니발 수군은 적군 함대 갑판을 향해 독사가 가득 든 점토 항아리를 발사했다. 11세기 십자군전쟁 때 사용된 석궁은 치명적 파괴력을 지녔다. 세종 때(1448년) 신기전(神機箭)은 로켓추진화기로 오늘날 다연장 로켓포였다. 베트남전쟁 때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일명 베트콩)은 함정 바닥에 물소 배설물을 바른 날카로운 죽창을 꽂았는데, 그것에 들어 있는 파상풍균이 상처를 썩게 만들었다. 북베트남 과녁은 남베트남군도, 미군도 아니었다. 수천 km떨어져 있던 미국 심장부 워싱턴이었다. 1968년 1월 30일, 8만여 명의 베트콩이 구정공세(Tet Offensive)를 취했으나, 절반에 가까운 3만7000여 명을 잃었다. 분명 군사적 패배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이 1장의 사진과 TV 때문에 심리적으로 패배했다. 남베트남 경찰국장 로안이 베트콩 포로 1명을 권총으로 즉결처분하는 장면은 전 세계인에게 잔혹성을 부각시키는 상징이 됐다. 그리고 CBS 앵커 월터의 전쟁 수행 부당성을 주장하는 ‘안방전쟁(living room war)’은 반전 무드를 촉발시켰다. 또한 당시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시(현 호찌민 시)의 미국 대사관이 습격당하자 언론은 일제히 그동안 승리하고 있다는 미군이 패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존슨 대통령은 17도선 이북의 북폭 중단과 함께 북베트남 주도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됐다. 승리는 최첨단 무기보다도 의지에 달려 있다. 100만 대군도 날조된 사진 1장에 의해 무너진다. 우리의 북한군을 향한 과녁(bull’s eye)은 과연 무엇인가?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