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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주구장에서 만난 전 한화 외국인 투수 세드릭 바워스는 경기 전 흡연으로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던 선수였다. |
그러나 장담과는 달리 리마는 2패 평균자책 7.43으로 4월 21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퇴단위기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리마가 5월 9일부터 시작하는 우리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부진하다면 이번에는 미국행을 통보받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부터 도입된 외국인 선수제도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올시즌까지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는 총 255명(한국야구위원회 공식집계)이다. 그 가운데 리마처럼 시즌 도중 퇴출위기에 몰릴 만큼 형편없는 성적을 낸 선수도 있지만 타이론 우즈(주니치), 다니엘 리오스(야쿠르트)처럼 정규시즌 MVP에 오른 뒤 일본무대로 진출한 성공작도 있다.
그 가운데 재미난 외국인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마이크 파머다. 1999년 하와이 트라이아웃에서 3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두산에 입단한 파머는 마이너리그 8년 통산 42승47패 평균자책 5.25를 기록한 평범한 투수였다.
그럼에도 두산이 파머를 영입한 이유는 시속 145㎞대의 포심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가 돋보이는 왼손투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성격도 한몫했다. 186cm, 91kg의 거구였던 파머는 체구와는 다르게 몹시 상냥하고 친절한 사내였다.
2000시즌 파머는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이경필과 SK로 이적한 강병규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 10승9패 평균자책 4.54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해 3경기에 나와 2패 평균자책 9.00에 그치며 결국 5월 들어 두산으로부터 퇴단을 통보받았다.
5월 22일 파머는 동료 트로이 닐과 서울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다음날 오후 3시 항공편으로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파머는 차분한 마음으로 한국생활을 정리하려 했다. 이때 한국인 3명과 시비가 붙었다. 발단은 한 한국인 여성이 닐의 엉덩이에 손을 대자 닐의 부인이 격분해 맥주병을 던진 것. 이것이 계기가 돼 술집 밖에서 파머와 닐이 한국인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극도로 흥분한 파머가 당구채를 휘두르는 바람에 한국인이 다치고 말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된 파머와 닐은 용산경찰서로 신병이 이첩된 뒤 조사를 받았다. 두산 프런트가 급히 출동해 사건을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다음날 파머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구채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게 화근이었다.
결국 용산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파머는 외국인 선수에서 외국인 범죄자로 전락했다. 두산 관계자와 만난 파머는 그 큰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두산 프런트가 백방으로 뛰어 사건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지만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일단 피해자 측과 합의를 해야 했다. 당시 영어에 능통한 모 야구인이 조율에 나섰다. 그는 파머와 닐에게 얼굴을 찡그리지 말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도록 주문했다. 그리고 피해자 측이 최초로 제시한 1억 원의 합의금을 5천만 원으로 깎는 수완을 발휘했다. 여기다 "말이 외국인 선수지 한국선수들에 비해 연봉이 턱없이 적다"는 말도 안 되는 호소와 "이것도 인연이라고 나중에 야구장에 오면 반드시 연락해 달라"는 읍소로 이윽고 합의금을 1천만 원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때였다. 닐의 에이전트가 경찰서로 찾아왔다. 에이전트는 "합의금으로 피해자 측이 1만 달러(약 1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말을 10만 달러로 알아듣고는 서툰 한국어로 불같이 화를 냈다. "뭐, 1억 원? 합의 취소야. 취소." 피해자 측도 이 말을 잘못 해석해 합의금을 1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다시 올렸다. 말귀를 못 알아듣긴 파머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 맙소사"를 연발하던 파머는 일언지하에 제시액을 거부하며 "내가 버는 게 얼마인데 그 돈을 내느냐. 차라리 감옥으로 가겠다"고 버텼다. 결국 합의는 실패로 돌아갔고 유일하게 말귀를 알아들은 닐만이 합의금 1천만 원에 합의하며 풀려났다.
이날부터 두산 프런트는 매일 파머를 방문해 하소연을 들어주고 사식을 넣어줬다. 파머도 빠르게 적응했다. 해장국을 어찌나 잘 먹고 편하게 생활하는지 담당 경찰이 "휴양하러 왔느냐"고 놀릴 정도였다. 사건 이후 17일간 콩밥을 먹던 파머는 결국 6월 8일 벌금 250만 원과 합의금 1천만 원을 공탁한 뒤 사울구치소에서 풀려나 다음날 미국으로 돌아갔다. 말귀만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진작 풀려났을 일이었다. 파머가 떠나는 날. 공항까지 환송을 나간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파머의 표정은 매우 해맑았다고 한다.
그의 선물 가방에는 하얀색 고무신이 몇 켤레나 들어있었다. "이렇게 편한 신발은 난생 처음"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파머에게 다음해 두산 프런트가 연락을 했다. 근황을 묻자 파머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이윽고 두산 관계자가 지나가는 말로 "다시 한국에서 야구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파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가 한국이나 아시아에 다시 야구하러 가면 하다가”이후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부었다.
최근 일본 지인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이리키 사토시를 기억하느냐는 내용이었다. 2003년 한국프로야구 역대 2번째 일본인 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이리키 사토시를 모를 리 없다. 흔히 이리키를 한국에서 뛴 최초의 일본인 선수로 알지만 사실이 아니다. 1988년 빙그레에 입단한 미야기 히로아키 그러니까 김홍명으로 불렸던 선수가 첫 번째 일본인 선수였다. 2003년 일본야구주간지 <슈칸베이스볼>에서 미야기의 한국인 행세를 밝힌 뒤 <TBS>에서 미야기의 인생역정을 방영한 바 있다. 미야기는 재일동포 확인절차가 미숙했던 KBO와 구단의 약점을 노렸던 것이다.
이리키는 동생인 이리키 유사쿠와 함께 199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사상 최초의 현역 형제 야구선수로 유명했다. 요미우리에서 방출된 2001년에는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이적해 "타도 요미우리"를 외치며 그해 처음으로 10승을 거둬 팀을 센트럴리그와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다혈질한 성격으로 각종 난투극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2002시즌을 끝으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2003년 이리키는 두산에서 7승11패 평균자책 3.74를 기록했다. 성적은 무릎을 칠 만큼 대단하지 않았지만 뛰어난 제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이리키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본 지인에 따르면 현재 이리키는 고향인 미야자키현에서 처남이 운영하는 도시락점에 근무하고 있다. 과거 야구선수 시 보직이 선발투수였다면 도시락점에서는 튀김과 어묵을 담당하고 있다고. 장사가 잘돼 지난달 2호점을 냈다고 한다.
2006년 SK에 입단했던 시오타니 가즈히코도 기억에 남는 선수다. 그해 SK 감독이었던 조범현 현 KIA 감독은 "시오타니가 무척 성실하고 좋은 선수"라며 칭찬했었다. 그러나 4월 일본 <슈칸베이스볼>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로부터 들은 말은 조감독의 호평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폭한 성격과 게으름으로 유명한 선수"라는 것이 일본기자들의 한결같은 평이었다. 실제로 한신 타이거즈 시절 시오타니는 주임코치를 폭행하는 등 안하무인의 성격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한 기자는 "시오타니가 분명히 사고를 치긴 칠 것"이라고 예언하며 "한국구단이 이리키와 시오타니 등 주로 다혈질 선수를 데려가 잘 순화시키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게 마련이다. 시오타니가 사고를 친 게 아니라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해 5월 10일 KIA전에서 장문석의 공에 맞아 손목부상을 당한 것이다. 잘 나가던 시오타니는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오타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SK 퇴단이후 지난해 히로시마 카프 신 고선수로 입단을 추진한 뒤 얼마 있다 야구인생을 정리했다. 이후 시오타니는 TV 야구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간간히 얼굴을 들어내고 있다. 현재는 야구계를 떠나 건설업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파머처럼 예외도 있지만 대개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을 그리워한다.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왼손 투수 세드릭 바워스는 어떨까. 경기 전 담배를 피며 고달픈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랬던 세드릭. 지난해 광주구장에서 만난 세드릭은 “혹시 담배 있느냐”며 상냥하게 물은 뒤 건네준 담배를 피며 묘한 눈빛과 능숙한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 맛이야.”그들이 그립다.
야구에는 별 관심없는데 혼자 웹서핑하다가
기사가 재미있어서 퍼왔다 시간있으면 읽어봐라
첫댓글 보기 힘들다 ㅠ_ㅠ;;
눈아퍼 ㅅㅂ.. 이거 머니
누가 3 줄요약 좀 써줘
이거 열라 웃긴데 ㅋㅋ 웃긴 자료실로 옮겨라 ㅋㅋ
이렇게 편한 신발은 처음이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