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강론
레오 대종
사순시기 제1 강론(441년 2월 9일)
옛적에 히브리 백성과 이스라엘의 모든 부족은 그들이 저지른 죄악들 때문에 블레셋인들의 가혹한 지배를 받고 있었을 때, 영혼과 육신의 힘을 회복하게 하는 단식을 함으로써 적군들을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들은 가혹하고 비참한 종살이가 하느님의 계명을 소홀히 하고 타락한 생활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먼저 악습들을 쳐이기지 않고서는 무기를 들고 싸운들 헛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음식과 음료를 절제하면서 자신들에게 참회의 엄한 벌을 가했습니다. 그들은 적들을 쳐이기기 위해 먼저 목의 유혹**을 그들 안에서 쳐이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포악한 적군이며 가혹한 지배자들은 배부른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지배하고 있는 굶주린 히브리인들 앞에서 도망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1,1]
㈜ : *이스라엘 백성이 사무엘의 지도하에 미스바에서 단식한 사실을 말한다.(1사무 7,6)
㈜ : **"목의 유혹”은 식욕의 유혹을 말한다,
우리의 모든 원수들을* 쳐이길 수 있기 위해서 우리 역시 천상의 계명들을 지키면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고, 또 우리 자신을 이기는 길 외에는 우리 원수들을 이길 방도가 달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읍시다. 사실 우리 자신 안에 수많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육신이 영을 거슬러 다른 것을 원하는가 하면 영이 육신을 거슬러 다른 것을 원하기(갈라 5,17) 때문입니다. 이 싸움에서 만일 육체의 원욕이 더 강해지면 부끄럽게도 영혼은 자기 품위를 잃게 되고. 게다가 영혼은 마땅히 다스려야 할 육신에게 복종하게 되는 더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1,2]
㈜ : *“모든 원수들”은 영적 · 육적 원수들, 즉 가시적 · 비가시적 원수들 모두를 뜻한다.
육체가 자기 판관인 영혼에게 복종하고, 영혼이 자기 주인인 하느님의 다스림을 따를 때 인간에게 참 평화와 참 자유가 있게 됩니다. [1,2]
원수들은 우리가 수계(守誠) 생활을 잘하여 지난날의 게으름을 고치고 소홀히한 모든 것을 씻어내는 거룩한 사순시기가 다가온 것을 알고서 전력을 다해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 그 의도는 이러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부활 축일을 경축하려는 이들을 어떻게든 불결하게 만들고, 그들이 죄사함을 받는 대신 죄를 짓도록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1.2]
☕ 마귀는 인간이 죄를 짓도록 끊임없이 유혹한다.
주님을 더 열심히 섬겨야 하는 사순시기 첫날을* 맞이하였으니, 우리는 선행을 쌓기 위한 경쟁을 시작하고 영혼을 준비시켜 유혹에 대항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구원을 위해 애쓰는 그만큼 원수들도 우리를 더 맹렬히 공격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1,3]
㈜ : *"사순시기 첫날”은 재의 수요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순 제1주일을 말한다. 재의 수요일은 7세기에야 도입되었다.
그분의 능력에 신뢰할 때 우리도 그분을 통해 강한 사람들이 됩니다.(필립 4,13) 사실 주님이 유혹자로부터 친히 유혹받기를 허용하신 것은 우리가 그분의 도움으로 무장하고 그분의 모범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분이 성서에서 들은 바대로,* 그분은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대신 율법의 증언을 통해 적대자를 쳐이기셨습니다. 주님은 이로써 인간의 품위를 더 높이신 반면 적대자는 더 벌하셨으니, 인류의 원수는 하느님께가 아니라 인간에게 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분이 그때 마귀와 싸우신 것은 후에 우리도 싸우게 하기 위해서였으며, 그분이 이기신 것은 우리도 그분처럼 이기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3]
☕ 마귀는 사람의 아들인 예수님을 유혹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 : *마태 4,1-11에 나오는 유혹받으신 예수님에 관한 대목을 말한다.
사실 유혹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능력 있는 행업을 할 수 없으며, 시험 없이는 아무런 신앙도 자랄 수 없고, 원수가 없으면 아무 싸움도 있을 수 없고, 충돌이 없으면 어떠한 승리도 없기(2 디모 2,5 참조) 때문입니다. [1,3]
☕ 유혹은 영적 성장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함정과 싸움들 가운데서 현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에 패하지 않으려면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하며, 승리하려면 싸워야 합니다. 그래서 매우 지혜로운 분이셨던 솔로몬은 “아들아, 네가 주님을 섬기려면 유혹에 네 영혼을 대비하여라”(집회 2,1)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지혜로 충만하셨던 그분은 종교적 열성은 고통스런 싸움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싸움에서 오는 위험을 내다보시고 싸울 이들에게 미리 그렇게 충고하신 것입니다. 이는 유혹자가 몰래 접근하여 대비하고 있지않은 사람을 순식간에 굴복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1,3]
☕ 싸우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지금 누구를 대적해 싸우는지를 알고 싸움터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도께서 하시는 다음의 말씀을 들어봅시다. “우리의 싸움은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권세의 악신들,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 천공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하는 것입니다.”(에페 6,12) 이 원수들은 우리가 우리 구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엇이나 모두 자기에게 대항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선한 것을 원할 때 그 자체로 적대자들에게 도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이러한 대립은 오래 전부터 악마의 시기심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그들이 추락했던 그 선(善)에로 우리가 하느님의 도우심을 받아 올라가서 의화(義化)하는 것을 못견디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어서면 그들은 쓰러지게 되고, 우리가 강해지면 그들은 약해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치유는 그들의 상처가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 상처가 치유될 때 그들은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1,4]
☕ 우리가 일어나면 악마는 쓰러지고, 우리가 강해지면 그들은 약해진다.
사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마음에 진리의 띠를 띠고, 평화의 복음을 전할 준비로 발에 신을 신으시오. 모든 일에 믿음의 방패를 잡고 그것으로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막아 끌 수 있도록 하시오. 구원의 투구와 영의 칼을 받으시오. 영의 칼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에페 6,14-17) 친애하는 여러분, 빛나는 승리를 수없이 거두신 우리 으뜸이시며 그리스도인들의 군대를 이끄시는 무적의 스승께서 얼마나 강력한 창과 뚫리지 않는 방패로 우리를 무장시켜 주셨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분은 우리 허리에 정결의 띠를* 띠어 주셨고 발에는 평화의 끈으로 만든 신발을 신겨 주셨습니다. 그런 띠를 띠지 않은 군인은 불결의 선동자에게 곧 패하게 되고, 그런 신을 신지 않은 군인은 뱀에게” 쉽게 물리게 됩니다. 그분은 우리 몸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믿음의 방패를 주셨으며, 머리에는 구원의 투구를 씌워 주셨고, 오른손에는 진리의 말씀인 칼을 쥐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영적 투사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무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군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1,4]
☕ 말씀은 악마들과 싸우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칼이다.
㈜ : "정결의 띠”는 교부 문헌에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여기서 레오 대종은 앞에서 인용한 에페 6,14-17 대목을 전쟁터의 상황과 연관시켜 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최고 사령관인 주님께서 수하 군인들인 신도들을 영적으로 무장시켜 주신다는 것이다.
단식의 경기장에서 음식만 절제하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육체에 음식을 줄이면 영혼은 강해집니다. 사람이 외적으로 약간 고통을 당하겠지만 내적으로는 영양을 섭취하게 됩니다. 육체에게는 육적 풍만이 줄어들지만 정신은 영적 즐거움으로 강인해질 것입니다. [1,5]
모든 그리스도인의 영혼은 서로 사방을 둘러보고 자기 마음의 내면을 엄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거기에 어떠한 불화도 끼여들지 못하게 하고, 어떠한 원욕도 자리잡지 못하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1,5]
정결은 무절제를 멀리 쫓아내고 진리의 빛은 거짓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교만은 가라앉히고, 분노는 삭이고, 해로운 것들의 화살을 무디게 하며, 악담하는 혀에는 자갈을 물립시다. 복수하기를 그만두고 받은 모욕은 잊어버림으로써 삭입시다. 끝으로, “하늘의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초목은 모두 뽑힐 것입니다”(마태 '5,13) [1,5]
용서합시다, 그러면 우리도 용서받을 것입니다.(루가 6,37 참조) 우리가 주의 기도문에서 청하는 바대로 우리도 용서해 줍시다. 우리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서 남들에게 복수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귀머거리처럼 못들은 체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됩니다. 심판의 날에 자비를 얻기에 합당한 이들이 되기 위해서 궁핍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친절로 자비를 베풉시다. [1,6]
☕ 용서와 자비는 세상의 악을 물리치는 치료약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육체에 음식을 줄이면 영혼은 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