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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컴퓨터가 개발된 이래 가장 빠르고 확실한 출력장치인 모니터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덩치가 컸던 브라운관은 이제 유물이 됐고, 디스플레이는 점점 선명해지고, 얇아지고, 커지고(그리고 휘어지고) 있다. 과거엔 픽셀 하나하나가 나안으로도 보였지만, 지금은 화면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해상도도 좋아졌다. 심지어 5인치 가량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해상도가 2K를 넘어 4K를 구현하기도 한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Z5 프리미엄’이 3840x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스마트폰이다.
이처럼 디스플레이가 다방면으로 훌륭해지고 있는 가운데, 화면을 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화면의 테두리에 해당하는 ‘베젤’(bezel)이 그것이다. 디스플레이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도 중요하지만, 화면을 2개 이상 연결해 사용할 때는 베젤의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좋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기 위해선 베젤이 한없이 0에 수렴하도록 얇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베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제로 베젤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둘러보자.
■ 모니터 베젤이란?
지금 이 기사를 보고 있는 화면을 조금 멀리서 다시 한 번 바라보자. 화면이 출력되는 부분이 있고, 그 주변으로 미세하게 화면과 하우징 사이의 공간(이너 베젤, black matrix)이 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를 잡아주는 프레임(아웃 베젤)이 있다. 베젤은 여기서 화면이 출력되는 부분을 제외한 주변부를 말한다. 화면의 주변부에 표시가 안 되는 얇은 부분이 따로 있는데, 실제로는 이 부분도 이론적으로 화면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적인 조건과 함께 모니터 주변에 빛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의로 검게 처리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잡아 주는 프레임도 그 두께를 베젤에 포함해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CRT 모니터 시절에는 베젤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볼록한 브라운관의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였고, 지금처럼 모니터의 주변부도 얇게 만들어 모니터의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당시로선 먼 미래의 일이었다. CRT에서 LCD로, LED로 바뀌면서 패널의 두께가 급격히 얇아졌고, 그 크기도 점점 24인치로, 32인치로, 40인치로 커지면서 점점 화면 자체와 함께 그 주변부에도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는 모니터 뿐 아니라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액정화면을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아웃 베젤은 보통 디스플레이의 주변부를 마무리해 주는 마감재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점점 전자제품에도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화면을 포함한 제품의 전체적인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공간’을 베젤 부분에서 찾게 됐다. 그렇게 디스플레이의 주변부는 점점 얇아져 갔고, 지금은 화면 2개를 붙여 사용해도 크게 위화감이 없는 ‘슬림 베젤’, ‘제로 베젤’ 제품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 제로 베젤? 베젤리스?
과거 베젤은 단순히 디스플레이의 하우징, 혹은 제품에 적용된 기술의 아이콘 스티커를 붙이는 공간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PC 모니터나 태블릿PC를 구성하는 부품 중 일부가 베젤 부분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애플의 아이패드는 얇은 두께에 비해 베젤이 상당히 넓은 것을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러나 베젤이 얇아지는 추세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 방향도 조금씩 바뀌었다.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어떻게 배치하는지에 따라 베젤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됐다. 과거에는 제품 전체에 고르게 부품을 배치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측면부에 부품을 집중 배치해 다른 부분의 두께를 줄이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TV의 경우 메인보드를 비롯해 각종 부품을 아예 별도의 본체에 구성하고, 화면과 케이블 연결을 통해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샤오미의 미 TV가 디스플레이와 사운드바 겸 본체로 나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샤오미 MI TV3
단지 부품의 배치만 달리 하는 것만으로는 제로 베젤 기술을 구현할 수 없다.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일수록 전극도 더 많이 필요하고 화면 구현을 위한 회로의 구조도 더 복잡해 이너 베젤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턱대로 베젤을 얇게만 만들려 하면 패널 내부에서 회로 간의 간섭이 생겨 화면 구현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PC 모니터의 경우 이너 베젤이 4mm 정도면 얇은 편인데, 이보다 더 얇게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전자제품이나 그렇듯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2~3mm의 총 베젤 두께를 PC 모니터에도 적용한다면, 아마 27인치 제로 베젤 모니터의 가격은 1백만 원을 우습게 넘길 듯하다.
베젤의 두께는 멀티 모니터, 멀티비전 등 2대 이상의 모니터를 붙여 사용할 때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다중 모니터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베젤이 얇으면 얇을수록 경계가 좁아져 사용 환경이 좋아진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휴대용 기기는 주변 환경과의 위화감이 줄어들고 화면이 더욱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 베젤이 없을 순 없다, 슬림 베젤 디스플레이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제로 베젤 디스플레이의 베젤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베젤이 없으면 디스플레이에 프레임이 없어야 가능하다. 심지어 애초에 하우징이 없는 오픈 프레임 제품도 후면의 구조물을 보면 진정한 제로 베젤이라 할 순 없다. 때문에 제품을 볼 때 베젤이 얇다고 홍보하는 제품의 경우 ‘베젤이 무척 얇은’ 정도로 판단하면 되겠다. 다양한 제품군들 가운데 베젤이 얇은 것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은 제품을 소개한다.
■ 모니터
▶ DELL UltraSharp U2414H
16:9 비율의 24인치 FHD 모니터. 픽셀피치는 0.274mm다. 60Hz의 주사율에 응답속도 8(GTG)ms로 영상은 물론 게임을 즐기기에도 만족스런 성능이다. 디스플레이 하단은 OSD 기능들이 배치돼 있어 약간 두껍지만, 좌우 베젤의 두께가 6.05mm로 2대를 붙여 사용해도 이질감이 거의 없다. IPS 광시야각 패널을 사용해 상하좌우 최대 178도 각도에서 봐도 색과 밝기의 변화가 없다. DP 포트 2개와 miniDP 포트 1개, HDMI 포트 2개를 지원해 여러 대의 PC나 노트북을 연결해 사용하기도 좋다. 273,000원.
▶ BenQ EW2750ZL 아이케어 무결점
벤큐의 ‘EW2750ZL 아이케어’ 무결점 모니터는 A-MVA+ 패널을 사용해 화면의 암부 표현이 무척 선명하다. 특히 색재현율이 NTSC 72%로, 게임을 포함한 일반적인 사용에 적합하다. 그래픽이나 인쇄, 설계 등의 전문 작업에는 Adobe RGB 99%나 sRGB 100%가 적용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EW2750ZL은 벤큐 특유의 시력 보호 기술인 ‘플리커 프리’(깜박임 방지)와 ‘로우 블루라이트’(청색 파장 감소)가 적용돼 있다. 베젤의 두께는 화면 안쪽의 이너 베젤 5mm, 바깥쪽의 베젤 2.5mm로 모니터를 여러 대 연결해도 거부감이 적다. 262,000원.
▶ 알파스캔 AOC 2777 IPS MHL+DP 무결점
현재의 대세인 27인치 크기의 ‘AOC 2777’ 모니터는 2015년형 AH-IPS 패널을 사용해 어느 방향에서도 최대 178도의 시야각을 커버해 준다. 패널 투과율도 높고 색 영역도 커서 원본의 색감을 그대로 재현해 준다. MHL 기능 탑재로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볼 수 있고, 2개의 3W 스피커가 배치돼 있어 별도로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아도 게임이나 영화 감상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베젤은 화면 안쪽 4.1mm, 바깥쪽 2mm로 트리플 모니터 구성에도 위화감이 거의 없어 대형 모니터를 보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333,000원.
▶ 뷰소닉 VX2776 아이케어유 무결점
뷰소닉의 ‘VX2776’은 베젤과 더불어 모니터 자체의 두께도 6.6mm로 무척 얇은 제품이다. 보통 7mm 정도의 두께인 스마트폰보다 제품의 두께가 얇다. 두께만 얇은 것이 아니라 AH-IPS 패널을 채택해 넓은 시야각도 확보했다. 내부 베젤은 6mm로 다른 슬림 베젤 제품보다 약간 넓어 보이지만, 외부 베젤이 2mm로 얇아 다중 디스플레이 구성에 적합하다. 최대 8천만:1의 동적명암비를 지원해 화면의 선명도가 무척 높다. 시력을 보호해 주는 플리커 프리 기술과 블루라이트 필터가 적용돼 오래 사용해도 눈에 무리가 없다. 295,000원.
■ 스마트폰
▶ 샤프 아쿠오스 크리스탈 2
720x1080 해상도의 5.2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샤프의 ‘아쿠오스 크리스탈 2’는 언뜻 보면 화면 자체에 큰 특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물을 보면 일반적인 스마트폰 디자인과 달리 디스플레이가 상단 끝까지 올라와 있다. 전면 카메라를 하단에 배치하고 베젤을 최소화한 것이 아쿠오스 크리스탈 2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안드로이드 5.0.2 롤리팝이 기본 설치돼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 2GB RAM, 저장공간 16GB, 배터리 2040mAh로 성능은 보급형이지만, 특이한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해외에선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해외구매 645달러.
▶ 샤오미 mi mix
샤오미에서 지난 10월 공개한 ‘mi mix’는 아쿠오스 크리스탈 2보다 전면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다. 화면 크기 6.4인치로 패블릿이라 불릴 만한 크기에, 디스플레이를 상단에 가까이 붙이는 특이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상단 스피커의 경우 디스플레이 후면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고. 세라믹 재질의 프레임으로 베젤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손에 쥐었을 때 오히려 위화감이 들 정도다. 성능도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에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4,400mAh 배터리 등 상당하다. 4GB RAM, 스토리지 128GB 제품의 가격은 3,499위안, 한화 약 589,000원으로 샤오미답지 않게 약간 고가에 책정돼 있다.
▶ 삼성 갤럭시S7 엣지
지난 2월 출시로 올해 상반기 판매 1위를 달성한 삼성의 ‘갤럭시S7 엣지’는 전 세대부터 적용된 측면의 곡면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갤럭시S7 엣지의 이너 베젤은 0.78mm, 아웃 베젤과 합쳐도 2mm가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양쪽이 휘어진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원래의 두께보다 좀 더 얇아 보이기도 한다. 1,300만 대가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인 만큼 프로세서를 비롯해 5.5인치 디스플레이(1440x2560), 4GB RAM, 최대 200GB를 지원하는 microSDXC 슬롯 등 하드웨어 사양이 뛰어나다. 프로세서의 경우 내수용(삼성 엑시노스 8890)과 수출용(퀄컴 스냅드래곤 820)이 조금 다르다. 공기계 출고가 960,000원.
■ 노트북
▶ DELL XPS 13 시리즈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호시탐탐 1위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은 노트북이 가장 강력한 휴대용 컴퓨터다. 작게는 10인치부터 17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는 노트북, 그 중에서도 베젤이 얇은 DELL의 XPS 13 시리즈는 자사의 ‘InfinityEdge’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11인치 디스플레이 프레임에 13인치 화면을 배치해 3방향의 베젤 두께를 최소화했다. 제품의 두께도 최대 15mm 정도로 얇고 무게도 1.2kg에 불과해 휴대하기에도 좋다. 최대 3.5GHz 속도의 인텔 코어 i7-7500U 7세대 프로세서 장착, 윈도우 10 Home 64비트 기본 설치 모델 XPS 13 D125I9360502KR 버전, 1,649,000원.
▶ LG전자 PC그램 14 시리즈
가벼운 무게로 시리즈의 등장부터 화제를 모았던 LG전자의 그램 시리즈는, 14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도 무게 980g의 경량화에 성공했다. 항공 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신소재를 사용하고, 좌우 베젤의 두께를 7.2mm로 줄인 것이 경량화에 크게 기여한 점이다. 자사의 13인치 모델 ‘PC그램 13’과 무게가 같고, 제품의 두께도 13.4mm로 동급 노트북 대비 20% 이상 얇다. 화면의 성능도 IPS 패널을 사용해 시야각이 넓고 색 표현이 정확하다. 인텔 i7-6500U 프로세서, 8GB RAM, 256GB SSD 장착으로 성능도 강력한 편이다. 14ZD960-GX70K 모델, 1,250,000원.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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