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올림픽 아리바우길 가며 오른 노추산 기행
정선 구절리로 가는 길은 멀었다. 노추산을 가는 길이다. 평창 진부에서 오대천을 따라 나전을, 골지천을 거슬러 아우라지를,
다시 송천을 거슬러 아홉 큰 구비를 돌아서야만 닿을 수 있다. 월정사의 풍경소리를 머금은 오대천은 가리왕산 북쪽 기슭을
돌아 조양강(朝陽江)에 이르고, 황병산을 내린 송천은 강릉 왕산의 솔향을 머금고 아우라지 골지천으로 굽 돌아 내린다.아침
10시의 구절리역 광장은 철도관광의 메카답게 레일바이크를 즐기려는 관관객들로 붐볐다. 정선군과 강릉시 경계에 있는 명
산인 노추산(魯鄒山)은 신라 설총(薛聰)이 옛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의 맹자를 기려 지은 이름이라 전한다.
구절리 역 광장을 따라 구절 3리 구절교에서 노추산 제1 등산로를 따라 임도로 올랐다. 산골의 5월은 벌써 녹림으로 울울하
고, 때 맞춰 야생 매발톱꽃들이 길섶 따라 활짝 꽃길을 만들었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비교적 완만한 임도가 끝나기 바쁘
게 등로는 가팔라지고, 수 차례의 숨비소리 같은 가쁜 숨길을 토한 후에야 겨우 너덜지대에 오를 수 있었다. 주위 숲의 나무
들은 이곳 너덜에서 뿌리를 내릴 수도, 생육하기도 어렵지만 마가목들 만은 군데군데에서 모진 환경을 오히려 즐기는 듯 자
생하며 한창 새잎을 키워내고 있었다.그리고 다시 가파른 숲길을 올라 이성대를 찾았다. 공자와 맹자를 기려서 세운 산상 와
당이다. 율곡의 후학 되는 박남현( 星農 朴南顯) 선생이 이 지역 유림들의 협조를 얻어 축조했다 전한다. 2층 다락을 오르니
설총과 율곡 선생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 놀라웠다. 사실 이 두 분은 옛 당시 이 노추산을 찾아 학문에 정진했다는 속설이 전
한다.
그립던 노추산 산마루에 올랐다. 높이 1,322m의 천봉(天峰)에 우뚝 선 표지석이 명산의 호위무사처럼 사위를 주시하고 있었
다. 사달산과 아리랑산이 그 동. 서에서 보듬고 있었다. 동쪽 멀리에는 청옥산 백봉령 석병산을 잇는 백두대간이 북쪽 고루포
기산으로 내닫고, 서남쪽의 상원산(1,421.7m)은 송천(松川)과 오대천(五臺川) 사이에 높은 태맥을 두르고 평창으로 이어 닫
고, 남쪽은 역광에 산그리메를 그리는 천첩옥산들이 하늘을 받치고 멀어져 갔다. 가쁜 숨 가누며 사위를 아우르니 그립던 산
처음 오른 기쁨에 겨워 일순 심신의 피로가 가셔졌다.
모정탑(母情塔)을 찾았다. 노추산 북쪽 산록 큰 노추골에 있다. 산 넘어 이곳은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속한다. 한 어머니의
기구한 인생 역경을 가슴 시리며 바라보게 하는 곳이다. 지난 세기 말, 먼저 간 두 아들을 가슴에 품은 차순옥 여사님은 남은
부군마저 정신질환에 시달리자 이 산골짝에 찾아들어 움막을 짓고, 26년 동안 돌탑을 쌓으며 가정의 평화를 염원했다 전한
다. 산기슭에 세워진 3,000여 개의 돌탑들을 바라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그 기원(祈願)은 오늘날 노추산의 명소가 되고, 지
금은 귀중한 산림문화자산으로 남아서 세인을 부르고 있었다. 모정탑을 아래 큰 여울을 이룬 송천도 울먹이며 흘렀다.
촬영, 2024, 05, 19.
▼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구절리역 광장
▼노추산 등산길 안내/ 올림픽 아리바우길 3구간(구절리역-이성대-노추산-조고봉 갈림길-큰 노추골-주차장
▼ 구절리역 위치도
▼ 구절리역
▼ 구절리역 레일바이크 - 1
▼ 구절리역 레일바이크 - 2
▼ 구절교 앞 노추산 제1등산로 입구
▼ 구절 3리, 중동교
▼ 구절 3리, 노추산 임도 입구 - 1
▼ 구절 3리, 노추산 임도 입구 - 2
▼ 매발톱꽃
▼ 노추산 임도
▼ 고갯길 임도에서 본 노추산
▼ 노추산 임도 갈림길 끝 등산로
▼ 단풍취 군락
▼ 은대난초
▼ 샘터 쉼터
▼ 노추산 제1너덜 지대
▼ 제2 너덜지대
▼ 너덜에서 본 정선 상원산(1,421m) 능선
▼ 노추산 마루 구슬붕이
▼ 이성대 갈림길
▼ 이성대
▼ 이성대에서 본 구절리 역전
▼ 노추산 산정
▼ 노추산 인증
▼ 노추산 산정에서 동쪽으로 본 사달산과 멀리 청오산-백봉령-석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노추산 산마루 5월 철쭉꽃
▼ 노추산 북릉 500m, 사달산 갈림길
▼ 쿤노추골, 늘막골, 조고봉 갈림길
▼ 큰 노추골 계곡 - 1
▼ 폭포 전망대
▼ 큰 노추골 폭포
▼ 차순옥 여사가 26년 간 3,000여 돌탑을 쌓으며 지내시던 움막터 /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 움막 생활 때의 차순옥 여사
▼ 모정의 탑
▼ 큰 노추골 앞 송천
▼ 노추산 모정 탑길
▼ 율곡 선생 구도 장원비
▼ 노추산 탑길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모정탑길 주차장
▼ 올림픽 아리바우길 3코스 안내도 / 정선 구절리역-이성대-노추산- 강릉 조고봉 갈림길-큰 노추골-모정탑-배나 드리고
첫댓글
노추산 좋은곳 다녀오셨군요.
노추산은 가을 단풍이 참 좋은곳이지요..
가을 좋은 날,
기회를 만들어 함께
한 번 다시오르고 싶습니다.
마가목 열매들 붉게익어 기다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