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나를 따라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8-22 그때에 18 예수님께서는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19 그때에 한 율법 학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0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21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죽은 이들과 산 사람들
나는 자주 한 없는 공상에 빠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상의 세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는데도 그 달콤함에 빠져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갑자기 나타나셔서 나를 부르시고 아주 특별한 은총을 주셔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주고, 전쟁을 하려고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평화를 심어주십니다. 또 모든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서 돌아다니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서 한 20억쯤 당첨금을 받아서 성전 건립기금도 내고, 맘껏 써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상상은 시간을 잘 흐르게 합니다. 어찌 되었든 그 20억을 쓰느라고 아주 바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내 삶에 불만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욕구불만이 그렇게 엉뚱한 생각으로 빠져들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공상 속에서도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라.’ 하신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즉시 주님을 따라 나설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도저히 자신이 없기도 하답니다. 군중들이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주님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이제 쉬셔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시고, 병을 고쳐 주시며, 희망을 주시고 싶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호수의 건너편으로 건너가시려고 제자들에게 그 쪽으로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그 호수를 건너가시려는 주님을 군중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금 가시면 우리와는 영원히 결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픈 사람들을 끌고 먼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힘들고 귀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붙잡고 따라나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호수의 건너편은 내 삶과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전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환경과 처지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내가 동경하고 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신비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의 세상입니다. 호수 이편은 어쩌면 복잡하고 살기 힘든 이세상이라면, 호수 저편은 천국과 같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옥과 같은 곳이라면 호수 저편은 천국으로 보일 수도 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옥이나 연옥과 같은 곳이라면 호수 저편은 더 아름답고 좋은 천국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율법학자는 그런 이상향의 세계로 주님을 따라가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예수님과의 동행을 동경하고 ‘어디로 가시든지 따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일이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며,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것임을 당신의 처지를 말씀하시면서 자세히 설명하시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들의 모습입니다. 상상과 공상 속에서도 한 번도 죽음과 관련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그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죽음의 길’이라는 것을 아직 눈치 채지도 못하였을 때였으니 율법학자가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을 따르는 길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지금 그 길을 따라 살고 있고,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것(아버지의 장사 지내는 일이나, 가족과 친지들과 세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역시 나는 지금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이 사랑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고 따르는 길이라는 것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는 것을 죽은 이들에게 맡기라는 말씀은 너무 야박한 말씀처럼 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은 이들은 실제로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에 복음을 전하지 않고 주님의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분의 말씀이 야박한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매일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내가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죽은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주님의 길을 따른다고 감히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을 때 산 사람으로서의 몫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