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매 선거 때마다 개표조작 의혹과 비밀투표 침해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돼 온 QR코드가 인쇄된 사전투표용지’에 대해 별도의 보완대책 없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현행 공직선거법에 사전 투표용지에 바코드를 표시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바코드 대신 유권자의 개인정보 입력 여지가 많은 QR코드 사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중앙선관위 스스로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전투표제도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를 위해 별도의 신고없이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1.5%(474만241명), 2016년 국회의원 선거 12.2%(513만1721명), 2017년 대통령선거 26.1%(1107만2310명)로 유권자의 사전 투표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현행법에 따라 투표용지 하단 좌측에 선거관련 정보를 담은 바코드를 표시하고 있다. 바코드(Barcode)란 컴퓨터가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검은색과 흰색의 막대를 조합시켜 만든 코드다. QR코드(Quick Response code)는 점자 또는 모자이크식 사각형태의 코드로 바코드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1조 6항에는 사전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를 바코드 형태로 표시하도록 하고, 입력정보를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바코드로 인해 유권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바코드의 형태를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모양의 기호’라고 현행법에 규정하고 있다.
H그룹 정보통신분야 고위간부는 “QR코드를 보통 2차원 바코드라고 부르지만 1차원 바코드에 비해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며 “바코드에 입력되는 숫자는 20여개에 불과하지만 QR코드에는 30개가 넘은 숫자 입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그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관위명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는데, 굳이 QR코드를 써야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코드와 QR코드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고 설명하고 “‘부정선거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중앙선관위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 당일에 이뤄지는 일반투표의 경우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절취한 상태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반면, 사전 투표는 QR코드가 부착된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 후 투표함에 넣는다는 점에서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 등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바코드에 담는 정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며 “굳이 법에서 정한 막대모양의 바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방대한 정보 입력이 가능한 QR코드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QR코드를 판독해 본 결과 일련번호 뒷부분에 영문자와 숫자가 뒤섞여 있어 ‘일종의 암호가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것이 개인신상을 판별할 수 있는 코드가 심어져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정보공개를 통해 “QR코드 형태로 인쇄한 후 절취하지 않기 때문에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일련번호 뒷부분은) 변환과정을 통해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해 표기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변환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또 “2017년 대통령 선거당시 사용했던 QR코드는 총자리수 33개이며, 1~12 선거명, 13~19, 선거구명, 20~23 관할위원회명, 24~33 일련번호다”고 설명했다.[사진 참조]
허민영 중앙선관위 선거국 주무관은 “현재의 QR코드는 일반 바코드 형태보다 업그레이드 된 형태이며, 뒷부분의 알파벳은 일반 일련번호를 변환시켜준 것이다”며 “선거절차를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없으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QR코드가 인쇄된 사전투표용지를 사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여부와 관련 허 주무관은 “해석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임채진 입법조사관은 이와관련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법 위반의 소지는 있다”고 말하고“이를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