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시가 있는 바다 풍경.
추위가 한풀 꺾이니 올레길을 걷고 싶어 겨울에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오늘은 올레길 걷기 둘째 날이다. 서귀포는 귤과수원이 많은 지역인데
이미 귤 수확은 끝났고 한라봉과 하귤은 남아 있다.
남원읍을 지나는 길가에 관상수로 심은
노란 하귤나무가 제주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닷길을 걷는데 나무숲 동굴도 지나고 자갈길도 걷는다.
이름 모를 들꽃이 보이고 가을에 본 노란 들국화도 있고
봄꽃의 전령인 하얀 수선화가 돌담에도 길가에도 집 뜰에도 보인다.
남원포구 해안도로에 방파제에 시를 새긴 비문들이 붙어있다.
많은 사랑을 받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란 시문도 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빗소리를 들으며 시를 읽는 것도 낭만이 되는 날이다.
비가 내리니 운동화 속까지 젖어 질퍽거리고
운동화 밑창이 떨어져 덜렁거리며 걷는다.
허리 골반이 많이 아파오니 쉬다가 걷고 다시 쉬다가 걷는다.
암치료를 받는 아픔에서도 시를 쓴
이해인 수녀의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 실린 ⟪비 오는 날⟫이란 시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 갑자기/
나에겐/ 생각의 빗방울이 많아지고/
어딘가에 깊이 숨어 있던/ 고운 언어들이/
한꺼번에 빗줄기로 쏟아져 나와/ 나는 감당을 못 하겠네/
기쁘다/ 행복하다/ 즐겁다/ 나는 그냥/ 하루 종일 웃으며/
비를 맞고 싶을 뿐/
눈매 고운 새 한 마리/ 초대하고 싶을 뿐.”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40:1).
팔순을 바라보는 이해인 수녀는 자신의 아픔을 시로 많이 담아내며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자 하였다.
나는 이해인 수녀의 아픔과 슬픔의 시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
*묵상: “낙심한 자들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이 디도가 옴으로 우리를 위로하셨으니!”
(고린도후서.7:6).
*적용: <위로하시는 하나님>은
‘성령, 천사, 사람, 기도, 가족, 자연, 말씀, 교우’ 등을 통해 당신을 위로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