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을 나오자 거대한 성당이 우뚝 서 있다.
우뚝 솟은 첨탑은 마치 하늘에 닿을 듯 하늘로 솟구치고 그 아래 3개의 정문을 둘러싼 조각들은 성경책에서 금방 나온 듯 생동감이 넘친다.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양 옆으로 서 있는 가운데 최후의 심판을 하는 예수님과 이를 슬픈 눈으로 지켜보는 성모 마리아와 12제자들이 보인다.
세 개의 문으로 비쳐 들어가는 빛과 은은한 향으로 감싸인 성당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천장의 궁륭들이 어둠 속에서 몸을 굽힌 채 그를 지켜보고 있으며 그 아래로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평생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왔으며 절망의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그였기에 십자가 앞에서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는 그에게 하나님이 나타나 나를 위해 충분히 일한 너에게 무엇을 원하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답했다.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면 충분합니다.
성당을 방문한 후로 그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많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마지막 남은 시간을 참회하고 마음을 가난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성숙하고 아름다워졌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왕과 교회의 세력이 커진 12세기 초프랑스는 중세 유럽의 중심이었다.
파리의 주교였던 쉴리는 프랑스의 명성에 맞게 크고 화려한 성당을 지었다. 1163년에 시작하여 180년이 지난 1345년에 완성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딕 건축양식의 결정판으로 빅토르 위고는 이 성당을 <돌에 새긴 위대한 교황곡>이라고 격찬하였다.
<우리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가진 노트르담 성당의 장미 창 앞에는 천사에 둘러싸인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보이고 그 양 옆으로 인간의 원죄를 상징하는 아담과 이브가 있다. 이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이 탄생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모 마리아 조각상 아래로 28명의 유대 왕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왕들로 오해한 시민들이 파괴해 모두 복원한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세 개의 정문이 있다.
중앙이 <최후의 심판의 문>이고 왼쪽이 <성모 마리아의 문>이며 오른쪽이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안나의 문>이다.
예수가 열 두 제자에 둘러싸인 <최후의 심판 문>의 상단에는 죽은 자들이 깨어나 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으로 간다는 내용을 보여준다. 천사들에 둘러싸인 예수 아래로 저울을 들고 있는 미카엘 천사가 보이고 그 뒤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맞은편 악마 뒤로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최후의 심판 문>을 둘러싸고 있는 세로 형태의 여섯 줄에는 천사들을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이 보인다.
제일 안쪽 두줄에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왼쪽 네 줄에는 아브라함과 모세 등 구원받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오른쪽 줄에는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예수를 믿지 않은 부자와 주교 그리고 왕의 모습이 보인다.
12제자 발아래에 보이는 사자와 소 그리고 인간과 독수리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 신약 4 복음서의 저자들을 상징한다.
<최후의 심판 문> 오른쪽에 있는 <안나의 문>에는 잘린 자신의 얼굴을 들고 있는 조각상이 보인다. 그는 프랑스 최초의 추기경으로 로마 병사들에 의해 3세기에 순교한 생드니이다.
로마제국 시절 몽마르트 언덕에서 참수당한 그는 목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린 목을 들고 북쪽으로 6km를 더 걸어가 자신의 무덤이 될 곳에 멈춰 섰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성당 옆으로 돌아가면 기괴한 성당의 묵직한 몸체를 받치고 있는 기괴한 기둥들이 있으며 지붕에는 악마 가고일이 지난밤 내린 비를 입으로 쏟아내며 성당 주위를 배회하는 악귀를 쫓아내려 눈을 부릅뜨고 있다.
신성한 향 냄새와 더불어 묵직한 돌기둥들이 중세의 경건함을 더하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깊은 울림을 주는 오르간 소리와 함께 성경 속 인물들로 가득 찬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 안을 다양한 빛으로 채운다.
노트르담 성당에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답게 37개의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성모 마리아 조각상은 중앙 제단 앞에 있는 <파리의 성모 마리아>이다. 14세기에 만들어진 이 조각상은 그 이름 때문에 가장 사랑받는 이 조각상이 되었다.
마리아 조각상 뒤로 중앙제단이 보인다.
제단에는 니콜라 쿠스토가 만든 <피에타> 조각상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루이 13세, 왼쪽에 루이 14세의 조각상이 있다. 자식이 없던 루이 13세는 왕자가 생기면 제단과 예배당을 봉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의 생전에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루이 14세가 아버지의 약속을 지켜 화려한 제단을 만들었다.
제단 뒤로 보이는 본당 칸막이는 수도사들이 조용히 기도하는 곳으로 칸막이 남쪽에는 부활한 예수의 행적이, 북쪽에는 예수의 탄생부터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을 때까지의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성당 관람의 마지막 코스로 제단 오른쪽에 위치한 보물실로 입장하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직접 머리에 둘렀던 가시 면류관과 십자가 조각 그리고 예수를 찌른 창의 날을 보관하고 있다.
그 앞에 서면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고통 그리고 미래의 구원이 여행자의 가슴에 성큼 다가선다.
보물실을 나와 입구를 바라보면 입구 위에 8,000여 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파리 최대의 오르간이 보이고 그 위로 고딕 양식의 천장이 이어진다.
창으로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이 인간의 갈비뼈 모양을 한 천장의 뼈대들을 반짝거리게 한다.
물질적이며 육체를 상징하는 뼈대들은 영적이며 신을 상징하는 빛과 어우러져 인간과 신의 조화를 보여준다.
지상에 재현한 천상의 세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