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1년
이 사태가 쉬이 끝날 것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처음엔 매우 어색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잖이 익숙해져 간다.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 곁에 다가서지 않게 되고, 배달업체 직원과 음식을 주고받으면서도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고 카운터 위에 놓고 손을 떼고 한발 물러서면 직원이 다가와 집어 가는 동작들이 오래 전부터 그리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마스크도 많이 익숙해졌는지 마트에 가보면 인종에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착용한 것을 보게 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 상황에 모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 딸도 별로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자연스런 적응은 이 상황이 끝난 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을 예고한다.
이 경험에서 얻은 익숙함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들이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온라인 예배, 온라인 주문 등에서 얻은 경험의 장점들을 살리고 자연스레 변해진 오프라인의 활동을 접목해 나타날 새로운 질서, 문화가 무엇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히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화의 가속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들은 더욱 더 승승장구하며 지금껏 상상하지못했던 분야에까지 파고들 것이다.
아마존같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UberEats를 비롯한 음식 딜리버리 사업들이 이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산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쪽으로 옮겨갈 것을 예측하고 준비해온 것 만은 틀림이 없고 그것이 이 사태와 맞아떨어져 남들은 다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규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mi)로 나뉘던 연도 표기와 더불어 이제 세계 역사는B.C.(Before Coronavirus)와 A.C.(After Coronavirus)로 나뉘어 전 세계 실물경제는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으며, 한국 코로나의 영웅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 또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고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다’ 라고 했다.
그렇다면 A.C. 1년에는 무엇이 변할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로이 나타날까? 필자가 역사 또는 미래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정계의 대단한 오피니언 리더도 아닌데 뭘 얼마나 알겠느냐 마는 그래도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장사꾼의 감’만은 가지고 있다.
외식 산업에도 뭔가 변화가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그 변화가 무엇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무엇’이 무엇일지 모르니 대비/준비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상상을 하자. 그래야 남들보다 한걸음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필자가 생각해본 외식시장의 변화 및 외식 사업자들이 준비해야 할 대응 방안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로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정부의 시책과 기업체의 동향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가급적 많은 정보를 수집하자.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구제해 주기위한 여러 시책들이 발표될 수 있으며 큰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면 앞날이 보이기도 한다.
이웃의 다른 식당들의 변화도 눈 여겨 보자. 정보가 빠르고 실행력도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동태를 주시하다 보면 뭔가 따라할 만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일등은 줘버리고 이등만 해도 어디인가?
둘째, 가급적 고정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고정비의 대표적인 두 가지가 렌트비와 인건비이며 사실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Dine-in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며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신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렌트비가 비싼 일급 상권은 피하는 것이 좋겠고, 지나치게 넓은 매장은 렌트비는 물론 인건비까지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위해서 메뉴를 간소화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고임금 요리사가 필요한 메뉴는 과감히 빼버리는 시도도 해봄 직하다.
세 번째로는 본래의 식당 외 부가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품운영 전략을 세워보자.
오직 포장만 가능한 메뉴를 준비하고, 반조리 음식의 포장 판매도 생각해보자. 약 2년 전쯤 이 칼럼에 ‘전문가들이 본 외식업 창업의 주요 키워드’ 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급한바 있는 간편식(HMR : Home Meal Replacement)에 관심을 가져보자.
간단히 요약을 하면,
RTE(Ready To Eat) : 기존의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처럼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RTH(Ready To Heat) : 냉동 피자처럼 미리 조리가 되어 있어 마이크로웨이브나 오븐 등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음식
RTC(Ready To Cook) : 조리되지 않은 재료와 함께 레시피를 제공하여 간단한 조리를 스스로 함으로써 요리의 즐거움을 일부 맛볼 수 있으며, 직접 1, 2인분 소량의 음식을 해먹고자 할 때 생기는 재료의 낭비를 막아 줌
네번째로 배달 음식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불가항력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해 본 기업들이 공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도 직원 통제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게 되어 굳이 사무실을 유지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재택 근무자들을 위한 배달 시장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식당 영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에 달하는 배달 대행 수수료는 큰 부담이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웃 식당들끼리 건전한 경쟁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번째, 신규 창업을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이 요식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난국을 이겨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소가 수없이 나올테니 권리금이 저렴하거나 아니면 아예 없는 준비된 식당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반드시 소규모로 시작해야 할 것이며, 가급적 오피스 상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독과 방역을 비롯한 위생이다.
이번 사태로 손님들은 청결에 대해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주기적인 방역이나 소독은 물론 우리 업소가 위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과할 만큼 고객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많은 위기와 기회가 있을 것이며,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잡아 다가오는 A.C. 1년이 우리 요식업주들에게 악몽의 해가 아니고 새로운 기회를 맞아 도약하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그런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