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군산 경기와 잠실 경기를 돌려가며 같이 봤습니다. 중간에 1박 2일도 봤네요. 어제 재일 재밌었던 건 1박2일, 그 다음이 군산경기와 잠실경기, 그리고 가장 재미없던 게임이 바로 우리 경기였습니다. 응원팀 중계가 타팀 중계보다 더 재미없다는 것, 어찌 보면 참 처참한 일인데 이제는 뭐 무덤덤하네요. 못할 때가 있으면 또 잘할 때도 있겠죠. 꼴찌야 제가 야구를 좋아한 이후 처음이지만 7등은 많이 해봤으니까 하위권 자리도 사실 제법 익숙합니다.
34경기 남은 시점에서 7위와 10게임차인데, 수치상으로야 역전이 가능하지만 사실 최하위가 거의 확정 됐습니다. 팀 순위가 고착화 되면서 선수들도 집중력을 잃기 쉽습니다. 그들도 사람인데 순위 경쟁중인 팀과 혈전을 치를 때와, 꼴찌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일 때 완벽히 똑같은 집중력을 내기는 힘들죠. 똑같이 경기에 임하려고 노력이야 하겠지만, 솔직히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을겁니다. 몇몇 선수는 의욕을 상실하고, 때로는 팀 성적보다 개인 기록에 조금 더 욕심을 내고, 그러다 보면 팀이 더 어렵게 되는데 조금씩 그런 분위기로 가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최하위권 팀이 늘 겪는 문제죠. 선수가 불성실해서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 주변 상황에 의욕을 빼앗기는 거죠, 살다보면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공부 해야 되는 건 아는데 잘 안될 때, 열심히 해야된다는 거 뻔히 아는데 잘 안 될때요. 그게 뭐 여러분이 불성실하고 정신 상태가 글러먹어서 그런겁니까? 살다보면 그럴 때도 있는거죠.
사실 선수단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불가항력과 같으니까요. 다만, 거기서도 뭔가 건지는 게 있으면 됩니다. 그래야 꼴찌래도 그나마 내일을 기약하며 웃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이글스는 뭘 해야 할까요. 우리가 남은 34경기에서 초점을 맞출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겠죠. 안영명과 유원상이 내년에는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1년 내내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고, 김혁민과 윤규진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자기 자리를 하나 찾아야 되겠죠. 황재규랑 양훈, 마정길은 건강해야 하고요. 그러면 류현진을 중심으로 투수진의 구색 갖출 수 있습니다.
투수진 구성의 가장 큰 변수는 용병인데요. 일단, 토마스는 재계약 여부를 판단하기 참 어렵습니다. 많이 맞았지만 구위는 사실 좋은 투수잖아요. 동계훈련을 잘 치르고 힘든 가정사가 없었다면, 그리고 키스톤의 수비능력이 상위권이었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성적이 좋았을겁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한번 더 믿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양훈이 선발보다 불펜이 더 편하다고 하니 내년에 안 되면 양훈을 마무리로 키워도 좋겠죠. 연지는...글쎄요, 제가 늘 말씀드립니다만 좋은 용병투수를 데려오려면 유능한 스카우터보다 두둑한 지갑이 더 중요한데, 한화가 그걸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김태균과 이범호의 계약문제가 걸린 올해 말입니다.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연지를 변호해줄 수 있었던 건 '어쨌든 5이닝은 막는다'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그 페이스도 실패했네요. 웃돈을 주지 않는 투수 용병... 솔직히 성공 가능성 제로라고 봤기에 '그래도 디아즈 끌고 가자'는 입장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참 아쉽습니다. 워낙 투수진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외국인 선발이 필요하긴 했습니다만 페이스가 너무 안 좋네요. 어제 타구에 손까지 맞아서 더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세 경기 정도만 더 지켜보고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닝을 먹을 수 있다면 내년에 3~4선발로 활용하면 좋겠고,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죠.
야수들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청력에 이상이 있어 타구 판단이 늦다는 양승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송광민을 계속 유격수로 낼 것인지, 오선진-이여상을 내년에 제대하는 전현태와 어떻게 경쟁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됩니다. 박노민과 이희근 중에서 누구에게 더 실전 경험을 많이 쌓게 할 것인지도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일단 군필 85년생인 박노민이 조금 더 유리해 보이는데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죠. 빠른 주자를 어떻게 라인업에 공급할 것인지도 숙제죠. 2군에 빠른 선수들이 많지만, 솔직히 빠른 선수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출루 아닙니까. 그런 선수를 어떻게 찾을 지, 혹은 만들지가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 실험은 스프링캠프 청백전 때 해야 되지만, 모처럼 순위 다툼 부담이 없는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마음껏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1년새 팀이 확 변하긴 힘들고, <김태완-김태균-이범호>의 파워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당분간 가져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두 FA를 모두 잡는 건 필수죠. "둘 중 하나만 잡는다면 누구가 더 좋다"이런 얘기들 많이 하시는데, 4번 김태균의 대안은 없고 3루수 이범호의 대안도 없습니다. 다들 보셨잖아요. 저 선수들 다쳤을 때, 몇몇 타자들이 그렇게 잘 쳐도 결국 팀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병풍 사태 후 선수들의 입대가 일반화되면서 군문제는 팀 재건에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우리도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젊은 선수들의 페이스와는 별개로 내년에 누군가는 또 군대에 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가야 될까요.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만, 아직 이영우가 남아있고 양승학을 건졌을 때, 연경흠이 빨리 군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올해 끝나고 가면 우리 나이로 서른살에 복귀할 수 있는데, 야구선수에게 서른은 충분히 젊은 나이죠. 이종욱-이택근-이진영-정성훈-봉중근..이런 선수들이 이제 딱 서른인걸요. 본인도 올해 입대할 마음이 있다는 기사가 나왔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나쁠 것 없습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35세 전후에도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강동우도 서른 여섯에 회춘했잖아요. 외야수가 양적으로 여유가 좀 있을 때 빨리 다녀오면 선수나 팀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2006년 준우승 후 한상훈이 군대 가려다 연기 했는데, 만일 그때 갔다면 올해 수비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었겠죠. 무너진 팀을 재건하려면 우선 포지션 상관없이 선수들을 모으는 게 급선무지만, 연경흠 (또는 송광민)의 경우는 빨리 군대부터 다녀오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꼴등 했다고 세상이 뒤집어지진 않습니다. 학교 다닐 때 어땠습니까. 중간고사 또는 기말고사 망친 적 한번쯤은 있으시죠? 설령 그 시험에서 학창시절 6년 내 최악의 성적표가 나왔대도 그 사람 인생이 망가지고 비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막말로 수능시험을 망친대도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황폐해지지는 않습니다. 야구판도 마찬가지죠. 8등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기서 교훈을 찾고 내년에 더 발전하면 되죠. 앞으로 남은 34경기가 우리 모두에게 그런 소중한 경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양승학-타구판단이 늦으나 어깨강 강하므로 우익수 가능성 높고요(양승학 처음보는순간 제2의송지만인줄 알았습니다.)전현태선수 아직은 이여상선수보다 아래입니다.하지만 전현태선수가 온다면 이여상선수나 오선진선수를 군대 보낼 수 있게되죠.송광민선수는 한상훈선수가 2루보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유격수로서의 가치는 없습니다./양훈선수는 선발로 돌려서 선발을 강화하고 김혁민선수를 불펜으로 돌려 경험을 키우는게 좋을것 같습니다.양훈선수 선발로 정말 잘해줬었잖아요
위에도 나타났지만 아무리 선발이 좋아도 자기 자신이 불편하면 무엇이든 자신없어지는게 마인드입니다. 양훈선수역시 선발보다는 중간불펜때가 훨씬 믿음직스럽고 잘던지는데요...;;땀만 삐질삐질 흘리며 볼만던지던 그때와는 다른 피칭을..보여주기도하구요.
^^ 기억이 가물거립니다만... 빙그레 창단했던 86시즌에도 그들은 보기좋게 마지막순위에 위치했었었던 기억이... ㅎㅎ 참~ 오랫만에 마지막 순위에 머물고있는 그들이지만 역시나 미워할 수 없는 팬심인지라... T^T)// 조급해하지말고 차근차근 만들어서 더더욱 강해진 독수리가 되길 바랄뿐입니다... ^^ (그래도 넘 오래걸리지는 말았으면 한다능... ㅠㅠ) 글 잘 읽고 갑니다
송광민선수..유격수는 확실한 실패라고 봅니다. 타구를 잡는 자세에서 부터 송구까지 불안하고..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박진만급의 명품수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타팀의 유격수와 비교했을 때 유격수로서의 기본자질이 현저히 떨어져보입니다. 감독코치님도...보시는 눈이 있으실텐데..다른 포지션으로의 적응을 빨리 시키는게 선수본인에게도 팀을 위해서도 더 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