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이 입춘을 맞이하다니
어쩌면.... 가는 겨울이 아쉬웠는지도 모릅니다.
올 겨울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니까요.
입춘과 함께 찾아 온 춘설이 거리를 온통 두툼하게 목화 솜을 덮어 놓은 듯 싶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눈 치우기에 바쁘신 착한 이웃에게 눈 인사를 건냅니다.
도심에서 눈은 그저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여 새삼스럽지 조차 않지만,
새하얀 눈만큼 겨울의 깊은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사건 또한 없기에
두툼한 외투 주머니속에 있는 카메라를 나도 모르게 슬며시 만져봅니다.
그 깊이를 가름할 수 조차 없이 많이 내린 눈을 저벅저벅 밟으면서도
넘어지는 순간 대형사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조심조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런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쓴 웃음일 지울 수 밖에 없었답니다.
시민회관 운동장에도 하얀눈이 수북수북 쌓여 마치 추수를 앞 둔 들녘처럼 풍성한 눈밭이 되었어요.
눈밭속에서 우연히 만난 눈사람 부부와 화보를 찍었다.
풍성한 눈밭 속 나무 위자 위에 앉아 있는 눈사람 부부를 발견했어요.
이름도 알수 없는 솜씨 좋은 장인 손길이 거친듯 섬세하게 만들어진 눈사람.
상록수 잎이 눈사람 눈과 입이 되어주었구요.
상록수 가지는 눈사람 팔이 되어주는 친절도 배풀었답니다.
눈사람 머리위에 살며시 내려와 모자가 되었던 원두커피 종이컵 까만 뚜껑.
상록수 어린잎사귀 세 개가 눈사람 배위에 일렬로 붙어 외투의 단추 꼭 채워주는 세심함까지.
눈부신 아침햇살에 눈사람 부부가 드디어 산책을 나섰어요.
16.8cm 대설이라고 해요.
상록수 가지위에도 나무의자 위에도 수북수북 쌓여있는 눈을 보며 많이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어요.
도로에는 제설 작업용 차량이 소음 가득 일이키며 지나가자 늦잠꾸러기 찬바람이 기지개를 켜고 말었답니다.
찬바람이 스치기만해도 나무위에 얹어 있던 하얀눈은 깜짝 놀라 하염없이 눈을 쏟아 놓고 있습니다.함박눈이 휘날리는것 처럼.
산책길에 나섰던 눈사람 부부는 소나무 아래 기대어 찬바람이 쏟아내는 함박눈을 대책없이 피해봅니다.
눈사람 검은색 모자위에 함박눈이 쌓이고 눈속에 파묻힌 눈사람.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눈사람인지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순간 입니다.
심술쟁이 찬바람의 눈보라도 멈추고 이제는...나무의자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눈사람 부부.
눈사람에게도 매서운 찬바람의 심술은 견뎌내기가 힘들었나봅니다.
남편 눈사람 아랫입술 사철나뭇잎이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고 말었으니까요.
춘설은 함께하는 아름다움을 생산한다.
벽돌 담장너머까지 이어지는 재잘재잘거리는 소리에 발길은 어느사이 소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초등학교 운동장 눈밭에는 아이들이 천국에라도 온것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마냥 신이나서 어쩔줄을 몰라했어요.
눈밭이 안방이라도 되는양 벌떡 누워있는 아이가 고개를 뒤로 젖치고 친구들의 눈싸움을 구경하고 있군요.
초록빛 철망 앞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소년이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눈을 뭉치고 있었어요.
눈사람을 만들 모양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뒤로 넘어지기부터 합니다
빨갛게 언손이 안쓰러워 "장잡이라도 끼지 그랬어..."혼자말을 하면서 아이에게서 눈길이 거두어지지가 않았어요.
빨갛게 언손으로 신중하게 눈사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빨갛게 언손이 눈에 밟혀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장갑이나 끼고 오지 그랬어" 하고 아이에게 말을 건냈어요.
깜짝 놀란듯 소년은 쳐다보면서 씩 웃기만합니다. 아이가 뭘 알아요...눈이 왔으니까 눈사람 만들 생각이 장갑보다 우선였나봅니다.
여전히 빨갛게 언손으로 눈을 한 웅큼 부지런히 줍고 있지만 과연 아이가 눈사람을 다 만들 수 있을지 심히 의심을 하면서 발길을 돌렸어요.
하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모자 방울이 하늘로 향하고 있는 여자아이는 장갑을 한 짝만 끼고 장갑 낀 한 손을 이용하여 눈을 한 웅큼 쥐고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보이는 여자아이옆에는 친구인듯 싶은 여자아이가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커다랗게 눈을 뭉치고 있었습니다.
눈사람 만들기도 생긴모습대로 하나봅니다.
몸집이 자그마한 여자아이는 눈을 자그맣게 굴려 눈사람 윗몸을, 통통하고 키가 큰 여자아이는 눈사람 아랫몸을 만드는지 커다랗 눈뭉치를 굴리면서 부지런히 역활분담에 충실합니다.
드디어 눈사람이 완성 되었습니다.
비록 눈도 코도 없었지만 어디에선가 자그마한 나뭇가지 두 개를 주어 어깨에 꽂아 눈사람은 만세를 부르고 있었어요.
통통하고 키가 큰 여자아이가 분홍색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눈사람을 앞에 놓고 환하게 웃으면서 친구랑 어깨를 맞대고 인증샷을 찍었어요.
웃는 못습이 천사처럼 해맑고 예쁜 그들은 이번에는 한 사람씩 눈사람을 앞에 놓고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더군요.
친구가 가져 온 장갑을 나누어 끼었는지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한 손은 빨갛게 언손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한 우정을 볼 수가 있었어요.
함께 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아이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내 카메라에 소중하게 담고 있었습니다
각박한 우리네 삶에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제데로 된 삶을 영유할 특권을 누리는거죠^^
2013.2.4
NaMu
첫댓글 한참이나 지난 야그인데요...
찍어 놓은 사진이 아까워서...맘 잡고 함 써 봤어요^^
지난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지죠.
그러게요...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는 건 좋은 현상인거져^^
나이들어가면서 그렇게 해야되겠죠.ㅎㅎ
예전에 어떤 영화를 봤는데요...
머리가 하얀 교수님께서 제자에게 그래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추억을 먹고 사는거라구요"
차츰차츰 추억을 먹고 사는 기회가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가네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지갑을 자주열어야
된다고 하네요.ㅎㅎ
지갑을 자주 여는 사람이 넉넉한 인품으로 여겨지는 시대 우리는 살고 있는거져
(사실...쫀쫀하여 숨박히는 것 보다야 그게 조금 낫긴하지만요^^)
지갑을 자주열어야 나보다 젊은사람들과 많이 만날수 있다는 정설이 있어서
살짝 아는체 해봤어요.ㅎㅎ
어쩜겨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일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아...그렇군요...
NaMu는 개인적으로 겨울은...시련의 계절이예요...
(추위가 고문쯤으로 여겨지거든요)
그렇지만...하얀 눈이 위로해주기도해요..
추운건 생각하지마시고요.
아름다운것만 생각하셔유.
하얀눈만유.
거기에 미스터투에 "하얀겨울"이란 음악을 들으면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질거여요.
미스터 투가 젊은 카수인가봐요. 동영상으로 "하얀겨울'봤는데요...눈이 오는 하얀겨울 같은 느낌이예요...
겨울노래하면...이종용의 '겨울아이'가 생각나곤해요^^
겨울아이는 막내인 제가
잘부릅니다.
그런데 불러달라고 하시면 아니아니되옵니다.ㅎㅎ
어쩜 그리 묘사를 생생하게.....ㅎ
즐겁습니다.
눈이 오는 풍경...겨울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싶어서요^^
정말로 어린시절이 그리워지는군요 아름다운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그러게요...세상물정 모르던 어린시절 눈물겹게 그리워요^^
하얀 눈처럼 맑은 글...잘읽고 갑니다.편안한 밤 되세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 글이지만 ...잘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그눈위에서 스키타고 싶어지네요...동화처럼!!^^
스릴만점의 스키를 즐겨타시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