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도살은 죄악이다 (1)
“나뭇잎은 5월에 나와서 10월에 떨어지는 거야.” 어쩌면 정확하게 6개월을 푸르게 지내는 것 같다.
그랬다. 포항 가는 길은 푸른 녹색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래서 파랬다. 푸른 바다와 같았다. 나는 푸른 바다 물결을 따라 포항으로 향했다.
인간은 인연의 사슬에 엮어서 맺어진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사람과 사람은 인연이 닿지 않으면 절대로 만날 수 없다. 아니, 만났다가도 곧 헤어지고 만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또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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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워리와 복순이를 만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동해스파사우나 옆에 있는 공터에서였다. 처음에는 두 마리였는데, 점점 식구가 늘어나서 금년 6월초에는 모두 다섯 마리가 되었다.
한 마리는 다른 곳에서 떠돌다가 이곳에 합류하였고, 두 마리는 기존의 개가 새끼로 낳았다.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터가 3천평 정도는 되고, 빈 건물도 하나 있고, 건축자재도 쌓아놓고 있어, 떠돌이 개들이 모여서 지내기는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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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달에 한번씩 포항에 내려가면 체류하는 동안 매일 사우나를 들렀고, 그때마다 5마리의 개들과 친해졌다. 사료를 사다 주고, 삶은 계란, 먹을 것을 구해다가 주었다.
우리 일행이 나타나면 멀리 있다가도 워리 일행은 쏜살같이 뛰어와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워리 일행은 볼 때마다 측은하고 불쌍했다. 주인이 없는 처량한 신세의 개는 그런 것이었다.
추운 겨울날도 어떻게 지내는지 안타까웠다. 비가 오는 날도 그렇고, 여름 날씨에는 주차해놓은 차 밑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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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를 볼 때마다, 우리의 “모모와 나나”가 대비되었다. 같은 개로 태어났는데,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서울에 와있어도 가끔 워리 일행을 생각하면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동해스파사우나에서 일하는 분께 전화를 해서 워리 일행의 안부를 물었다.
지난 7월 20일경 나는 동해스파사우나에 전화를 해서, 워리가 더운데 잘 있는지, 먹을 것은 누가 주고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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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주민들이 신고를 해서 시청에서 모두 붙잡아 갔어요. 한 마리로 남아 있지 않아요. 밥그릇도 모두 다 치워버렸어요. 너무 불쌍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도구리에 있는 애완센터 사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붙잡혀 간 개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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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에 있는 유기견보호센터에 확인했더니, 도구리에서 5마리 가운데 2마리는 포획을 실패하고, 세 마리만 붙잡아 갔대요. 2마리는 현장에서 도망쳐서 붙잡지 못하고 세 마리만 지금 보호중인데, 보름 이내에 누가 입양해 가지 않으면 도살처분해야 한다고 하네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자주 봐서 정이 들었는데, 그렇게 붙잡아다가 도살처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도구리에 사는 몇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지금 붙잡혀 간 개 세 마리를 맡아서 키워줄 사람을 찾아봐 주세요. 그러면 제가 한달에 10만원씩 개 세 마리 키워주는 비용으로 드릴게요. 제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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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에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기르던 개인데 대신 맡아서 키워주면 한달에 10만원씩 보내줄게, 꼭 좀 맡아서 키워줘!”
여동생은 이미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간곡히 부탁을 하니까 마지 못해 승낙을 했다.
유기견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도구에 있는 어떤 사람이 입양을 해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두 마리만 도구리에 있는 애완견 센터인 “구야네” 사장님이 인수받아 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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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개 2마리를 포항에서 논산까지 데리고 가는 것도 문제였다. 인터넷으로 수소문해서 애완견 운반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세 마리에 15만원이었는데, 두 마리로 줄었다고 하니까 2만원을 깎아준다. 13만원으로 정했다.
마침내 지난 금요일 7월 30일 오전에 개 두 마리, 워리와 복순이는 포항에서 논산 양촌으로 이사를 갔다. 나는 양촌 여동생에게 한달에 10만원씩 8개월분 80만원을 이체로 보냈다.
그리고 포항 구야네에서 개 사료 3포대, 개집, 밥그릇, 물그릇, 개줄 등을 사서 운반차편에 같이 보냈다. 모두 29만원이 들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구야네 사장님 부부와 아는 지인 몇 분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동안 개를 돌봐주었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너무 고마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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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일요일 개들이 살고 있던 동해스파사우나 주차장에 갔다. 우리는 큰 소리로 “워리야! 워리야!”를 불렀다.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슬펐다.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정이 들었다.
주차장 공터에서는 포항시청 축산과에서 철망을 쳐놓았다. 유기견(들개) 포획망이라고 써놓았다. 나는 양촌에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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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개들이 낯설어서 그런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네요.” “응. 그래, 내가 키우던 개인데, 아주 비싼 개야. 잘 키워줘.” “예. 잘 키울게요.”
주차장 공터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어두워지면서 다시 워리와 복순이, 다른 개들이 눈에 떠올랐다.
우리가 주는 먹을 것을 한없이 받아먹던 그 선한 눈빛들이 떠올랐다.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