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43
"이런, 급하게 되었구나!"
갑자기 지붕 위에서 들려온 노인의 고함소리에 춤과 음악과 그리고 부부의
신경전은 멈추어졌다.
지붕 위에서 벌떡 일어선 노인을 발견한 방씨 일가는 모두가 놀란 눈으로 지
붕 위의 노인을 쳐다보았다. 지붕 위에 있던 노인은 잠시 방씨 일가족 하나 하
나를 쳐다보다 말없이 숭산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방씨 일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한결 같이 지붕 위의 노
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냐고 묻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노인이 누구인지 몰랐다.
" 아무래도 지나가던 무림의 고인이 우리 아이들의 춤과 음악을 듣고 있었나
보오."
아내를 바라보며 방종대는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그래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니--, 우리는 다시 아이들의 재롱을 보자고
요."
그들 부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 후원의 정자에서 탈출하려던 아
이들은 다시 정자로 모여야만 했다. 어머니의 날카로운 눈길이 마악 후원을 빠
져나가려는 두 자매에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구정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노인의 몸은 빠른 속도로 소림사가 있는 숭
산 소실봉쪽으로 움직여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
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 노인의 입장에서는 무척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었다. 격전이 벌어진 주변을 살피면서 아이가 있는 곳을 찾고 있는 노인의 존
재를 발견한 것은 마교의 암흑전사단이라 불리는 열 두 명의 인물들이었다.
" 이런 젠장, 우리를 본 이상 당신을 살려 둘 수 없게 되었소, 미안하지만
노인장 죽어 주셔야겠소!"
숭산 아래에서 철수하던 암흑전사단을 지휘하고 있던 마교 서열 20 위의 월
영환마(月影幻魔) 노궁령은 노인이 자신을 보는 순간 그렇게 소리치면서 암기
를 날렸다.
구 노인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독을 발랐는지 끝부분이 시커먼 수십개의 바늘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노인의
손은 한순간 백옥의 광채를 뿜어내며 허공에 동그란 원을 그리고 구 노인의 전
신 요혈을 날아오던 독바늘은 노인이 그리는 원안으로 모여들었다.
" 이건 너희들 것이니 다시 가져가거라!"
노인이 소리친 순간 암기는 빛으로 변해 다시 암흑전사단의 인물들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 나무와 바위에 박혀 들어갔다.
열두명으로 구성된 암흑전사단의 무사들은 한꺼번에 바닥에 쓰러졌다. 피할
시간조차 없이 그들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 독바늘이었다.
마교가 만든 물건이 결코 평범한 것일 수 없었다. 마왕침이라 불리는 그 암
기에 당하면 일각이내에 전신이 물처럼 녹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푸시시'
하는 소리를 내며 침이 박혀 있던 나무와 바위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녹고
있을 때 마교의 전사들 역시 죽어가고 있었다. 심장에 구멍이 나고도 살 수 있
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별 잡스런 것을 다 사용하는 녀석들이로군."
노인이 중얼거리는 사이 땅바닥으로 쓰러진 마교의 인물들은 하얀 연기를 뿜
어내며 녹아들고 있었다.
" 그나저나 이 꼬마는 어디로 간 거지?"
노인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곳에서 몸을 날렸다.
그 지역에서 벗어나고 있던 것은 마교의 암흑전사단만은 아니었다. 구환맹의
암천혈혼대 역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고, 그들 역시 자신들을 발견한 사람
은 누구를 막론하고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 너희들은 또 뭐냐?"
옷은 피처럼 붉은 옷, 얼굴에는 청색의 철가면을 쓴 기괴한 인물들을 바라보
며 노인의 심통은 사나워져 갔다. 자신의 주위를 포위한 이들의 손에는 한결
같이 톱날이 달려 있는 둥그런 원반이 들려 있고, 그 이십 명의 인물들의 몸에
서는 살기(殺氣)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구 노인의 몸에서도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십명의 암천혈혼단의
인물들은 포위만 한 채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이십 명의 암천
혈혼단의 인물들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정말로 꼼짝할 수 없었다. 노인이
뿜어내는 살기에 심신이 완전히 얼어붙었던 것이다.
" 정말 짜증나는구나!"
노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고, 갑자기 그 장소에 돌개바람이 일어났다.
" 꽈 아 앙!"
폭음은 소림사로 달려가는 사대금강 일행에게도 들려왔다.
태실봉 아래의 숲쪽에서 터진 폭음 소리는 바쁘게 소림사가 있는 소실봉 중
턱을 향해 몸을 날리던 사대금강의 몸을 잠시 멈추게 만들기에 족한 것이었다.
그들은 홀린 듯이 반시진 전에 양평을 발견했던 장소를 향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흙기둥이 그 장소에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방 어디에서
도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사대금강과 그들의 등에 엎혀 있는 꼬마와 양평 역시 그 광경을 볼 수 있었
다.
그들 여섯 모두 입을 쫘악 벌린 채 경악에 찬 눈으로 그 엄청난 흙 기둥을
쳐다보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 흙 기둥은 땅바닥으로 가라앉았다.
" 저게 무공으로 만들어진 일일까---?"
사대금강은 충격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아직도 그 장소에서 시선을 떨치
지 못하고 있었다. 흙 기둥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사대금강의 첫째 방진이
내 뱉은 말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아무리 무공이 강해진다 해도 저런 일
을 해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저기 있던 마교와 구환맹의 무리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 했을 것 같은데
---."
사대 금강의 셋째인 방성의 넓직한 등에 업혀 있던 양평이 중얼거렸다.
" 저런 무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 할 줄이야----."
"저런 사람하고는 절대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게 무공이에요? 저 정도의
위력이면 무공이라는 차원을 벗어난 거라구요."
사대금강이 느낀 감상평이었다.
사대금강의 머리는 방금 본 광경의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한마디씩 번갈
아 가며 토해내고 있었지만, 양평과 방소구는 방금 본 광경이 아무리 충격적인
것이었지만 지금 급한 것은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몸을 치료하는 일이었
다.
" 누군지 몰라도 그는 천하무적의 고수일거야. 사숙님들은 저기서 무공을 펼
친 사람이 누군지 알지도 몰라? 얼른 경내로 가서 물어보자고."
의식은 돌아왔지만 말도 못 꺼낼 정도로 아픈 상태인 양평과 방소구의 눈이
마주쳤다. 방진이 말하면서 몸을 뒤로 돌리고, 나머지 사대금강의 세사람이 등
을 돌리는 순간의 일이었지만 어른과 꼬마의 눈은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눈에서 안도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 후면 천하제일의 의술을
지닌 정각 대사를 만나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테니---.
정각은 불상 앞에서 열심히 염불을 외우는 중이었다. 그의 마음은 등봉현에
서 일어나는 살겁으로 인해 몹시 아팠다.
復次 須菩提 隨說是經 乃至四句偈等 當知 此處 一
부차 수보리 수설시경 내지사구게등 당지 차처 일
切世間 天人阿修羅 皆應供養 如佛塔廟 何況有人
체세간 천인아수라 개응공양 여불탑묘 하황유인
盡能受持讀誦 須菩提 當知 是人 成就最上第一希有
진능수지독송 수보리 당지 시인 성취최상제일희유
之法 若是經典所在之處 則爲有佛 若尊重弟子
지법 약시경전소재지처 즉위유불 약존중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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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의 입에서는 금강경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의 눈은 제단에 모신 금박
을 입힌 관세음보살에 고정되어 있었다. 쉬지 않고 목탁을 두들기며 독경하면
서 마음의 번뇌를 다스리려 하는 정각이었지만 번뇌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들려온 폭음소리, 정각은 올 것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자신
의 무공 또한 당대의 무림에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알려질 정도의 실력을 지
니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터진 폭음이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어느 정도의 위
력의 무공이 펼쳐져야 나올 수 있는 소리라는 것을 대충 짐작한 것이다.
불당 안을 울리던 청아한 독경소리는 폭음과 함께 멎고, 정각은 사실상 천하
무적이라고 해도 좋을 산 속의 노인이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승려의 신분이 되었지만, 아
무리 독경을 하고 참선을 해도 번뇌는 끊임없이 그를 찾아왔다.
" 그분의 마음에는 생과 사, 어둠과 밝음의 구별이 없으니---, 다 죽었겠구
나----."
땅이 꺼져라 탄식을 토해내며 중얼거리던 정각은 조용히 불당에서 일어나 자
신이 거처하는 약왕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상을 입은 제자가 이곳으로 오
게 될 터이니 가서 치료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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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