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를 보니,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두산 야수와 한화 야수들의 레벨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김태균 같은 선수의 공격 생산능력이야 굳이 김현수 김동주에 뒤질 이유가 없겠지만, 야수진 전체의 종합적인 능력치를 고려하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종욱-임재철-김현수-김동주-고영민-손시헌-이원석....출루능력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격능력이 꽤 우수한 편에 속하는 라인업입니다. 문제(?)는 저 라인이 전체적으로 수비가 아주 탄탄한데다 발도 제법 빠르다는거죠. 수비를 안하는 최준석의 올 시즌 공격능력은 꽤 뛰어나며, 김재호와 유재웅, 오재원, 민병헌 등 백업 야수들도 수비며 주루 능력이 다들 괜찭습니다. 우리가 주전과 백업들이 대부분 소위 <뻥야구>쪽에만 익숙하고 센스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수진의 레벨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네요. 뭐 홈런 많이 치고 느린 라인업이 비단 올해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확실히 팀컬러에서 한계를 드러내는군요. 어제도 우리는 외야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줄줄이 나왔습니다만 두산 수비는 깔끔했죠.
개인적으로 저는 강팀의 요건을 첫째 투수력, 둘째 수비력, 셋째 공격력으로 봅니다.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의 선전도 투수력과 수비력이 바탕됐다고 믿고 있으며, 고동진과 한상훈이 주전으로 나설 때도 김인식 감독의 선수기용 패턴을 지지했던 이유는 수비가 받쳐줘야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강동우와 김민재는 순발력이 예전보다 떨어졌고, 그저 내세울 수비라인이라고는 1루 김태균-3루 이범호 뿐이네요. 외야 수비력은 냉정히 말해 8개구단 중 가장 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강동우도 치명적인 부상 후 중견수는 한동안 안 봤죠.
스포츠에서 가정이라는 게 참 부질없습니다만, 만일 어제 좌익수와 우익수 자리에 조금 더 빠르고 타구판단 잘 하는 외야수들이 서 있었다면 막말로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선발 유원상의 1회 난조가 패배의 첫번째 원인입니다만 외야가 괜찮았다면 2점으로 끊고 갈 수 있었고, 접전 상황에서 추가 대량실점을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물론 잠실이 초보(?)외야수에게 수비하기 쉬운 구장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아쉬움은 감출 수 없네요.
TV로 보면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아깝다는 느낌들 많이 받으실겁니다. 하지만 그런 플레이 중 절반 이상은 수비 시프트를 잡아놓고 좋은 제구력을 가진 투수가 그 코스로 잘 유인했거나, 야수들의 타구 판단이 빨라서 남보다 쉽게 잡은 겁니다. 어제 이종욱이 잡아낸 이영우의 타구처럼 말입니다. 우리 외야수와 배터리들도 내년 이후에는 그런 모습을 좀 많이 보여주기 바랍니다.
전체적으로 팀 전력 자체가 많이 쳐졌습니다. 사실 2004년에 저점을 찍었는데, 김인식 감독의 초반 용병술과 류현진-구대성-김민재 등 신규 자원들의 분전으로 05~07에 가을잔치를 치뤘다고 봅니다. 그러나 힘든 시점에서 힘을 쥐어짜 120%의 능력을 냈던 게 오히려 지금은 독으로 작용하는 듯한 느낌이네요. 06년 대졸 3인방을 건졌지만 그들의 능력은 예년 팀컬러와 전혀 다르지 않고 데이비스 이후 계속 <돌려막기> 해왔던 중견수 자리는 또 내년 이후를 계속 걱정해야 하는군요.
요즘 선수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홈경기때 선수들 평소보다 늦게 나오는 거 다들 아시죠. 성적이 나쁘니 일 끝났다고 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전부 남아서 운동을 하는겁니다. 원정 경기때도 호텔 밖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죠. 올 겨울에도 선수들이 예년에 비해서는 좀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꼴찌>의 댓가를 팬들이나 선수 모두 혹독하게 치르는 듯 합니다. 특히 연봉협상때도 고스란히 반영되겠죠.
선수들도 성적이 나쁘면 자기들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겁니다. 이미 쳐진 분위기를 당장 오늘 내일 반전시키는 건 어려우니, 남은 시즌 잘 정리하고 마무리해서 내년에는 꼭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첫댓글 내년에는 수비강화와 기동력야구를 했으면 좋겠네여....글 잘읽었습니다.
이종욱 고영민 손시현 김현수 전부 무명의 선수들이였죠~숨어있는 진주를 발견하고 육성하는 두산 시스템이 부럽습니다. 한화도 좋은 진주들을 빨리 찾아 육성해야하는데...
훈련부족에서 오는 개인능력치의 도태현상이 심각하네요... 임재철 고영민 등 시작은 별반 차이 없어요.. 하지만.. 못가르치고 거기다 훈련도 적으니.. 점점더..ㅜㅜ
어제 연경흠 선수가 2번 공을 잡지 못했을때..sk박재상 선수가 생각이 났습니다..지난 sk전 박재상 선수가 멋진 수비로 투수를 도와주던데..경흠선수도 열씨미 하긴 했지만 두산 선수들의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가 부럽습니다...
늘 얘기하는 거지만 발빠른 외야수를 상위픽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센스좀 있는 선수들로요. 4번타자들만 데려온다고 될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