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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더니 그 말이 맞는가 보다. 어제 그 늦은 새벽에 잠들었는데도 아직 7시도 채 안된 아침이었다. 뭐, 잘 필
요 자체가 없긴 하지만
"어머, 벨리타! 아침식사 방으로 넣어준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또 내려왔어요?"
아침에 일어나 할 일도 없고 배도 고파왔기에 식당으로 내려가던 나는 여관주인의 말에 예의 그 친절한 미소를 지어주어야 했다.
어제 줬던 금화의 영향인지 나는 오늘따라 더 살갑고 친절한 여관 아줌마에게 장님취급을 받으며 빈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또다시
눈이 보인다고 말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괜히 귀찮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입을 다물었다. 내가 내 입으로 눈이 안 보인다 이
야기 한 것도 아니었고 다만 너무 흐릿한 눈 색깔에 지레짐작 했을 뿐이니깐.
"뭐 먹을거에요?"
"어제 먹었던 양고기 맛있던데 그걸로 주세요."
아줌마는 이제 적응이 됐는지 알겠다며 주방으로 갔지만 다른 테이블에 손님들은 그게 아닌지 아침부터 식성 좋게 양고기를 먹어
대는 사람이 보기 위해 연신 나를 힐끔거렸다.
'웬만하면 익히지 말고 생걸로 주세요!'라고 덧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 여기 더 머물지 떠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에 참았다. 아침에 고기를 먹는다는 것만으로 저렇게 처다 보는 사람들인데 생고기를 먹었다가는 마녀로 취급 받았겠군, 그래도
마지막 식사는 꼭 생고기로 먹어야겠다.
배부른 아침 식사 후에 나는 또다시 침대에 누워 고민에 빠졌다.
처음에는 당장 이 마을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짐 챙기기가 귀찮아 잠시 누웠더니 그세 떠나기 귀찮아 졌다. 마땅히 하루 빨
리 가야하는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으니 처음에 맘먹었던 데로 인간들을 구하고 가자란 생각이었다. 말이 인간들을 구하자는
거지 뱀파이어에게 분풀이나 하고 천천히 가자는 속셈이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도 고위 뱀파이어가 관여되어 있는 일이 분명해 보였기에 불안하긴 했지만 인간세계에 내려와서 이
정도로 구미 당기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기가 섞인 공기를 마신 것만으로도 몇 달째 뜸 했던 예언이 보였으니 조금 더
머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오늘은 예언에 나왔던 그 뱀파이어부터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작은 배낭 속에서 단도를
꺼내어 손끝에 조그만 상처를 냈다. 곧 상처에서 붉은 피가 맺혔다. 이정도면 충분했다. 내 피에서 나는 모지주의 냄새에 이 마을
에 사는 거미란 거미는 다 모여 들것이다.
거미들이 냄새를 더 잘 맡게 하기위해 창가에 다가갔던 나는 급히 피를 빨아 마셔야 했다. 지금처럼 밝은 대낮에 거미 떼가 다니면
저 밖에 사람들이 모두 기겁할 것이기에...
"으악!!!"
일찍 피를 마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벌써 냄새를 맡고 찾아온 녀석들이 있는지 창밖과 아래층에서 연속적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빠른..녀석들...
나는 한가한 오후 시간을 타로를 보기위해 찾아온 녀석들의 운세를 봐주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엔 모두 엉터리라며 소리를 지르고
나갔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처음에 타로를 봐줄 때는 흥미로운 눈길로 나를 지켜보던 여관 주인아줌마 역시 내가 엉터리라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았다. 처음엔 눈도 안 보이는 소녀가 타로카르를 알아맞히는 것이 신기했지만, 계속 한 카드만 나오고 있으니 눈먼 장님이 사기
를 치고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어느덧 노을에 거리가 붉게 물들고 가게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손님들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카드를 챙겨 넣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꼬마와 갔던 길을 기억을 더듬으며 걸었다.
"야!"
날 부르는 거라 생각도 못했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헉, 헉 야! 야이 사기꾼이 들은 척도 안 해! 흐억"
뒤에서 내 어깨를 잡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손을 비틀어 버렸다. 하지만 내 어깨를 잡은 손의 주인이 어제 타로를 봤던 녀석들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풀어주었다.
"왜?"
녀석은 내 물음에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냥, 눈도 안 보이는 녀석이 위험하게 혼자 다니니깐..."
"흐음, 별로 안 위험해. 할 말 없으면 간다"
내 말에 녀석은 더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 거렸다.
"왜 더 할 말 있어?"
"아니, 어제는 미안하다고"
"아냐, 됐어. 나라도 죽음의 카드가 나오면 그럴 거야"
"근데...진짜야? 나 죽어?"
녀석이 묻고 싶었던 것은 이것인가보다. 온 방향이 내가 왔던 방향인걸 보니 날 찾아 여관까지 갔다가 오는 길인것 같았다.
불안한 그녀석의 얼굴에 나는 놀리고 싶은 마음이 내 안 깊은 곳에서 부터 피어 올라왔다.
"미안해..."
나는 미안한 듯 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알 수 없는 사과를 했다. 내 말에 녀석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참이 지나도 움직일 줄 모르
기에 나는 녀석을 두고 갈 길을 가버렸다.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뱀파이어를 놓칠 수 는 없었다.
익숙한 골목에 도착하자 나는 가방 속에서 단도를 꺼내 반나절 만에 아물어버린 손가락 끝에 다시 상처를 냈다. 피가 고이기 무섭
게 벽을 타고 내 곁으로 내려오는 거미들이 보였다.
"귀여운 내 새끼들, 잘 지냈어?"
내 말에 거미들은 대답이라도 하듯 다리에 나있는 털을 비벼 마찰음을 내었다.
곧 골목길 바닥은 물론 벽까지 까맣게 들어선 거미들을 보며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내 피를 나누어 주
기 위해 상처에서 거미줄을 뽑듯이 피를 뽑아내어 거미에게 뿌렸다. 녀석들의 등에 닿은 피는 금방 녀석들의 몸으로 흡수되었고
그렇게 피를 흡수한 놈들은 뱀파이어가 떨어질 자리에 모여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쳐진 거미줄은 일반 거미줄과 다르게 뱀파이어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강했다. 하급 뱀파이어는 특별한 덫을
놓을 필요도 없이 말 그대로 거미줄이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새벽이 기다려지는군.
Belita's COBWEB ; 거미줄
고요했다. 달빛만 가득한 마을은 너무 나도 고요했다. 이런 마을에서 곧 살인이 일어난다니 내가 본 예언이 개꿈인가 하는 생각까
지 들었다.
-타닥타닥
"헉, 헉"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사라져버렸다.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골목 끝에서 한 사내의 그림
자가 졌다. DEATH카드가 처음 나온 그 사람이 확실했다. 골목어귀에서 숨을 돌린 남자는 곧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
예언 때는 듣지 못했던 작은 발자국 소리까지 들려왔다. 지붕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달빛이 가득 한
밤에 산책이라도 나온 듯이,
이쯤에서 뱀파이어는 사내의 앞으로 뛰어 내려야 하고 사내는 비명을 지를 것이다.
"아악!"
그러나 지금은 사내의 비명소리가 아닌 뱀파이어의 절규와 같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앉아있던 지붕위에서 사뿐히 뛰어내려 뱀파이어에게 다가갔다.
뱀파이어는 피를 마실 생각에 잔뜩 흥분한 듯 송곳니는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눈에는 핏줄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몸부
림치면 칠수록 감아드는 거미줄을 두고도 눈앞에 있는 먹잇감에 대해 으르렁 거릴 뿐이었다. 철저히 피에 대한 본성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두고 넘어져있는 사내를 일으켰다.
"하아, 하아"
사내는 아직 거친 숨소리만 내뱉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에가"
"감, 감사합니다"
사내는 날 알아보지 못하는 건지 연신 고개를 숙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 끝으로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나는 다시 거미를 불러들였다. 순식간에 모여든 거미들은 그녀의 몸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고 곧 그녀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이걸 여관으로 가져가야하나?"
나는 머리카락 하나도 보이지 않는 뱀파이어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다른 뱀파이어들이 눈치 채기 전에 옮겨야 할 텐데 여관
에 가져가긴 찝찝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이 큰 누에고치를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특히 여관주인 아줌마
가 요주의 인물이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한참을 앉아서 고민하던 나는 고민해봤자 마땅히 숨길 곳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뱀파이어를 들어올렸다.
"아, 생각보다 엄청 무겁네"
무척이나 키가 컸기 때문에 작은 체구의 몸으로 들기에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어"
결국 뱀파이어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끌고 가던 나는 골목을 빠져나오자 말자 멈춰야 했다. 집으로 갔다고 생각했던 그 녀석이 골
목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 봤냐?"
녀석은 죽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대로의 창백함을 유지하고 서 있었다. 아까 도망갔던 그녀석이야 정신이 없어 헛것을 봤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지만 이 녀석은 어쩐다...
"위..험할까봐 따라 왔...는데"
Belita's COBWEB ; 거미줄
AUTHOR. 돌아온꽃미녀
첫댓글 가져가기 귀찮으면 땅을 파고 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수도...(조폭식으로 말이죠^^;)
ㅋㅋㅋ분풀이를 한 후에는 묻을수도^^; 소설이 어중간한데서 끝났죠? 도저히 끝을곳이 없어서요...하하^^;;
이거.. 무서워서 보겠어요?!..... 밤 12시에 보면.. 무서울꺼같아요 ㅠㅠㅠ
헉 ㅠㅠ무섭나요? 무섭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