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묘년 정초부터 매출 5조원을 자랑하는 우리 회사에서 갓 피어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짚 밟아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1월 12일, 1년간 트레이닝을 마친 15명에 대한 인턴사원 인사명령이 있었습니다. 인턴사원제는 여천NCC 창사이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날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고 1년간의 인턴생활을 무사히 마쳤지만 3명은 인사발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 청년과 두 명의 동기생들이 정식사원으로 입사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두명의 동기생은 처음 입사때 건강상의 이유로 정밀 검진결과 이상이 없어 다음날 정식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한 청년입니다. 그는 그 동안 정들었던 직장에서 쫓겨나 짐싸들고 집으로 떠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인턴사원제가 노동권을 유린하는 노예계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체험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에틸렌 3담당은 5연 연속 생산성 대상을 받는 가장 안전한 부서로 타의 모범적인 부서입니다. 그곳에서 1년간 뺑이치며 정식사원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후배는 참으로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인턴기간 동안인 작년에는 3공장을 두 배에 가깝게 리벰핑 했기 때문에 다른 동기생들보다 두 배로 더 q발로 뛰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에틸렌 공장은 특성상 넓은 AREA와 많은 업무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현장을 익히느라 발톱이 두개나 빠져가면서 말없이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익혔습니다. 선배사원들 역시 사람이 없으니 네 몫을 해야 한다며 이왕 입사한 이상 확실히 배우라며 동생처럼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촌놈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애들답지 않게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것은 그의 해고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현장의 많은 선배사원들이 보는 견해임을 밝힙니다.
눈이 큰아이, 눈이 커서 남보다 겁이 많아 보였지만 그는 배낭을 메고 에틸렌 공장 타워 중 가장 높다는 98m의 프로필렌 빅-타워를 당당히 올라갔고 다른 장난감 같은 여러 타워들도 인스펙션을 따라다니며 차근차근 배워갔습니다.
또한 신체리듬이 깨지는 교대근무에 투입되고서도 적응도 빨랐습니다. 그 친구는 멘토에게 올려야 하는 레포트외에도 교대대리의 지시에 따라 에틸렌공장 P&ID를 그리며 총무팀 제출하는 레포트와 부서제출용 현장트레이닝 레포트 2가지를 열심히 쓰며 묵묵히 일했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왜 그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현장사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를 대야 합니다.
단지 현장에 들리는 풍문으로는 ‘근무태도불량’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합니다. 또한 싸가지가 없다. 조합에 글을 올렸다. 동료들과 술자리를 기피한다. 면접 때 늦었다 등등 팩트와 다른 소문이 그의 해고 이유로 덧씌워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쫓겨난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억울한 누명까지 둘러써야 하는 건가요? 제발 잘 모르면 남의 말을 좀 좋게 합시다. 배울 만큼 배운 지성인답게….
또한 계속적으로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그의 멘토와 담당 팀에서 점수를 너무 낮게 줬다고 하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향후 부서원들이 받는 심리적인 공황상태는 더욱 크리라 생각됩니다. 그의 멘토가 맘에 안 들었는지는 몰라도 너무 점수를 낮게 줬다는 말도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결정적인 결과라면 이는 너무 잔인하고 가혹한 처사로 보여집니다. 만약 진정 그랬다면 잘못을 타일러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멘토와 선배사원들의 역할일 것입니다. 왜냐면 한 사람의 불행은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취업규칙이 왜 있습니까? 회사 취업규칙상에는 분명 채용후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치면 정식사원이 되도록 한 인사채용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졸사원인 연봉제와 고졸사원인 기능직은 이중적인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대졸로 뽑은 사원들은 인턴제가 없이 채용후 3개월 후면 정식발령을 받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노트북까지 지급된다지요. 그런데 쟁쟁한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졸로 인정받은 기능직 사원들은 1년간의 인턴사원제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는 인턴사원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기능직 사원들의 교대근무 적응 테스트 기간이라고 했는데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번 기수 앞서 뽑은 선배들이 교대근무를 시키기 위해 뽑았는데 못한다고 하니까 1년동안 트레이닝 기간을 통해 교대근무 적응 여부를 판단한다 해서 전 집행부가 묵시적인 동의를 해준 걸로 기억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향후 들어올 인턴사원들에게 뭔가 본 떼를 보여주기 위한 시범케이스 인가요? 그렇다면 조합에서는 이러한 인턴사원제를 또다시 방치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친구와 관련 얼마 전 일입니다. 신입사원들이 총무팀으로 발령되기 이틀전 나이트오프를 맞은 교대조원이 단체로 제주도 한라산으로 신년맞이 산행을 갔답니다. 그들은 정초에 민족의 영산 한라산에서 당찬 새해 계획도 세우고 왔답니다. 흩날리는 눈발을 원 없이 보고 맘껏 술도 마시고 아름다운 추억을 보내고 온 그들……그런데 이것이 영원한 이별여행이 될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여천NCC 인턴1기에서 낙오된 한 청춘이 울고 있습니다. 발표되는 날 부서에서 유난히 큰 그의 눈시울에 그렁그렁 맺혀있는 눈물을 보고 너무도 맘이 아팠습니다. 달리 해줄 말도 없고 위로할 방법도 몰라 이런 말로 그를 달랬습니다.
“못난 짜식, 사내대장부가 함부로 눈물을 질질 짜는 것이 아니여! 너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니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어찌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 젊은 청춘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
첫댓글 YNCC 사람들 멋지네요
멋지네요, 이런 선배님들 밑에서 저도 근무해보고 싶네요
bng돋네
참... 골이 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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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란게, 회사에선 그냥 인턴 이지만, 한 개인에게 있어서는 1년간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일을, 매일 매일을 가슴 졸이면서, 미친듯이 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개같이 일하는게 , 정규직 전환전 인턴이죠.
가지고 있던 직장도 버리고,가족도 버리고, 옆에 있지 않아서 모르겟지만, 월차한번 못써보고, 몇달 내내 쉬는날도 없이 군소리 없이 일하기도, 화장실도 눈치보며 가는, 인턴들 정말 많습니다.
인턴기간 최대한 줄어 들길...간절히 기원합니다 -
이래서 노동조합이 있어야 보네..
진짜 가슴이 뭉클하네요...저도 격을수 있으니....
인턴사원이나 계약직사원 채용해서 1년이상 열심히 일해도 대부분 계약연장이라던지... 아니면 짤리더군요. 정규직전환은 극소수만 해당된다고 들었네요.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지금 창원 xx 중공업에 정직을 기준으로 일용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 불투명한 미래.. 하지만 남다른 각오로 열심히 해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