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듣고, 보고 한 일
8년 전, 중동에 파송한 선교사님의 스물일곱 번째 편지가 왔다.
그동안 기도 후원과 마음 써 주심에 대한 감사와 안부 인사였다.
계절의 바뀜처럼 하나님께서 행하실
새 일을 소망한 현장 소식은 늘 감동이었다.
읽고 또 읽고 사진을 보고 답을 보냈다.
‘선교사님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네요.
중요한 비자 연장하느라 수고하셨네요.
감사할 일이고 4D 프레임 사역에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장애우 자원봉사는 약한 자를 통해 일하실 하나님의 섭리인 것 같네요.
새롭게 사귄 르완다 형제의 아픔을 공감하며 온전한 회복 위해 기도할게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사역 이어 가세요.’
‘목사님, 감사합니다.
광주신광교회 모든 분들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합니다.
신 장로님도 완전히 회복되시길 바라고
모두가 주님 안에서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원합니다.
늘 기도와 사랑 부어 주시고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 강건하세요.’
주일 광고 시간, 편지를 프로젝트에 올리고 읽어 드렸다.
연로하신 분들 위한 예우였고
선교에 동참한 분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었다.
읽을 때마다 뭉클하기에 매달 선교 비를 먼저 챙겨 보낸다.
이곳의 편한 생활에 비해 낯설고 물 설은 타지의 삶을 그리면 늘 미안하다.
올해 자녀 교육비 조금 올렸지만 부족할 것이라 여전히 기도할 뿐이다.
교회 재정은 하나님께서 채우셨다.
주월동 가는 교회 버스를 놓치고
뒷자리에 앉은 권사님이 찬양과 말씀에 은혜를 받았다.
예배 마치고 나가며 오후에 들리겠다는 여운을 남겼다.
점심 먹고 쉬는 시간, 사택 일반 전화받고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헌금 봉투를 내밀어 이름이라도 써 달라고 권했다.
기도 제목을 물었다.
‘목사님, 아들이 학생회 때 믿음 생활 잘했는데 지금은 말하면 부딪쳐요.
결혼하여 인천에서 부부 교사로 근무하는데
크리스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천주교에 마음을 품어 안타까워요.
요즘 쌍둥이 낳아 길러요.
아이를 통해 하나님 은혜 체험하면 좋겠어요.
남편 영혼 구원 위해서도요.’
오직 기도로 사셨다.
당뇨로 시력이 약해 인슐린 맞으며 매일 철야하며 애국하는 교회를 다녔다.
여 목사가 ‘7대 명절로 나타난 그리스도’ 설교 중에
‘모가지를 썰어 버린다.
여러분 영혼 사랑해서 그렇다’는 소리에 기가 막혔다.
상식과 합리적인 사고의 부족이었다.
또 수시로 김록0 목사 유튜브 연결해
기도한다지만 그 편향성에 우려되었다.
광화문 집회 참석과 꿈을 신비하게 여김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받아들임 같았다.
교리 문답서 한 권만 읽어도 하나님이 귀하게 허락한 일상성을 알 건데..
며칠 전, 트레이드 밀에서 25Km를 1시간 32분(평균 3분 38초)로 달렸다.
나이 들며 매일 20Km 이상 뛰는 일이
우려되어 밴드에 올리고 고수들 조언을 구했다.
초고수라는 반응과 함께 입상 가능한 실력자로 여겼다.
마라톤 20년 경력자요 10킬로 입상한 트레이너의 조언을 들었다.
근력 운동(70%)과 달리기(30%)와 휴식을 권했다.
운동, 영양, 휴식, 수면, 회복, 라이프 스타일,
긍정적인 마인드를 원하며 추천한 책과 유튜브를 봤다.
확증 편향성으로 건강을 해칠 우려 때문에 그 조언을 따랐다.
들음은 복된 삶의 비결이었다.
수요 예배 후 고참 권사님이
‘말라빠진 화분을 예배당에 방치해 둔다’고 구시렁거렸다.
청소 당번 두 권사님이 듣고 다음 날 오셨다.
‘목사님! 화분이 무거워 꼼작 안 해요.
무조건 밖으로 옮겨 주세요. 포근할 때 없애 버리게요.’
근력 키운 힘으로 돌덩어리 같은 화분을 들어 날랐다.
이마와 등골에 땀이 났다.
화초는 가위질하여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흙, 마사, 스티로폼을 분리수거해 창고에서 꺼낸 마대 부대에 넣었다.
박 권사님이 달라 한 마사는 따로 챙겼다.
화분 받침대는 세재로 닦았다.
수돗가에 묶은 질그릇 화분도 정리해 창고에 들였다.
김 장로님 오시면 남창 계곡으로 보낼 것이다.
고참 권사님이 보고 다시 구시렁대지 않게 속 시원히 치웠다.
안팎이 훤했다.
화장실 묶은 때까지 닦은 봄맞이 대청소 후 권사님이 내민 귤을 까먹었다.
일하고 나서 허기졌는지 유난히 달고 맛났다.
다음 날, 신 권사님 회갑 상차림에 초대받아 갔다.
상무지구에서 신장개업한 지인의 식당이었다.
깨끗하고 환한 분위기가 좋았다.
조촐한 자리지만 아이보리색 케이크에 촛불을 켰다.
하 집사님께서 먼저 기도해 달라는 요청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했다.
사랑을 담아 축하 송 부르며 박수를 쳤다.
별나게 예쁜 케이크라고 좋아한 모습에 봉투를 건넨 분도 계셨다.
커팅 후 나누며 식당 종업원들까지 드렸다.
숯불에 구운 갈비 맛이 별미였다.
추가시켜 배부른데 후식으로 냉면까지 나와 저녁은 굶기로 했다.
오후에 모처럼 장로님과 두암동 할머니 집 심방을 갔다.
장로님과 함께 오른 계단이 다른 때보다 가파르게 보였다.
요양 보호사와 함께 계셨지만 할머니가 구석구석 청소한 흔적이 보였다.
장로님을 보더니 갑장 아들이라고 반기셨다.
‘워메, 엄마 돌아가시고 혼자 어째 사요.
시상에도 좋은 양반이 먼저 가셨어라.’
눈물 바람 하시며 ‘목사님, 난 왜 얼릉 안 죽는다요.’
함께 기도해 드리며 예배 참석을 권했다.
다리 부기가 많이 빠졌다.
‘따뜻한 야채 죽 드시고 힘내시면 모시러 오겠다’고 했다.
함께 사는 아들이 동행하면 좋으련만 늘 술을 즐긴 모양이다.
헌금을 아내가 받아 나오며 ‘반은 다음에 하시라’고 돌려드렸다.
2023. 2. 1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