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항구, 공항. 이 이름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소였다. 그러나 예전의 우리에게
이곳은 설레는 만남의 광장이기보다,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이별의 무대인 적이 더 많았다.
기차가 덜컹이며 플랫폼을 떠나는 순간, 배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항구를 벗어나는 순간, 그리고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는 순간마다 사랑은 떠나고 그 자리엔 지독한 그리움만 남았다.
1960~70년대, 교통수단이 귀하고 먹고살기 팍팍했던 시절에 외지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꿈과 생존을 위한
돌파구였다.
촌락의 청년들은 서울이라는 화려한 도시의 꿈을 꾸었고, 어떤 이들은 외항선을 타거나 태평양 너머 아메리카로
향하는 큰 꿈을 꾸었다.
당시 잘나가는 집들조차 미국 이민을 동경하곤 했다. 마이카와 수영장, 푸른 잔디밭이 딸린 넓은 집, 그리고 온갖
물자가 지천인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 꿈을 향해 누군가는 떠나야 했고, 남겨진 이들에게 항구와 공항은 늘 애틋한 슬픔이 서린 아픈 손가락 같은
곳이 되었다.
내게도 공항은 설렘보다는 '먹먹함'이라는 단어로 각인되어 있다. 대학 시절 미팅에서 만난 한 여학생, 서로에
대한 호감이 막 싹트며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던 풋풋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다음 달에 가족과 LA로 이민을 간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만난 지 몇 달 되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쌓인 감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출국 당일, 김포공항 출국장의 먼발치에서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느꼈다. 공항이란 사랑이 떠나고 그리움만 남는 곳이라는 것을.
세월이 흘러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이제 기차역은 여행의 설렘을 싣고 달리는 시작점이 되었고, 항구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향하는 길목이, 공항은 가족과 연인이 즐거운 추억을 쌓으러 가는 축제의 장소가 되었다.
가난과 이별의 눈물로 얼룩졌던 장소들이 이제는 환희와 기대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가끔은 화려해진
공항청사의 유리창 너머로 이별의 가슴아픈 순간들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풍요로운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애틋한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남아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오늘의 팝송> L.A. International Airport / Susan Raye
L.A. International Airport는 1971년 Susan Raye가 발표한 컨트리 곡으로, 공항에서의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원곡은 David Frizzell이 1970년에 불렀으나 알려지지 않았고, Susan Raye 버전이 히트했다.
Susan Raye는1944년생으로 여성 컨트리 가수다. https://youtu.be/Aj8f30Iguw0
첫댓글 잘듣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백운동님.
좋은 하루 되세요...
본문글 뮤직 즐감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라이즈님.
좋은 하루 되세요...
읽고나니 왜 갑자기 이 영화와 음악이 생각 나는지. 올려 봅니다.https://youtu.be/pm5Ic26wlUM?si=wSyYPdCo1Iye6HbM
PLAY
잔잔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영상과 음악입니다.
잘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커쇼님.
좋은하루 되세요...
🎶 🎧 즐감
저 당시 아메리칸 드림이 컷고
"나성에 가면은 편지를 보내세요."
라는 노래도 유행이었어요.
미국만 가면은 팔자를 고치는 줄 알았죠.
저 당시 미국에 가서 좋은 차 태워주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에 넘어가서 결혼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70년대 후반에 한참 라디오방송을
탄 곡이라 귀에 익습니다.
당시에는 모두 미국가면 팔자고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유학도가고 이민도 가려고 애쓰던 시절이었죠...
감사합니다. 시니방장님. 좋은하루 되세요...
제가 70학번이니 당시에 한창 들었던 음률입니다
들으며 그때의 풍경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인생이 상상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운명, 팔자라는게 있다고 봅니다ㅎ
한사람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면
내 인생이 살아지는 줄 알았지요 ㅋ
사용하던 연탄집게도 필요할줄알고 갖고다닌 무지한 사람이ㅎ
영어한마디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던 사람이
허허 넓은 들판, 망망대해에서 한생을 살게될줄~
넓은 자연의 세계를 즐기며 노년의 시기를 보내게 될줄을~ ㅋ
그려볼수도 없었던 세계에서
추운 겨울 깊은 눈속을 즐기며 살아낼줄~
정말 꿈같은 현실을 갖은 운명이 될줄을~ ㅎㅎ
(지난주에 가서 놀다온곳-해발1800m에서)
당시만해도 미국가는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었죠...
삶이란 것이 평온히 흐르다가도 어떤 때는 운명처럼 예측불허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노년을 캐나다의 광활한 자연과 벗하며 지낼 수 있는 것도
큰 복입니다.
감사합니다. 캔디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