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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붕어 빵을 먹다 금잉어빵을 샀다. 천 원에 세 마리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따끈따끈하다. 처음 나왔을 때는 붕어빵이더니 금붕어빵으로 개명을 했다. 지금은 또 진화하여 잉어빵에서 금잉어빵이 되었다. 도낀개낀이지만……. 붕어빵을 풀빵이다. 처음 풀빵은 주로 국화빵이었다. 붕어빵은 따끈따끈했을 때 먹어야 한다. 식으면 시르죽어 풀빵의 맛은 어디에도 없다. 따끈하게 부풀어 올랐을 때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먹는 것은 자유다. 머리부터 잘근잘근 베물어 먹던 꼬리부터 먹던 그건 먹는 사람 취향이다. 나는 머리부터 먹는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하지 않던가. 배때기부터 먹을 때는 뜨거운 팥앙꼬에 조심해야 한다. 까딱 잘못하면 입안을 데기 십상이다. 겨울철 거리 주전부리에 주로 군고구마나 호떡, 풀빵이었다. 지금은 군고구마는 사라지고 호떡이나 붕어빵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것들은 서민의 음식이다. 사 가지고 간 붕어빵 세 마리는 집사람과 한 개씩 먹으니, 1개가 남았다. 서로 양보하며 미루다가 결국 붕어빵 1개는 물 밖으로 나온 붕어처럼 축 늘어져 죽어 있었다. 우리의 죽음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체온이 빠지면 죽듯이 말이다. ‘서울’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 과연 서울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대문, 궁궐, 남산타워, 롯데타워, 비원…. 그런 것들은 어느 나라에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서울에 남대문이 있다면 파리에는 개선문이 있다. 부산에 영도다리가 있다면 영국에는 런던다리가 있다.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진짜 명물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호미 만드는 어느 골목의 오래된 대장간, 새벽부터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살을 떡메로 치고 가래떡을 연신 뽑는 떡집, 한국에만 있는 골목골목의 장인 정신의 풍정(風情)과 진경(珍景)이 아닐까 한다. 오방색으로 비벼지는 비빔밥이나 김밥. 오방색은 음양원리에 위한 5가지 색깔이다. 동청(東靑), 서백(西白), 남적(南赤), 북흑(北黑), 中央黃(中央黃) 이다. 김밥에는 이 오방색이 다 들어가 있다. 시금치(청색), 단무지(황색), 당근이나 우엉(적색), 흰밥(백색), 김(흑색)이 조화롭고 오묘하게 들어가 있다. 이즘 주장하는 카로틴, 안토시안, 블랙 푸드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터득한 셈이다. 노랗게 잘 구워진 붕어빵을 먹는다. 밀가루 반죽은 흰색, 팥앙꼬는 붉은색, 붕어빵 틀은 검정색이다. 잘 익은 붕어빵은 노랑색이다. 나는 붕어빵을 한 마리 먹더라도 오방색의 조화로움 속에 먹는다. 김장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오방색 음식이 아닌가 한다. 청적흑백황이 골고루 다 들어가서 버무려진 수퍼 푸드가 아닐까 한다. 하기야 몸에 좋은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국인은 수퍼 푸드를 놓칠 리 없다. 남미 원주민의 주식인 퀴노아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정작 원주민은 못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은 조화이다. 조화로우려면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균형이 맞는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다. 『식사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을 쓴 비 윌슨은 좋은 식사를 이렇게 말한다. ‘수퍼 푸드’ 꼭 좋을까?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자 라고.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구워 먹지….” 라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너무 새로운 맛에 연연하지 말자. 날마다 TV는 맛집 탐방으로 아침저녁으로 도배질을 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와서 한번 먹어보고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며 “맛이 끝내 줘요!” 하는 모양새도 이젠 그만 보았으면 한다. 한두 번 먹고서 뭐가 그리 대단한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하기야 집에서 빈대떡 한 장 구워먹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빈대떡이란 오방색으로 어우러진 재료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을 구워 먹기란 영 글렀다. 보고 빈대떡을 구워 달랬다간 그 지청구를 어떻게 다 받으랴! 아예 마트에 가서 냉동 빈대떡 사다가 막걸리 한 잔에 시름을 실을 수밖에 없겠다. 그전에는 돈 없는 사람이 먹던 빈대떡이 이젠 진짜 녹두빈대떡은 돈 있는 사람이 먹게 되었다. 그저 밀가루에 부침가루 섞은 파전이나 먹어볼랑가? 근데 칼국수에 칼이 없듯이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곰국은 곰고기로 끓인 국이 아니듯이……. 왜 그럴까? 삼성병원이 추천하는 면역력 강화 수퍼 푸드는 ‘버섯, 단호박, 사과, 감, 당근, 무, 고등어’ 하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신종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데 고등어나 한 손 사다가 무와 시래기 넣고 바특하게 지져 먹어야 하겠다. 등푸른 생선에다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가 고등어에 그리도 많단다. 거기다가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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