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비처럼>은 권혁주 작가의 네이버 연재 두 번째 작품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간 연재되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은 <그린스마일>로 제가 보지 못했는데, 검색해보니 <움비처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다면 <그린스마일>의 캐릭터를 <움비처럼>에서 다시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인과관계에 맞겠습니다. <그린스마일>도 한 번 챙겨봐야겠네요.
<움비처럼>은 권혁주 작가 스스로가 밝혔듯이 "시와 만화의 경계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에필로그)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시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을 만화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있지요.
본 웹툰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캐릭터들입니다. 저마다의 성격이 잘 형상화되어 잡혀있죠. 소심하지만 고민도 품는 처럼, 꿈을 쫓아 분투하는 에밀리, 자기만의 길을 걷는 도도, 상남자 까뮈, 순정남 에코, 그리고 귀요미 움비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개성이 겹쳐지지 않고, 서로의 경계와 접점이 잘 잡혀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독자들을 수동적인 입장에 고정시키지 않고 자신의 작업 세계에 동참시켰다는 점입니다. 권혁주 작가는 몇 차례 백일장을 열어서 네티즌의 창작시를 받았고 그 중 몇 작품을 골라 직접 작업을 했지요. 오프모임에서 낭독회도 했더군요. 기라성 같은 시인들의 시들도 훌륭했지만, 아마추어틱하지만 그럼에도 더 일상적이고 공감이 되는 네티즌들의 자작시도 좋았습니다. 같은 작가 지망생으로 많은 자극이 되었고요. 역시 저는 멀었다는.
2
앞서 이야기 했듯이 <움비처럼>은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래서 시의 여러 주제와 특징에 맞게끔 매칭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협소하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움비나 처럼, 에밀리, 에코 등 귀요미 성향의 캐릭터들이 아무래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시를 독해하는 수위가 다소 얕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웹툰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젊은 독자가 많고 그래서 가벼운 독법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경향을 이해한다고 해도 조금은 풍성했다면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시는 교훈에만 복무하지도 않고 때로는 그 자체가 폭력을 품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힐링'으로 독해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성격을 가진 웹툰이기도 하죠. 하지만 시를 다루었다면 '힐링'이면의 것도 충분히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실제로 인용한 시들 중 그런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도 꽤 있었고요. 저의 과한 욕심일까요?
그럼에도 이 웹툰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습니다. 사실 작가 스스로도 시를 마냥 어렵게만 여기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회적 흐름이 안타까워서 이런 구상을 했다고 밝혔고요. 그런 작가의 목표는 충분히 성취했다는 생각입니다.
짜임새가 아주 좋거나 혹은 완성도가 대단하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종종 아무 페이지나 꺼내 보고 '깊은 심심함'에 들어가 작은 사색의 계기가 되어 주기에는 요긴하지 않을까 합니다.
첫댓글 님 블로그도 하시죠?
아, 네.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