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일상에 지쳤을때 듣는 음악은 우리를 부드럽게 위로한다. 음악을 통한 당신의 내면 여행을 위해 특별한 경험이 담긴 '사운드 스페이스'를 소개한다.
입력 : 2017.04.04 17:45
[Place: 하이엔드 오디오부터 이어폰까지..귀가 호강하는 '사운드 스페이스']
에프엠어쿠어스틱스,골드문트...스위스 오디오 명가의 10억대 사운드 감상 파인에이브이,오디오갤러리...입문자,마니아용,다양한 브랜드 한자리에 "직접 들어보고 내게 맞는 제품 구입"...이어폰, 헤드폰 청음하는 매장 생겨
'음악은 영혼을 자극하는 힘을 갖고 있다. 사람은 음악의 힘에 낚여 실제로 자기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도 가능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때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얻고, 설레고 행복한 순간 음악을 들으며 기쁨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의 글귀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지만 좋은 음악을 제대로 듣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비슷하다. 터치 한 번이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오래된 CD나 LP 음반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자처하거나 고가의 오디오에 비용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소리 마니아를 위한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어폰부터 헤드폰·스피커까지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직접 청음(聽音) 해볼 수 있는 공간, 고가 하이엔드 오디오를 시청(試聽)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귀 호강에 전문가의 조언까지 따른다. 기본적으로 제품 판매를 위한 공간이지만, 아늑한 분위기 즐기러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별한 경험과 즐거움이 기다리는 ‘사운드 스페이스’를 소개한다.
소수를 위한 품격, 최적의 조건에서 감상하는 최고의 소리
하이엔드 오디오를 즐기는 건 소수의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수억, 수십억을 호가하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오디오가 진가(眞價)를 발휘하기 위해선 최적화된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에프엠어쿠스틱스(FM Acoustics) 플래그십 스토어(02-517-9082)가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세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위스 명품(名品) 에프엠어쿠스틱스 제품들을 최상의 조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청음 공간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초대된 듯한 기분으로 레이 찰스, 퀸, 빌리조엘, 롤링 스톤스, 스팅이 사랑했던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총 3개(231㎡, 약 70평) 청음실로 구성돼 있다. 모델과 시스템 구성에 따라 3억~13억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구비돼 있다. ‘억’ 소리 나는 가격에 압도되는 건 찰나일 뿐 진짜 압도되는 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다.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은 마치 3차원으로 귀와 머리, 가슴을 때린다. 익숙한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들을 땐 여태 듣지 못했던 소리가 밀려왔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실황을 들을 때는 마치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홀로 순간 이동한 듯 생생했다.
에프엠어쿠스틱스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골드문트의 제품을 감상해볼 수 있는 청담동 골드문트(Goldmund) 플래그십 스토어(02-516-9081)도 있다. 스티브 잡스,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마돈나 등이 사랑한 골드문트는 직선적이면서 힘이 넘치는 소리로 각광받는 브랜드다.
그림이 걸려 있는 넓은 공간이 갤러리 같다. 모델과 시스템별로 총 5개의 청음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거실처럼 편안하게 꾸며진 각각의 공간에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영화나 공연 DVD도 재생해볼 수 있다.
메인 청음 공간인 아폴로그룸에선 골드문트의 최고 사양인 아폴로그 애니버서리(Apologue Anniversary)를 만날 수 있다. 아폴로그 모델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에 단 25조(條)만 출시된 제품으로 스피커 가격만 6억5000만원, 아폴로그룸 전체 시스템은 10억원에 달한다. 두 곳 모두 전화로 예약 후 방문 가능하다.
다양한 브랜드의 소리를 한 공간에서 듣는다
여러 브랜드와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청음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삼성동 파인에이브이(02-6959-3815)에선 입문자를 위한 오디오부터 마니아를 위한 하이엔드 오디오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한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다. 입문자를 위한 오디오가 모여 있는 청음 공간이 따로 있고, 또 다른 시청실은 스피커와 앰프 등 시스템을 맞춰서 들어볼 수도 있어 오디오파일(audiophile·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거실처럼 꾸며진 열린 공간도 있다. 여기서 제대로 된 시청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날린 건 빌 게이츠가 선택했다는 독일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엠비엘(MBL)의 2억원대 오디오였다. 대개 스피커는 앞면에서 소리가 나는데,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360도 전 각도로 울려 퍼져 풍성하게 들렸다.
강남구 신사동 오디오갤러리(02-549-9081)는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포칼(Focal)을 비롯해 프로젝트오디오시스템즈, 나그라, 베리티, 데이븐 등 여러 브랜드와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오디오갤러리 나상준 대표는 “오디오는 직접 소리를 들어봐야 하는 제품”이라며 “제대로 청음이 가능한 완벽한 조건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628㎡(약 190평) 규모의 오디오갤러리에는 총 9개의 청음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포칼의 최고 사양으로 이건희 회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랜드 유토피아의 청음실 전체 시스템은 7억원에 달한다. 두 곳 모두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지만 사전 연락 후 방문하면 더 좋은 컨디션에서 시청 가능하다.
카페처럼 꾸민 이어폰 매장까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어폰과 헤드폰,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이어폰, 헤드폰을 직접 청음해볼 수 있는 매장도 인기다. 닥스훈트 2마리와 포메라니안 2마리가 손님을 반기는 서교동 사운드스토어(02-333-9539)는 깜찍한 강아지만큼이나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이어폰과 헤드폰, 블루투스 스피커가 가득하다. 원하는 제품을 자신의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 듣는 일이 자연스럽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지만 발품을 팔며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 직장인 김철규(32)씨는 “매일 집에서도 밖에서도 쓰는 게 이어폰이다 보니 귀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 소리를 들어보고 내게 딱 맞는 제품을 구입하고 싶었다”고 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은 물론 그룹 ‘십센치(10㎝)’ 권정열 등 뮤지션들도 찾는다. 가격이나 제품명으로 생길 수 있는 선입견을 없애려 이름표, 가격표를 없앤 게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매장 직원들과 대화하며 제품 추천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 소니, 보스, 슈어 등 다양한 브랜드, 1만원 이하 제품부터 400만원까지 가격대의 이어폰·헤드폰과 마샬, 뱅앤올룹슨 등의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청음하고 살 수 있다.
이어폰과 헤드폰 전문 편집숍인 청담동 셰에라자드(02-3446-7391)는 다양한 제품을 편안하게 청음할 수 있도록 아예 매장을 카페처럼 꾸몄다. 원하는 제품을 골라 아늑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입문자들도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내며 다양하게 음악을 듣기에 좋다. 젠하이저, 오디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이어폰과 고가의 하이엔드 헤드폰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하윤성 매니저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헤드폰보다 이어폰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용자의 연령대도 낮아지면서 10대들이 고가의 이어폰을 청음해보고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귀 모양을 본떠 만드는 커스텀 이어폰도 인기다. 디자인은 물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이어폰이라는 장점이 커졌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다양한 오디오를 청음해 볼 수 있는 룸도 있다. 예약 없이 방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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