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용문사 은행나무 앞에 서다. 金秀映(김수영)
육순을 넘긴 어머니 딸네 다니러 와서 용문사에 간다.
모레면 군에 갈 막내를 데리고 바람이나 쐬자며, 용문산 그 아래 절집에 가자한다.
팔당대교 넘어 팔당댐 지나 양수리에 이르자, 시퍼렇게 출렁이는 강물을 보며,
가다 서다하는 차에서 자다 깨어 묻는 어머니.
얘야, 이게 웬 바다냐! 길을 잘못 든 게 아니냐?
바다가 아니라 강이에요, 강
날은 흐려 진눈깨비 오다 먹구름 사이로 말간 해가 얼굴을 내밀어 활짝 개었나 싶더니,
용문산 입구에 닿자 계곡에서 눈보라가 몰아친다.
눈도 코도 못 뜨고 눈사람이 되어 소나무 사잇길로 접어들어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일주문에 들어서니, 거짓말 같이 하늘이 열리면서 햇살이 소나무가지 사이로 쏟아진다.
아이고 부처님이 어서 오라고 하시네.
아이들처럼 재잘대는 어머니, 그러나 불전에 닿기도 전에 은행나무 앞에서 입을 떡 벌리고 합장을 한다.
세상에! 천백 살이나 먹은 나무라니!
열 아름도 넘어 보이는 둥치 속엔, 꼭 승천하지 못한 구렁이가 제 몸을 죄며 융융 우는 것 같네.
육중한 몸을 버티려는 듯 굵은 가지 끝으로 땅을 짚고 서 있는 은행나무.
사방팔방 꿈틀꿈틀 뻗어나간 뿌리가 절집을 받치고도 남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