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의사(김여환)가 추천하는 웰다잉 (well-dying) 10계명
1.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양보하지 마세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바로 이 순간 행복해야 합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지 마세요.
순간의 행복을 젊어서 흥청망청 즐기라는 말도,
금방 사그라질 쾌락에 스스로를 내던지라는 말도 아니랍니다.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입니다.
2. 건강할 때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세요
건강할 때 단 한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세요.
죽음을 배우는 지름길입니다.
죽어가는 노인은 곧 사라질 도서관과 같습니다.
그들을 도우면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삶의 비밀을 속삭여줄 것입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죽음이 우리에게 삶을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3. 나쁜 소식도 정확하게 알자
무슨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치료 목표는 무엇인지,
진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급하고, 거칠고, 불같은 성격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보호자들은 환자의 평소 성격이 병세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사실을 숨깁니다.
성격은 인생의 과정뿐 아니라 마지막도 결정합니다.
4. 마지막에 할 말을 지금 하세요
칸트는 “새는 죽기 직전에 슬픈 노래를 지저귀지만
인간은 떠날 때 좋은 말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9·11 테러 당시 인질로 잡혀있던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했던 말은 “I love you” 였습니다.
임종 순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면
남은 이들은 당신을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할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은 마지막까지 아껴두지 말고 지금 하면 어떨까요?
이 세 마디 말이면 삶의 모든 갈등이 사라진답니다.
5. 죽음이 불행인 것처럼 대하지 마세요
병에 걸리는 것도, 주식이 폭락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는 것도
모두 견디기 힘든 슬픔입니다.
죽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슬픈 일이지만 그것을 불행으로 연결시키지는 마세요.
슬픔으로 눈이 멀지 않으면
내 슬픔을 통해 다른 사람의 슬픔을 볼 수 있는 포용력이 생깁니다.
슬픔이 찾아왔다고 해서 인생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이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자연과 하나 되는 것으로 여기는 일은
어려운 경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죽음 앞에서 제대로 슬퍼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6.통증조절을 잘하는 주치의를 알아두세요
병도 고통도 없는 죽음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면 좋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 찾아갈 수 있는 의사를 알아두세요.
육체적 통증과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의사를 친구로 만드는 것은
인생의 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7.건강 할 때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해 보세요
타인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자기 자신과 먼저 소통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마지막과 소통하면 인생의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암이나 치매에 걸리지 않겠다는 바람도,
잠들 듯이 편안하게 죽고 싶다는 소망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죽음의 상황을 바라기보다는 마지막 순간 가슴에 무엇을 담고 떠날지를 상상하세요.
그리고 바로 지금, 그 일을 하세요.
8. 마지막 순간까지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드세요
죽어갈 때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세요.
영화를 보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또 가족을 위해
절대자에게 기도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의미가 있습니다.
9. 당신은 가도 당신의 재산은 남습니다
한 환자가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딸은 그 다음부터 병원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자주 들러서 아버지를 돌봐주던 착한 딸이었는데,
병원에 오지 않는 오빠에 비해 자신의 몫이 초라하자 마음이 변한 것입니다.
남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유언을 남기세요.
죽는 것도 힘들고 억울한데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을 배려하는 일까지 해야 되냐고 되물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인생의 선배가 아니라
먼저 떠나는 사람이 인생의 선배입니다.
후배를 배려하는 여유를 가질 줄 아는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잘 쌓아 올리는 방법입니다.
10. 마지막을 같이하는 웰다잉 보호자를 만드세요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마지막이 외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헛된 만남보다는 단 한 사람의 진심과 만나야 죽음이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웰빙, 웰다잉 보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떠날 때 손을 잡아줄 사람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