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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03
#1. 세진 고시원
세진, 사시책 펴놓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옆에는 형법책 놓여 있고, 그 위에 핸드폰이 얌전히 놓여 있다.
한쪽옆에는 세진 가족이 활짝 웃고 있는 단란한 가족 사진 붙어 있다.
#2. 건물앞 (살인사건 난)
페트롤카, 엠브란스, 요란한 사이렌 소리 내며 서 있고, 사람들, 모여들어 웅성거리고 있다.
정복의 경찰들, 경계하듯 서 있다. 감식반 직원들, 들 것을 들고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긴장되고 긴박한 분위기 느껴진다.
이때, 택시 와서 서고, 찬석, 내린다. 찬석, 신분증을 가슴에 달고 경찰들에게 경례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3. 계단 일각
파출소장으로 보이는 남자, 차반장과 문형사에게 목격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반장, 사체쪽을 보며(차반장은 사체가 있는 곳에서 윗계단에 위치하고 있다) 얘기듣고, 문형사, 수첩에 메모하고 있다.
백형사, 사체주변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고 있고, (카메라로 찍고 있는 순경도 보인다)
하형사, 장갑 끼고, 핀셋으로 주위에 떨어진 휴지와 머리카락등을 증거용 비닐에 담고 있다.
파출소장 : 순찰을 돌던 경비원이 신고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 곳 계단은 평소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찬석, 들어서서 차반장에게 목례해보이면, 차반장, 잠깐 눈길만 주고 파출 소장 보며 뭔가 얘기한다.
찬석, 천으로 덮혀 들것에 실려 나가는 사체를 멈추게 하고, 천을 들춰서 살펴 본다. 2회에 세진부를 협박했던 건달1이다.
그 위로 차반장과 파출소장의 대화 들리고 있다.
차반장(E) : 이 근방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악명높은 사채업자다?
파출소장(E) : 그렇습니다. 얼마전에도 자기 건물 사무실에서 흉기를 든 채무자와 다툼이 벌어졌었습니다.
문형사(E) : 원한 관계가 복잡한 자군요.
찬석, 다시 천을 덮고, 감식반원들 밖으로 옮겨간다.
차반장 : 다들 여기 모여봐.
찬석, 백형사, 하형사, 차반장과 문형사가 있는 곳으로 온다.
차반장 : 백형사와 문형사는 이 건물 주거자들이나 근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탐문을 해보고,
이 형사하구 하 형사는 범인이 아직 근처를 못 벗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쪽으로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한번 돌아봐.
찬석을 비롯한 일동, “예!” 하고 대답한다.
찬석, 예리한 눈길로 계단 여기저기를 살피는.
#4. 거리
호구의 차, 달리고 있다.
#5. 호구 차안 / 도로
현기, 뒷좌석에 앉아 멍한 동공으로 앞만 보고 있다. 호숙, 현기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호구, 운전하며 백미러를 통해 현기를 본다.
호 구 : (괜히 밝고 수다스럽게 떠들어 대는) 우리 누난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두 몰라요.
예전에 우리 집에 불이 나서 이웃 사람들까지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는데, 끝까지 자기 방에서 자구 있는 거 있죠.
현 기 : (앞만 보고 있다)
호 숙 : (자다가 간간히 훌쩍거린다. 꿈을 꾸고 있다)
호 구 : (백미러로 보다가) 미자 때문에 우는 꿈 꾸나부다. 미자 찾은 거 얘기 안 해줄거예요. 그래야 자기두 엄마 속을 얼마나
썩였는지 알지. 우리 누나 애먹인 거에 비하면 미자는 암것두 아녜요. 고 삼때 미잘 배는 바람에 퇴학 당한 거 얘기 했어요?
현 기 : ......(뭔가를 발견하고 긴장한)
이때, 저 앞으로 순경 두명이 차 한 대를 갓길에 세우고 뭔가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호구, 당황해서 현기를 살피는데, 현기, 여전히 긴장해 있다. 호구도 잔뜩 긴장해서 순경들이 있는 곳을 스쳐지난다.
호구, 안도의 한숨 내뱉고 다시 현기를 보는데, 현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고 있다. 그런 현기 얼굴 위로 떠오르는.
#6. 계단 (회상)
비상등 불빛만 있는 어두침침한 계단. 건달1, 휘파람을 불며 내려가는데, 누군가의 팔, 목을 휘감으며 조른다.
건달1, 숨이 막혀 두 손으로 현기의 팔을 떼내려 하지만, 강한 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숨만 헐떡 거린다.
현기, 한 팔로는 건달1의 목을 힘껏 움켜잡고,
건달1의 윗도리 주머니를 뒤져 봉투(세진부에게 주려 했던, 동의각서가 든)를 꺼내서 재빠르게 뒷주머니에 꽂는다.
현 기 : 허튼 수작 할 생각 마. 나 너 같은 놈 한 놈쯤 죽이구 병신 만드는 거 어떻게 하는지 알아. 그런 교육 받은 사람이야.
건 달1 : (부들부들 떠는)
현기, 건달1의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는 자세로 벽에 붙여놓는다.
현 기 : 한사장, 한사장 가족들 털끝이라두 건드려봐. 그땐 너두 이 세상에 없어.
현기, 목을 조였던 팔을 서서히 푼다. 건달1, 그대로 얼어붙은 듯 서 있다.
#7. 비상계단 밖
현기,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온다. 이때, ‘억!’하는 건달1의 비명 소리 들린다.
현기,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8. 비상계단
현기, 문 열고 들어가면 저 위로 누군가 후다닥 뛰어가는 소리 들리고 문 닫고 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현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라는 표정된다.
계단 한쪽에 건달1,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머리 옆으로 피가 흐르고 있다.
현기, 건달1에게 달려가 건달1을 안아서 본다. 이미 사망한 것 같다.
현기, 어이없는 표정 짓는데, 이때, 비상 계단쪽 문 열리며 한 청소부 아줌마 들어오다가 현기와 눈이 마주친다.
청소부 아줌마, 건달1의 모습과 바닥에 떨어진 피를 보고는 경악해서 다시 뛰어 나가버린다.
현기, 뭐라고 변명도 못하고,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멍한 표정이 된다.
#9. 호구 차안 (현실)
현기, 아찔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얼굴이 땀에 젖어 있다. 괴로움으로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기댄다.
호 구 : (백밀러로 현기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궁금한 게 있어요, 형.
현 기 : ......
호 구 : 누나 있는데루...하필이면 왜 누나 있는대루 갈 생각을 했어요?
현 기 : (천천히 눈을 뜬다)
호 구 : .....(대답을 기다리는데)
현 기 : ....걱정이 됐어.
호 숙 : (잠들어 있는)
현 기 : (세삼 자식을 버렸던 엄마에 대한 회한이 살아나는) ...엄마가 아 못찾으면 어쩌나...걱정이 됐어.
호 숙 : ......
#10. 현기집 앞
호구의 차 와서 멎는다. 호구,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현기,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앞만 보고 있다. 뒷자리에 호숙은 아직도 잠들어 있다.
호 구 : 누나 데려다 주구 와서 형 옆에서 잘까요?
현 기 : (고개 젓는다) 됐어, 괜찮아. (하며 다시 멍해진다)
호 구 : 열쇠 주세요.
현 기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호 구 : 형!
현 기 : (그제야 보는)
호 구 : 열쇠...달라구요. 문, 내가 열께요.
현 기 : (그제서야 바지 뒷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는다. 열쇠가 없자, 다시 다른 주머니 뒤진다. 역시 없다)
호 구 : 없어요?
현 기 : (문득 생각하는)
#11. 동 건물일각
모자를 눌러쓴 현기, 급한 걸음으로 온다.
건물앞 인도에 떨어져 있는 열쇠고리를 발견하고, 걸음을 옮기려고 하다가 문득 당황한 표정되어 걸음을 멈춘다.
#12. 동건물앞
찬석, 건물에서 나와 주변을 후레쉬로 샅샅히 비추며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찾고 있다.
#13. 동건물 일각
굳은 듯이 숨어 서서 찬석을 지켜보고 있는 현기.
#14. 동건물앞
찬석, 열쇠고리가 떨어진 바로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기 발밑을 살피지 않고 먼곳으로 후레쉬를 비추며 시선을 준다.
그러다, 별 눈에 뜨이는 게 없는지 발걸음을 돌리는데.
#15. 동건물 일각
사색이 되었던 현기, 잠시 안도하는데.
#16. 동건물앞
돌아서 건물쪽으로 가던 찬석,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휙 몸을 돌려 다시 앞으로 와 열쇠고리를 집어 들어 본다.
#17. 동건물 일각
불안감이 허탈감으로 바뀌는 현기.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며 멍한 표정.
찬석과의 인연, 그 어이없음에 얼핏 입가에 쓴 미소가 스치는 것도 같다.
#18. 고시원 앞 (다음날, 이른 아침)
세진,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나와 기지개를 켠다.
#19. 주택가 길
세진,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유쾌하게 부르며 간다. (‘아름다운 사람’)
이때, 저 앞 오르막길로 청소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올라가는 환경미화원의 모습 보인다.
세진, 자전거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뛰어가서 리어카를 밀어준다.
미화원, 누군가 밀고 있는 느낌을 받고 뒤를 돌아본다.
세 진 : (활짝 웃으며) 좋은 아침이예요, 아저씨... 허리 다치신 건 다 나으셨어요?
미화원, 세진을 익히 알고 있는 듯 미소를 보낸다.
#20. 세진집 앞
세진,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집 앞에서 운전기사가 차를 솔로 닦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 진 : 좋은 아침이예요, 아저씨!
기 사 : (세진을 보고 웃으며) 세진씨두 좋은 아침!.. (하다가) 참, 사모님 차 안에 남자 잠바가 하나 있던데..
세 진 : (의아한) 남자 잠바요?
기 사 : (조수석 문 열어 잠바를 꺼내 세진에게 내민다)
세 진 : (받아 들며) 누구거지?... (살펴 본다) 아아. 알았다.
기 사 : ?
세 진 : 그 정비사가 두구 내린거예요... 나중에 제가 돌려 주께요. (잠바를 자기가 입어본다) 멋있어요, 아저씨?
이때, 저편 담벼락에 기대 서서 그런 세진을 애틋하게 지켜 보고 있는 현기.
#21. 공중전화 박스
현기,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든다. 전화 카드를 넣으려다 문득 생각하는.
#22.사무실 앞 (회상)
건달1,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현기, 건달1의 뒤를 밟아 몸을 숨기고 안의 동태를 본다.
#23. 사무실안 (회상)
건달1, 들어와 서면, 다른 남자직원 둘, 바둑을 두고 있다.
건달1 : (직원들에게 적당히 눈인사 건네고 책상에 걸터앉아 전화를 한다) 아, 공장장님이십니까? (사이) 잘됐습니다.
동의 각서에 도장 받았습니다. (사이) 아, 녜. 내일 아침에 공항에 도착하면 연락 주십시오. 갖구 나가겠습니다. 네.
#24. 사무실 밖
현기, 사무실 밖에서 안의 소리를 들으며 뒷주머니에 꽂혀 있던 모자를 눌러쓴다. 서늘한 표정 짓고 있다.
#25. 수미방 (현실)
수미, 충격을 받아 맥을 놓고 누워 있다. “우리 어떡해요? 우리 이제 어떡해?‘ 하는 소리를 신음 소리처럼 내고 있다.
세진부, 이마에 손을 얹고 괴로운 듯 앉아 있다. 재떨이엔 담배꽁초가 수북 하다. 밤을 샌 듯 보인다.
이때, 전화벨 소리 울리고, 세진부, 전화를 받는다.
세진부 : 여보세요.
현 기(F) :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세진부 : (흠칫하며) 당신 누구야?
수 미 : (세진부를 보는)
#26. 공중전화 박스
현기, 전화하고 있다.
현 기 : 사장님 회사 곤궁에 빠뜨린 거 다 공장장의 계략입니다. 납품하는 물건에다 의도적으로 불량품을 집어 넣어 수출선과
거래선을 끊구, 회사가 위기에 몰렸을 때 헐값으로 사들이려고 했습니다. 사채 업자들의 배후에 공장장이 있습니다.
세진부(E) : 뭐야? 당신 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 공장장을 모함하는 거야? (하는데)
현 기 :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드실 겁니다. 사채업자 깡패들까지 끌어들인 걸 보면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어설프게 덤벼들었단 사장님이 도루 당하십니다.... (잠깐 멈추었다가, 빠르게) 경찰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그리구, 사장님이 협박을 받고 작성하셨던 동의각서,
세진부(E) : 당신 누구예요? 누구야?!!
현 기 : 그 각선 불에 태웠습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화기를 천천히 내려놓는다)
#27. 수미방
세진부, 당혹한 표정으로 전화기에 대고 말하고 있다.
세진부 :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전화가 끊어졌다는 것을 알고 수화기 내려 놓는다)
수 미 : ....누구예요?
세진부 : 암것두 아냐. (그러나 표정은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눈빛이다. 다시 전화를 거는) ...어, 나야. 공장장 출근했나?....
(사이) 알았어. 공장장 나오면 내가 좀 보잔다고 전해. 그래. (전화기 내려 놓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세진, 뛰어 들어온다.
세 진 : 엄마 아프다면서? 어디가 아픈데?
수 미 : (세진을 보자 마음이 약해지고 어리광이난다. 눈물이 글썽해서) 세진아. 세진아. 어떡하니?
세 진 : (별 일 아닌 일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에 익숙해져 있다) 왜? 왜 또 울어? 아빠가 엄마 울리셨어요?
세진부 : (애써 웃는) 별 일 아냐... 여보, 그만 진정해.
세 진 : 알았다. 아버지 바람 피다 들키셨구나.
수 미 : (갑자기 후욱하고 울음 터뜨리며 이불을 뒤집어 써버린다)
세 진 : (세진부에게 윙크해 보이고 수미에게 엎어지며) 엄마두 맞바람 피워버려, 까짓것...
골프연습장 미스타 박 아저씨 어때? 헬스클럽에 오사장님은 어떠나?
#28. 사채업자 사무실
찬석, 문형사와 탐문 수사하고 있다. 세진의 집앞에 갔을 때 건달1과 함께 있었던 남자들과 바둑을 두고 있던 남자들, 앞에 있다.
찬석, 팔짱을 끼고 어슬렁거리며 사무실을 살피고 있지만, 신경은 문형사와 남자들의 대화를 듣느라 날카로와져 있다.
문형사 : 20시 30분, 그러니까 저녁 여덟시 반에 여기 두분과 헤어져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수첩에 적는다)
근데, 좀 이상한게 엘리베이터를 두구 왜 하필이면 어두운 비상계단을 통해 내려 갔을까요?
바둑남1 : (얼버무리는) 글쎄요...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나.
찬 석 : (남자들 보고 말하는) 왜 비상계단으로 내려갔냐? 살해된 송진택씨 때문에 피해를 당했던 사람들이 출입문쪽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게를 하루 아침에 뺏겨버린 청과물 가게 장사장. 돈을 갚지 않는다고 딸아이를 납치 감금,
성폭행해 딸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백화가구점 윤씨.... 제 설명이 맞습니까?
남자들, 안색이 창백해져 찬석을 본다.
문형사, 이 자식이 언제 이걸 다 알아냈지 하는 표정으로 찬석을 흘끗 본다. 자존심이 상했다.
찬 석 : (다시 눈길로 사무실을 휘 둘러보며) 마땅히 죽어야할 놈이 죽은 거군요, 그럼.
문형사 : (당황해서 버럭) 이 형사!!
찬 석 : 아, 죄송합니다. (‘실수했군요’ 하는 표정으로 자기 입에 손을 가져다 대는 모션하며 멋쩍은 표정 짓는다)
#29. 사무실 밖
찬석, 밖으로 나온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문형사의 목소리 들리고 문형사도 밖으로 나온다.
찬석, 기다렸다 가려는데, 문형사, 갑자기 찬석의 멱살을 잡더니 벽 한쪽으로 끌고가 밀어 붙이며.
문형사 : (찬석을 이를 앙물 듯이 보며) 너 대체 목이 몇 개야? 아까 그 사람들이 고발이라두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어?!!
정신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찬 석 : (말투는 공손하게, 눈빛은 지지 않고)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문형사 : 그렇잖아두 요즘 사람들 경찰에 대해 여론 안 좋은 거 알아, 몰라? 쥐꼬리만한 박봉 받아가며 목숨 내놓고 일하는 아홉은
몰라주면서, 너같은 놈 한놈이 실수한 거 대문짝만하게 내놓구 여기서 걷어 차구 저기서 씹구...
찬 석 : (O.L. 별로 심각하지 않은 표정) 담부턴 이런 실수 없을겁니다.
문형사 : (그 말에 멱살 잡았던 손 풀며) 가끔은 가슴에 손을 얹구 생각을 좀 해봐. 내가 과연 누굴 욕하구 벌 줄 자격이 있는지..
(하는데)
찬 석 : (갑자기 문형사의 멱살을 잡더니 벽으로 밀어붙인다. 뭐라고 퍼부으려고 하다가 멱살 잡은 손을 놓는다)
문형사 : (싸늘하게 보며) 상관한테 멱살잡이 하는 거 이번까지만 봐준다.
찬 석 : .....
문형사 : (가려다 찬석을 다시 보고) 청과물 장사장, 가구점 윤씨 이야기...너 혼자 밤새워 알아낸 거야?
(피식 웃으며) 대단하네. 뭐 다른건 없어? 결정적인 단서 잡구 안 내놓구 있는 거 없나?
찬 석 : ......(서늘한 표정)
#30. 건물 앞
차반장과 백형사, 하형사,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을 붙잡고 탐문 수사하고 있다.
(혹시 어제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무슨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했냐는 요지의)
목격자,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차반장, 백형사, 하형사,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잠시후, 찬석과 문형사도 내려와 그들과 합류한다.
차반장 : 뭐가 좀 잡혀?
문형사 : 어제 밤 사건이 난 시각을 전후로 해서 살해된 송진택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이 건물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흉기까지 소지하고 있었답니다.
차반장 : (눈이 번쩍 뜨이는 표정) 그래? 자세히 얘기해봐.
문형사 : 청과물 가게를 하는 장사장이라는 자와 가구점을 하고 있는 윤씨라는 잡니다.
장사장은 말도 안되는 사채 이자 계산법 때문에 가게를 뺏겼고, 윤씨라는 자는 돈을 갚지 않는다고 딸아이를 납치 감금
성폭행까지 해서 딸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찬 석 : (내가 한 말을 그대로 하다니...실소를 머금고)
차반장 : 왕건이를 하나 건졌네, 우리 문형사가. (기분 좋은 듯 문형사의 어깨를 툭 치며) 잘했어. 수고했어.
문형사 : (아니, 저.. 변명을 하려다 고개만 숙여 보인다. 찬석이 걸려서 찬석 표정을 흘끗 보면)
찬 석 : (아무 소리도 듣지 않았다는 듯 다른 곳에 시선 주고 있다)
#31. 찬석 주방
커다란 찬합에 정갈하게 담겨진 각종 밑반찬들.
명섭, 멸치 볶음을 후라이팬에서 찬합으로 옮겨 담고 있다. 다혜, 옆에 서서 멸치 볶음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한쪽엔 김치 몇가지를 담아놓은 김치통도 보인다.
다 혜 : 이거 접때 그 깡패 오빠 갖다 주실거예요?
명 섭 : (보는)
다 혜 : 찬석오빠, 아버님 그 깡패 오빠랑 친한 거 알면 싫어할텐데... 오빠가 그래도 명색이 형산데 남들이 알면 뭐라겠어요?
명 섭 : 근석 깡패 아냐. (보자기로 반찬통들 싸며, 강조하는) 지금은 아니다.
이때, 초인종 울린다.
다 혜 : 제가 나가볼께요...누구세요? (하며 밖으로 나간다)
#32. 찬석 현관
다혜, 현관문 열면, 찬석, 들어온다.
다 혜 :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오빠!
찬 석 : 니가 여기 왜 있어?
다 혜 : 아버님한테 반찬 얻으러.
명섭, 주방에서 나온다.
명 섭 : 살인 사건 났다며?
찬 석 : (쌀쌀맞은) ...네.
명 섭 : 한동안 또 집에 못 들어오겠구나. 옷가지들 챙길까?
찬 석 : 제가 챙길께요.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명 섭 : (머쓱한)
다 혜 : (찬석의 냉랭함에 난처해서) 사건 나면 오빠 원래 되게 날카로워지잖아요. 저한테두 얼마나 못 되게 구는데요.
명 섭 : (애써 웃는)
#33. 찬석방
찬석, 닫힌 문에 기대어 피곤한 듯 얼굴을 부빈다. 책상위에 현기가 놓고 간 목각 인형 보인다.
찬석, 목각 인형을 못 보고 가방을 꺼내고 옷 서랍을 연다. 속옷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다른 서랍 열어보면, 티셔츠와 바지들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찬석, 잠깐 보다가 가방에 속옷과 티셔츠, 바지를 아무렇게나 쑤셔 넣는다.
그러다 문득 피곤함 느끼며 침대로 몸을 던지듯 눕더니 팔을 들어 눈위에 얹는다.
이때, 밖에서 “다녀오세요” 하는 다혜의 목소리 들리고,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린다.
잠시후, 다혜, 살그머니 문 열고 들어온다.
다 혜 : 어제 저녁에 한숨두 못 잤구나?
찬 석 : 오분만 졸구 나갈거야.
다 혜 : (찬석의 옆으로 오더니 찬석의 팔을 옆으로 뻗게하고 그 팔을 베고 옆에 눕는다)
찬 석 : .....(그대로 눈 감은 채)
다 혜 : 사고나 그냥 확 쳐 버리까? 내가 애라두 배면 삼촌인들 어쩌겠어?
찬 석 : .....
다 혜 : 내 친구한테 우리가 키스밖에 안 한 사이라 그러니까 안 믿더라. 어차피 아무두 안 믿는데 뭐.
(찬석쪽으로 돌아보며) 오빠, 우리이 확 그냥 저질러.. (하는데)
찬 석 : (감정에 못 이겨 다혜를 확 끌어안다가....격해진 감정을 추스리며 다혜를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다 혜 : (서운한) ...언제나 헤어질 준비를 하구 있지?
찬 석 : (아무말 없이 다시 옷가지들 챙긴다)
다 혜 : 그래서, 책임질 일 같은 건 안하는 거야. 여차하면 튈려구...나쁜 놈.
찬 석 : (피식 웃고 챙긴 가방 들고 일어나다가 문득 책상 진열대에 놓인 목각 인형을 발견한다. 자기 방에 없었던 낯선 인형...
그러나 몹시 낯이 익다. 생각하는)
#34. 플래시백
살인사건이 났던 건물 앞 인도에서 목각인형 열쇠 고리를 주워 들던 찬석.
#35. 찬석방
찬석, 목각 인형을 집어 들어서 본다.
찬 석 : (얼핏 상기되어) 이게 왜 내 방에 있는지 너 알어?
다 혜 : (의아한 표정 지으며) 응?
찬 석 : 아버지 어디 가셨니?...아버지!! (부르며 나가려는데)
다 혜 : 그거 그 깡패 오빠가 선물루 놓구 간 건데...
찬 석 : (휙 돌아보고) 누구? (눈빛이 매섭다)
#36. 현기방
옥상에 위치한 옥탑방이다. 몇가지 가재도구가 간소하게 놓인 아담한 방.
호구, 트렁크에 정신없이 짐을 싸 넣고 있다. 옷, 책, 카세트 테입등 닥치는대로 집어넣는다.
현기, 그런 호구의 팔을 탁 잡는다.
현 기 : 됐어. 안 그래두 돼.
호 구 : 일본으로 밀항 알아 볼께요. 그때까지만 잠시 피해 있다가.. (하는데)
현 기 : (O.L.) 내가 죽인 거 아냐.
호 구 : (참았던 말 울컥 터지며) 청소부 아줌마가 봤다면서요? 아무두 안 믿을 거예요.
출소한지 얼마 되지두 않구, 형은 전과두 있는데, 아무두 안 믿어줄거예요!!
현 기 : (대꾸않고 일어선다)
호 구 : 아무두 안 믿는다구요!! 나 빼구 형 믿어줄 사람 세상에 아무두 없어요!!
현 기 : 호구야.
호 구 : 자수하겠다는 생각, 꿈두 꾸지 말아요!! 잡히면 안돼요! 무조건 잡히면 안돼요!!
현 기 : ......
#37. 현기집앞 옥상
명섭, 찬합 보자기 들고 오는데.
호 구(E) : 단순 폭력도 아니구 살인이예요. 가중 처벌까지 붙으면 십년, 이십 년, 아니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할지두 몰라요.
형 인생은 완전히 끝나는 거예요, 그럼!
명섭,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38. 현기방
호구, 현기를 가로 막고 서서.
호 구 : 그 놈 아주 나쁜 놈이예요. 어차피 누구 손에라두 죽었을 놈이예요. 다 알아 봤어요.
현 기 : (착잡하게 보다가 호구를 밀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호 구 : 형!
#39. 현기집 앞 옥상
현기, 문 열고 나오다가 표정이 굳는다.
현기 앞으로 명섭,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 옥상 바닥엔 충격받은 명섭이 떨어뜨린 듯 싸들고 왔던 찬합과 반찬통이 떨어져 있다.
호구, “형!” 부르며 뛰어나오다가 명섭이 와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사색으로 변한다.
명 섭 : (멍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대로 현기를 보는)
현 기 : (시선 떨군다)
#40. 강력반 사무실 인서트
-컴퓨터에 내장된 현기의 인적 사항 기록. 사진, 본적, 현주소, 혈액형, 죄명, 전과, 형량의 기록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화면, 커서에 의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마우스를 움직여 가는 찬석의 손.
찬석, 컴퓨터 화면 보며 현기의 인적 사항을 수첩에 적고 있다.
이때, 찬석의 어깨를 툭 잡는 손...찬석, 흠칫해서 돌아보면 문형사, 서 있다.
문형사 : (컴퓨터 화면 들여다 보며) 강 현기? 절도, 조직 폭력, 폭행 치상. ....얘는 누구야?
찬 석 : (얼른 수첩 덮고, 마우스로 화면 없애며)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형사 : 또 동료들 뒤통수 치구 혼자 영웅이 되보시겠다?
찬 석 :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일입니다. (컴퓨터를 아예 꺼버린다)
문형사 : (기분이 나쁘다)
이때, 백형사와 하형사, 들어선다. 하형사, “다녀왔습니다” 말하고.
백형사, “아우, 힘둘다! 힘들어!’ 하며 피곤한 기색 역력해서 오자 마자 소파에 덜렁 드러눕는다.
문형사 : 어떻게 됐어?
하형사 : 청과물 장사장인가 하는 사람은 가구점 윤씨하고 같이 사건 시각 전후에 근처 치킨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답니다.
증인들도 여러명 있고, 알리바인 확실한 거 같습니다.
찬 석 : (생각하는 표정)
문형사 : 다 짜고 그러는 건지 어떻게 알아? 근방 주민들한테 인심을 많이 잃은 사람인 거 같던데.
백형사 : 그 사람들 말구두 살해된 송진택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야.
억울한게 있어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못했댄다.
이때, 차반장, 팩스 용지 들고 궁싯거리며 들어온다. 백형사, 벌떡 일어나고.
차반장 : 이 자식들은 뭘 이렇게 찔끔찔끔 보내줘. (자기 책상으로 가서 형사들 보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머리카락들 말야.
좀전에 DNA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O형, AB형, A형이래. 죽은 송진택이가 O형이었지?
찬 석 : (현기의 신상에 관해 메모해 놓았던 수첩을 펼쳐본다. 주소도 써져 있고, 혈액형 AB라고 적혀 있다. 표정 긴장된다.
그위로 들리는)
차반장(E) : 일단 용의선상에 오른 자들 중에서 A형, AB형, O형만 추스려 리스틀 따로 작성해.
찬 석 : (수첩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일어선다)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차반장 : 어디 가?
찬 석 : 다녀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나간다)
문형사 : (흘끗 보는)
#41. 경찰서 주차장 / 찬석 차안 (공무용)
찬석, 차에 올라타 다시 수첩 뒤적이며 현기의 주소를 본다.
찬 석 : (수첩 덮으며 머리에 각인시키려고 중얼거려 보는) **동 513-2번지 3통 2반.
찬석, 기어 올리며 차를 출발시켜 간다.
#42. 현기옥상
소주잔에 따라지고 있는 소주....현기의 손이다.
현기, 명섭앞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다. 옆에는 이미 빈 병 세 개 놓여있다.
명섭도 소주병을 들어 현기앞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다.
두 사람, 옥상에 놓인 조악한 평상에 게다리 소반 놓고 앉아 있다. 술상에는 명섭이 만들어온 김치 놓여있다.
명 섭 : (소주잔 들어 깨끗이 비우고, 다시 따르라며 내민다)
현 기 : 많이 드셨어요. 그만 드세요, 아저씨.
명 섭 : (피식 웃으며) 너 예전엔 나한테 아버지라구 불렀었는데...감방 갔다 온새 호칭이 바뀐 거 아냐?
현 기 : .....(씁쓸하게 웃는다)
명 섭 : 넌 내가 아버지가 됐다 아저씨가 됐다 그랬는지 모르겠는데...난 예전부터 주욱 니가 내 아들이었다.
사내자식이 얼마나 살가운지 내 생일 한번 잊은 적이 없구, 어버이날이라구 카네이션도 직접 만들어 달아주구...생각 나냐?
현 기 : (웃음기 남아 있던 얼굴 굳어지며 소주잔 들어 고개 돌리고 마신다)
명 섭 : 난 널 내 자식이라 생각하구 모든 거 다 얘기했어. 마누라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거,
그래서 아들 녀석이 날 애비 취급도 안 한다는 거...부끄럽고 수치스럽지만 너한테 다 얘기했는데, 나는...
현 기 : ......
명 섭 : ...(현기를 똑바로 보며) 무슨 사정이 있었냐?
현 기 : (소주를 명섭의 잔에 따르고 자신의 잔에 따른다)
명 섭 : 나 니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 지 알아. 그동안 잘못 살아온 니 인생 바로 잡구 제대루 살아 보겠다구
니가 얼마나 발버둥쳐 왔는지 내가 알아.
현 기 : ......
명 섭 : 얘기 해봐, 이눔아. 무슨 기가 막힌 사정이 있었길래 이렇게 니 무덤을 파구 인생을 끝장내는지 얘길 좀 해봐. 응?!!
현 기 : ......
명 섭 : (답답해서 보는데)
현 기 : (힘겹게 입을 연다) ....동생이...있었습니다.
#43. 수미방
세진, 수미옆에 누워서 수미를 재우고 있다. 수미, 울음끝이 남아 훌쩍거린다.
현 기(E) : 몸이 몹시 많이 아팠던 애였는데...치료비가 없어..가난 때문에...어린 동생을 부잣집 대문앞에 버렸습니다.
세진, 수미 얼굴앞에 손바닥을 흔들어 보고 수미가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조심조심 방을 빠져 나간다.
#44. 찬석차안
찬석, 운전해 가다가 차를 멈추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여기 **동 513-2번 지가 어딥니까?” 묻는다.
행인,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고.
#45. 현기 옥상
술잔을 잡은 현기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현 기 : .....호구 말이 맞아요. 아무두 믿어주지 않을 거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저도....죽일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명 섭 : (안타깝다 못해 허탈한 표정으로 현기를 본다)
현 기 : (서글픈 미소 띠고 소주잔 들이킨다)
명 섭 : .....(마음이 아프다) 니 인생은 어떡하냐?
현 기 : (보는)
명 섭 : 니 동생은 그래도 맘씨 좋은 부자 부모 만나 호강하며 살았지만, 넌 뭐냐? 버려졌던 건 너두 마찬가진데,
정작 힘들고 억울하구 고달프게 산 건 오히려 넌데...니 인생은 어떡하냐?
현 기 : (미소를 띠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46. 현기집 일각
호구, 차를 세워놓고 차에 기대서서 불안한 듯 서성이고 있다.
현기 집이 있는 옥상쪽을 올려다 봤다가 시계를 보기도 하며...몹시 애가 탄다.
이때, 현기집 앞으로 와서 멎는 찬석의 차.
호구, 차 유리창을 통해 찬석을 알아보고 기함할 듯 놀라 얼른 몸을 돌려서며, 차를 닦는 시늉한다.
찬석, 차에서 내려 현기집 주소를 확인한다.
#47. 현기 옥상
명섭, 현기의 잔에 술 따라준다. 명섭, 제법 술이 많이 취했다.
명 섭 : 너 나오면 같이 하구 싶은 게 많았었는데... 같이 목욕두 가구, 바둑두 두구, 낚시두 가르치구...
현 기 : (쓰게 웃으며 고개 돌리다가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명 섭 : (현기의 표정에 자기도 고개 돌리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 짓고)
찬석, 그들 앞에 바윗돌처럼 서 있다.
하필이면 현기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아버지에게 화가 치밀지만, 참고 있는 표정 역력하다.
찬 석 : (명섭을 잠깐 보다가 현기를 보고) 강 현기씨 맞습니까?
현 기 : (침착하게) ....네, 그런데요.
찬 석 : (신분증 들어 보이고, 깍듯하게 인사하고) **경찰서 강력3반 이 찬 석이라고 합니다. 잠깐 여쭤볼 말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현 기 : (각오했다...담담하게 보는)
명 섭 :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니가 여긴...어쩐 일이냐?
찬 석 : (계속 현기에게만 시선 준 채) 어제 저녁 여덟시에서 열시 사이에 어디 계셨죠?
현 기 : (잠깐 당혹하다가 대답 하려고 하는데)
명 섭 : 나하구 같이 있었는데, 왜? 무슨 일이야?
찬 석 : (흠칫해서 명섭을 보는)
현 기 : (내심 당황해서 명섭을 보는)
명 섭 : 무슨 일이냐구?
찬 석 : (다시 현기를 보며) 잠깐 경찰서로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현 기 : (뭐라 할 말을 잃는데)
명 섭 : (툭) 영장 가져왔냐?
찬 석 : (명섭을 보는)
명 섭 : (강하게) 영장도 없이 무고한 시민한테 이게 무슨 행패야?
찬 석 : (기가 막힌다)
현 기 : (불안하게 본다)
찬 석 : (들고 있던 봉투에서 목각 인형과 목각 인형 열쇠고리 꺼내서 현기를 보여준다) 이거 기억 하시겠습니까?
현 기 : (각오했었다. 담담하게 보며) ...네.
명 섭 : (당황한다)
찬 석 : (열쇠고리를 흔들어 보이며) 사채업자 한 사람이 피살을 당했는데, 이 열쇠 고리가 범행 현장 근처에서 발견 됐어요.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현 기 : (마른 침을 삼키는)
명 섭 : 너 지금 현기를 범인으루 생각하는 거냐? 나하구 같이 있었다구 했잖아. 알리바이, 내가 얼마든지 증명해 줄 수 있어.
찬 석 : (버럭) 아버지!!
명 섭 : 두발 달린 짐승이 어딜 못 가? 이 녀석두 바쁘게 뛰어 다니는 놈인데, 일 나갔다 어디 흘렸나 보지. (현기보며) 너 잘봤지?
대한 민국, 이렇게 전과자들이 발붙이구 살기 힘든 땅이야. 사건만 났다하면 무조건 니들같은 놈부터 의심하고 보거든.
(자기 처지도 생각하고 씁쓸해지는) 한번 찍히면 영원히 찍히는 거야... 정말 치사하구 드럽지 않냐?
현 기 : .......
찬 석 : (서늘하게 보는)
명 섭 : (일어서며) 나 그만 가야겠다, 현기야... 내 차 키가 어딨더라. (주머니 뒤지며 휘청한다)
현 기 : (얼른 부축하며) 많이 취하셨어요.
찬 석 : (굳은 표정)
#48. 찬석 차안
찬석, 운전하고 있고, 명섭, 조수석에 앉아 약간 코고는 소리까지 내가며 자는 척 하고 있다.
찬 석 : (명섭을 곁눈질로 잠깐 보고 다시 앞을 보며) 어머닌 돌아가시기 전까지두 그러셨어요. 아버지를 믿어라.
세상 사람 모두 아버질 손가락질하구 못 믿어두 넌 아버지를 믿어라.
명 섭 : .......(코고는 소리 약간 잦아들고)
찬 석 : (싸늘한 웃음 흘리며, 강하게) 아뇨. 전 안 믿어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버지를 믿는다 그래두 전 아버지 안 믿습니다!!
명 섭 : (눈은 감고 있지만, 코고는 소리는 완전히 멈춘다)
찬 석 : (격해져 오는 감정에 입술을 앙다물고 그대로 운전해서 간다)
#49. 현기 옥상
현기, 옥상 끝에 서서 막막한 시선으로 앞을 보고 있다. 호구, 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본다.
호 구 : 아저씨두 형이 도망치길 바라시는 거예요. 아저씨두 아니까, 형이 꼼짝도 못하게 걸려 버린 걸 아저씨두 너무 잘 아니까!
현 기 : ......
호 구 : 형! 한번만 제 말 들어주세요. 한번만 들어줘요, 제발!
현 기 : (그대로 표정없이 먼곳을 보는)
현기가 바라보는 화려한 도심의 하늘....노을이 물들고 있다.
#50. 세진 고시원
세진, 사시 관련 책 펴 놓고,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갑자기 책 위로 한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코피.
세진,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코를 손바닥으로 감싸며 밖으로 나온다.
#51. 화장실
세진 세면대에서 코피를 씻는다. 이때, 화장실로 들어서던 세진 친구(1회 포장마차에서 같이 있었던), 놀라서 보고.
세 진 : 그렇게 기특한 눈길로 볼 거 없어. 공부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닌 거 알지?
친 구 : 밖에 남자 찾아 왔어.
#52. 고시원앞 (밤)
세진, 코 한쪽을 화장지로 틀어 막은 채 밖으로 나와 두리번 거리다 기준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들어 보인다.
기준, 차 세우고 서 있다가 세진을 보고 기가 막힌 표정 짓는다.
#53. 순대볶음집
세진, 코에 틀어막고 있던 화장지를 뺀다.
세 진 : 멎었다. 이젠 괜찮잖아, 봐. (하며 쓰레기통에 버리고 환한 표정 지으며 앞에 놓인 순대 볶음을 본다)
이렇게 맛있는 것도 얻어 먹구 코피도 날 만하네.
기 준 : 너 우리 병원와서 종합 검진 한번 받아라.
세 진 : (순대를 볶으며 고개 절래절래 흔든다) 병원 소독약 냄새두 맡기 싫어. 괜찮아.
어릴땐 다들 나더러 죽을 거라구 그랬대는데. (기준 보며) 보시다시피 이렇게 탱탱하게 섹시하게 멀쩡하게 살아났잖아.
나 안 아퍼, 형! 공불 워낙 열심히 해서 그런거라니까.
기 준 : (어이없다는 듯 웃고) 그래, 돈 많구 일찍 죽는 여자, 나야 좋지!
세 진 : (곱게 흘기고, 순대볶음 뒤적이다) 이햐! 허파랑, 간이랑 귀랑 염통이랑 되게 많이 들었네.
우리 아줌만 어쩜 이렇게 인심도 후하실까? (젓가락으로 집어 기준에게 내민다)
기 준 : (인상 찌푸리며 고개 젓는다) 나 이런 거 안 먹어.
세 진 : 남자가 어쩜 후지게 순대두 못 먹냐? (자기 입에 넣으며) 티본 스테이크니 달팽이요리니 그딴 거 보다 백배는 더 맛있다.
(입맛 다시며) 막걸리 한잔만 했음 딱 좋겠네.
기 준 : 하여튼 별종이다, 별종!....너 혹시 니네 아버지가 딴데서 낳아온 자식 아니냐?
니네 엄마랑 언니랑 달라두 너무 다르다구 생각 안해?
세 진 : (순대 먹으며) 글쎄 말이야. 엄마하구 언닌 뼈속까지 귀족 버전인데, 난 완전히 삼월이과지?
언제 날 잡아서 우리 아버지 뒷조사 좀 해봐야겠어.
기 준 : (푸훗 웃고)
세 진 : 아우, 고상한 척 그만 하구 좀 먹어봐! 아! (억지로 기준의 입에 넣으려고 한다)
기 준 : (기어이 피하려하고)
서로 장난치며 유쾌한 두 사람.
#54. 거리
세진과 기준, 재밌는 얘기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세진, 얼굴 표정을 재밌게 지어보이며 장난하고, 기준, 배를 잡고 웃는다.
그들의 모습,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느낌.
저편 건물 한쪽에서 그런 세진을 지켜 보고 있던 현기, 그의 표정에도 미소가 감돈다.
세진 옆에 든든하게 있는 기준을 보며 그래도 안심이 된다.
현기, 그대로 발걸음 돌려 사람들의 속으로 사라진다.
서로 등을 돌린 채 현기의 존재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기준과 장난하며 깔깔거리며 가는 세진.
서로 등을 돌린 채 다른 길을 가는 현기와 세진의 모습 부감으로 보여진다.
#55. 경찰서 외경 (아침)
#56. 강력반 사무실
찬석, 잠바로 얼굴을 덮은 채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 차반장, 문형사, 백형사, 안으로 들어선다.
차반장 : (생수기에서 물을 뽑으며) 쟨 왜 저렇게 시체처럼 누웠어?
백형사 : 새벽까지 탐문 수사하다 아침에 들어왔습니다.
차반장 : 그래두 아침 조회는 하구 자야지. (하며 얼굴을 덮고 있던 잠바 걷아내고 물컵의 물을 찬석의 얼굴에 붓는다)
찬 석 :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어리둥절한 표정 짓는다)
차반장 : (자기 자리로 가며) 강욱이 본청에 갔던 거 어떻게 됐냐?
문형사 : 지금 들어오고 있는 중일겁니다.
찬석, 여전히 잠에 취한 듯 얼굴을 부비며 자기 자리로 간다.
이때, 하형사, 문 열고 들어온다.
하형사 : 몽타쥬 작성한 거 나왔습니다.
하형사, 인쇄한 몽타쥬를 형사들의 책상앞에 각각 놓는다.
찬석, 몽타쥬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계속 정신 차리려고 얼굴을 부비고 자기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차반장 : 목격자한테 확인시켰어?
하형사 : 예. 어둡기는 했지만, 거의 비슷하답니다.
백형사 : 어우, 잘생겼다야.
찬 석 : (얼굴을 부비다가 몽타쥬를 본다. 갑자기 표정 긴장되고, 얼굴을 부비던 손을 그대로 멈추고 있다...
싸늘한 긴장이 느껴지는)
문형사 : (고개를 갸웃하며) 어디서 본 것 같은데...낯이 익은데..어디서 봤더라?
백형사 : 봤어? 얘를?
찬 석 : (그대로 벌떡 일어서 뛰어나간다)
차반장등 형사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 짓고.
#57. 현기집앞
경찰 봉고차, 와서 멎는다. 찬석, 차에서 뛰어내려 대문 열고 급하게 뛰어 올라간다.
뒤이어 내린 차반장, 문형사, 하형사도 뒤따라 올라간다.
#58. 현기집 옥상
찬석, 뛰어올라와서 문을 두드린다. (유리에 알루미늄 창살이 있는 문이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고, 문도 굳게 잠겨 있다.
차반장, 문형사, 하형사, 뒤따라와서 서고.
찬석, 문을 힘껏 당기다가 안되겠는지, 옆에 있던 역기봉을 빼서 그대로 유리문을 부순다.
#59. 현기방
찬석, 문을 힘껏 걷어차고 들어온다. 현기방,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찬석, 장롱과 서랍장문을 열어 제치며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한다. 뒤따라 들어온 차반장과 문형사도 함께 수색한다.
차반장, 서랍장속에 들어있던 자그마한 앨범을 하나 발견하고 꺼내 놓는다.
차반장, 앨범을 들춰 살펴 본다. 찬석과 문형사도 함께 와서 본다. 스냅형으로 된 앨범엔 모두 세진의 사진만 꽂혀 있다.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고, 어딘가에서 지켜보며 줌 렌즈로 찍은 사진들이다.
찬석, 어이가 없다. 몹시 낯이 익은 세진의 얼굴... 핸드폰 사건을 기억한다. 실소하는 찬석.
문형사 : 애인 같은데요? (다시 앨범 뒤적여 보고) 전부 이 여자 사진밖에 없어요. 굉장히 좋아하는 여잔가 본데요?
차반장 : (수긍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찬 석 : .....
문형사 : 이건 뭔가? (앨범뒤에 단단히 꽂혀 있는 통장을 꺼내본다) 천만 원짜리 신탁 통장인 거 같은데?..한 세진? 이 여잔가?
찬 석 : (표정)
#60. 호구 차안
현기, 조수석에서 시트에 머리 기댄 채 눈감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든 듯 번쩍 눈을 뜬다.
호구, 운전해 가다가 흘끗 현기를 보고.
호 구 : 왜 그래요?
현 기 : 차 좀 돌려, 호구야. 빠뜨리고 온 게 있어.
호 구 :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중요한 게 아니면 나중에 내가 갖다 드리면 안돼요?
현기, 하는 수 없이 다시 시트에 몸을 기댄다. 차창 너머로 조금씩 서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호 구 : 지금 누나 집으로 가구 있어요. 미자 엄마요.
현 기 : (창밖만 보는...두고 온 앨범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호 구 : 불편해두 당분만간 계세요.
현 기 : ......
호 구 : 누나두 사실은 매형 피해서 숨어 살구 있어요. 미자를 가지는 바람에 억지로 결혼은 했는데, 매일 매일이 술이구,
술만 먹으면 그렇게 누나를 팼대요. 응급실에도 수도 없이 실려가구, 죽을 고비두 몇번 넘기구...
할 수 없어서 미잘 데리구 도망 쳤어요.. (피식 쓰게 웃고) 오년전의 일이예요.
현 기 : (막막한 시선으로 그대로 바다만 응시하는)
#61. 호숙 동네 일각 / 호구 차
호구의 차, 호숙의 동네로 들어온다. 한적하고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호구, 운전하다가 저쪽에서 미자의 손을 잡고 오는 호숙을 발견한다.
호 구 : 어, 누나다....어딜 저렇게 바쁘게 가지?
현 기 : (그 소리에 시선 들어 호숙쪽을 본다)
호숙, 호구의 차를 보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미자의 손을 잡고 식식대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62. 미자 친구집(영걸집) 앞
호숙, 잔뜩 화가 나서 미자의 손을 끌고 영걸집 앞으로 온다. 얼굴에 꼬집히고 긁힌 자국이 있는 미자,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호숙,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다가 사정없이 대문을 걷어차 버린다.
호 숙 : 김 영걸! 퍼뜩 나온나! 이 대문 다 뿌사뿌기전에 나온나, 퍼뜩!! (계속 걷어차는데)
이때, 대문 열리며 영걸모(40대 초반 정도), 기함한 표정으로 나온다.
영걸모 : 미자 엄마! 무슨 짓이야, 이게?
호 숙 : 영걸이, 그 깡패 자슥 좀 나오라 카이소!
영걸모 : 왜? 우리 영걸이가 뭘 어쨌는데?
호 숙 : (버럭) 나오라 안칼낍니꺼, 참말로!!
영걸모 : (호숙의 성깔을 알고 주눅들어) 글쎄, 무슨 일인지.. (하며 울고 있는 미자를 발견하고) 우리 영걸이가 또 미자를 때렸어?
호 숙 : (이를 앙물며) 행(형)사로 하까예? 민사로 하까예?
영걸모 : 응?
호 숙 : 행사로 할라카모 학원 폭력으로 파출소다 신고해서 퇴학시키라 칼 끼고, 민사로 할라카모 내가 몇차리 좀 뚜디리 패서
인간 개조를 시키줄테인까네 어떤 거로 할낀고 영걸이 엄마가 골라보이소.
영걸모 : (난처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자 엄마. 아이들끼리 놀다 보니까 모르구 그런건데...
호 숙 :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단 말 들어봤심니꺼?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 못 들어봤어예?
내는예, 다른 거는 다 참아도 머스마 새끼가 되가꼬 지보다 약한 가시나 때리는 거 그거는 죽어도 못 참아예.
그런 자슥은 나중에 키아나봤자 사람 패딱아 직이는 깡패 자슥뿌끼 더 되겠어예?
영걸모 : (기가 막힌 듯) 어린 사람이 말이 너무 심하네. 나 미자 엄마보다 열살이나 많은 사람이야. 어른이라면 한참 어른인데...
호 숙 : (말자르며) 그라고, 그 집 아아들이 자꾸 우리 미자 보고 아빠 없는 아아라꼬 놀린다 카는데....우리 미자 아빠 있어예.
돈 벌라꼬 태평양 바다 참치 잡으로 나가 있어서 집에 못 들어오고 있어예. 와 예? (하는데)
호 구(E) : 누나!
호숙, 놀라서 돌아보면, 호구, 서 있다.
호 숙 : 호구야.
미 자 : 외삼촌!
호 구 : (말리며) 뭐해? 여기서? 가자, 집에 가. (하며 호숙의 손을 끄는데)
호 숙 : (호구의 손을 쳐내며) 가만 있어봐라. 어른은 얼라들의 거울이라카는 말 들어봤심니꺼? 자슥 교육 똑바로 시키이소,
앞으로! (미자를 보며) 미자 니도 영걸이가 또 그라모 확 고마 맞짱 떠뿌라. 손톱이랑 이빨 나놨다 뭐하노?
호 구 :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호숙의 귀에 대고 얘기하는) 현기형 누나 집 앞에 와 있어, 지금... 현기 형 알지?
호 숙 : (멈칫하다가 악쓰던 목소리가 금방 부드러워지며) 뭐라꼬? 뭐라캤노, 지금?
#63. 호숙집 앞
미자, 호구와 함께 손 잡고 걸어가고 있고, 호숙,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기된 표정이다.
호숙의 집 앞에 호구의 차, 서 있다. 차문 열리고 조수석에서 내려서는 현기...호숙을 향해 가볍게 고개 숙여 보인다.
미 자 : 어! 잘생긴 오빠!!
호 숙 : (당혹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표정 정리를 못하고)
현기, 미자를 향해 연하게 미소 띠고, 담담하게 호숙을 본다.
호숙, 떨리는 표정으로 보고...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
#64. 찬석 주방
택시 기사복 입은 명섭, 식탁에서 밥 먹고 있다. 김치와 밑반찬, 간소하게 몇가지 놓여 있다.
이때, 현관문 벌컥 열리는 소리 들리고, 찬석,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온다. 표정이 굳어 있다.
명 섭 : (찬석 보고, 담담하게) 밥 안 먹었지? (일어서서 공기를 꺼내 밥통의 밥을 푸려고 한다) 콩나물국이 시원하게 잘 끓었더라.
찬 석 : .....강 현기, 어디로 빼돌리셨습니까?
명 섭 : (흠칫하는...자기도 모르는 일이다. 잠깐 멈췄다가 침착하게 밥을 마저 퍼서 식탁에 올려 놓는다) 국, 풀테니까 앉어라.
찬 석 : ......(분노에 차서 보며) 아버지가 무슨 죄를 졌는지 알고 계세요?!!
명 섭 : (담담하게 콩나물국을 푼다)
찬 석 : (나가려다가 다시 명섭의 등을 보고) 아버지한테 약속 드릴게 하나 있어요.
명 섭 : (표정 변화 없이 국을 푸고)
찬 석 : 강현기...제 손으로 반드시 잡아 감방에 집어넣을 겁니다.
명 섭 : (그대로 멈춘다. 국자를 들고 있던 손이 가늘게 떨린다)
찬 석 : (휙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현관문 거칠게 닫히는 소리 들리고)
명 섭 : (가슴이 텅 내려 앉는 것 같다)
(E) 탕! 하고 책상을 힘껏 치는 소리.
#65. 세진부 사장실
세진부, 노한 표정으로 공장장을 노려보고 있다.
세진부 : 자네,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나?
공장장 : (당황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진부 : 납품하는 물건에 계획적으로 불량품 집어 넣어왔던 거 자네짓인가?
공장장 : 사장님!
세진부 : 그리고 자네가 추천했던 사채업자들, 자네하고 모두 한 통속이었나?
공장장 : 대체 어디서 그 따위 말도 안되는 소릴....
세진부 : (벌떡 일어서며) 양심껏 행동하게. 그래도 우리가 20년 동진데, 우리 사이에 경찰까지 개입하는 거, 나도 원하지 않아.
(하며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공장장 : (서늘한 표정 짓는)
#66. 세진 집앞 (밤)
세진, 안색이 하얗게 변해 급하게 자전거를 타고 집 앞으로 온다. 자전거 대충 두고 초인종을 눌러댄다.
세 진 : 아줌마!! 아줌마!! (문을 두드리는)
이때, 세진의 집 앞으로 와서 멎는 기준의 차. 기준, 차에서 급하게 내린다.
기 준 : 무슨 일이야, 세진아!
세 진 : (애써 충격을 참으며) ...통화가 중간에 끊어져서 잘 모르겠는데...아버지가 뺑소니 차에 치셨대.
기 준 : (놀라며) ...생명은? 생명엔 지장 없구?
세 진 : (넋이 나간듯한) 모르겠어. 나두 모르겠어.
기 준 : 병원이 어디래?
세 진 : 몰라. 모르겠어!!
기 준 : (정신 차리라고 세진의 어깨를 잡으며) 세진아!!
세 진 : ....엄마가 통활 하다가 쓰러지셨어.
기 준 : 괜찮아. 별 일 아닐거야. 별 일 아니야, 세진아.
세 진 : (건성으로 고개 끄덕이다가 다시 대문을 두드린다) 아줌마! 아줌마! (감정이 격앙돼서) 엄마아! 엄마아!
기 준 : (세진을 당겨서 꼭 끌어 안는다)
세 진 : (넋이 나간 듯 멍한...울지는 않는)
그들을 지켜 보고 있던 어떤 시선.
#67. 세진집 일각
찬석, 캄캄한 자동차 안에 앉아 세진과 기준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켜 보고 있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