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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연천군에서 지난 3월 24일 진행된 홀몸 어르신 대상‘반려자 찾아주기’행사에 참여한 남녀 어르신이 러브샷을 하고 있다. |
▲사회 전반에 녹아든 노년의 사랑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고객의 증가를 불러왔다. 특히 곧 노년 세대가 될 중장년층의 결혼정보업체 가입이 크게 늘었다.
‘듀오’의 50~60대 중장년층 회원수는 2008년 218명(남성 147명, 여성 71명)에서 지난해 572명(남성 306명, 여성 26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듀오 홍보팀 김미연 주임은 “10년 전만해도 노년 재혼을 원하는 이들을 부끄럽게 보는 시선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이성과의 만남을 신청한 어르신들이 맞선 직전 ‘도저히 남부끄러워서 안되겠다’고 말하며 취소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녀들에게 당당하게 ‘노년 재혼’을 천명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용기를 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또 노인의 사랑을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생산됐다. 과거 노년의 사랑에 대한 관심 표출은 사회적 ‘금기’사항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은 노년의 연애와 사랑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아름답게 표현했다.
얼마 전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는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다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각양각색의 커플들 중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이끌었던 이들은 정현수(박근형 분)·홍순애(차화연 분) 커플. 시청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 이 커플의 ‘해피엔딩’에 박수를 보냈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 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황혼 연애를 즐기는 김만석(이순재 분)·송이쁜(정영숙 분) 커플을 중심으로 노년의 사랑을 조명해 큰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된 고령 남녀 연예인이나 명사들의 가상결혼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JTBC)도 등장했다.
이에 발맞춰 전국의 몇몇 지자체도 노년의 사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기도 연천군노인복지관은 지난 3월 24일을 시작으로 올해 12월까지 남녀 어르신 각각 17명, 20명을 대상으로 황혼 만남 프로그램 ‘두번째 프러포즈’을 진행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25일 남녀 어르신 각각 30명씩 총 60여명을 대상으로 ‘합독’(목민심서 ‘애민편’에 나온 말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한다는 뜻)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중장년층 세대‘노년 재혼’에 큰 관심
‘노년 재혼’은 ‘황혼 이혼’의 증가와 함께 늘어났다. 자의적·타의적으로 이혼을 겪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반려자를 찾아 나서게 돼 노년 재혼 사례가 증가했다.
성격 차이로 황혼 이혼한 C씨(60)는 이혼 3년 만에 재혼을 결심했다. 도심 생활을 접고 귀농해 함께 노후를 보낼 반려자를 찾고 싶었기 때문. C씨는 곧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했고 전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한 한 여성(55)을 만나 교제 2개월 만에 재혼을 결심했다. 자녀들을 설득해 행복한 재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귀농 생활을 만끽하며 바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이혼 및 재혼 현황’(2013. 12)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지 20년 이상 지난 부부의 이혼 건수는 3만200건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이 수치는 전체 이혼 건수 중 1위(26.4%)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를 낮추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2년 50대 이상 중년층의 재혼 건수는 5만7400건으로 1982년에 비해 260%나 증가했다. 또한 50세 이상 남성의 이혼 건수도 2001년 1만7353건에 비해 2010년 3만3116건으로 두 배 가량 늘었고, 50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도 2010년 2만852건을 기록, 2001년 8582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주현 커플매니저는 이에 대해 “맞선을 문의하는 50~60대 중장년층은 대부분 정년을 앞두고 있고, 아직 경제적으로 자생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들의 여생을 즐기려 새로운 반려자를 찾아 나선다. 곧 다가올 100세시대에 대비하면 이들의 여생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가량이나 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부터 파악한 뒤 시도
하지만 너도나도 노년의 사랑을 시작한다고 해서 이를 쉽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자칫 행복을 찾아 떠난 길이 고행길이 될 확률이 높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상대방에 대해 마음을 열 준비가 된 후 재혼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듀오의 김 주임은 “간단하고 당연한 사항이지만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의외로 이 부분 때문에 만남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많다. 살아온 날이 많다고 해서 본인의 배우자상을 정확히 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 삶의 가치관 등을 고려해 이에 부합하는 이성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바로연의 이 커플매니저는 “재혼을 원하는 어르신들의 경우 대부분 젊었을 적 연애하던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시길 원한다. 물론 그 기억에 들어맞는 이상형을 만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만남이 이뤄지긴 힘들다. 우선 자신의 현재를 돌아본 뒤 정신적으로 공감할 상대방을 찾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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