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2회 시흥문학상] 은상 입상자인 '박정'님의 당선 소감입니다.
(이하,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겠습니다.)
우스운 일로 느껴지실지 모르겠지만,
가끔 저는 어떤 작품보다 그의 당선소감이나 심사평을 읽을 때가
더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박정'이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당선소감이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혼자 몇 번 읽어봅니다.
'박정'의 시력(視力)이 어떠한지,
하여 그의 시력(詩力)이 또 어떠한지,
나아가 그가 대상감이라든지, 은상감이라든지 뭐 그런 거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혹 오해마시길. 이 분의 시가 사실은 은상 이상의 값을 매겨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박정의 당선 소감을 읽으면 행간에 스며있는 '진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저 또한 이렇게 당선 소감을 써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시의 위의를 더럽히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짧은 소감에 잠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런 소감을 쓰는 분이라면, 꼭 그 사람됨이 이미 시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제 이만한 성취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 감사가 호들갑스럽지 않아 좋고
다 저녁이 될지라도 땅위에 한 곡조 좋은 노래 꼭 불러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아 좋고
함께 응모했으나 탈락한 아까운 이들을 생각하여 좋고
자꾸 눈 가리고 가라앉으려는 자신을 이기고 일어서려는 마음이 좋고
그런 스스로의 마음을 '감히'라고 써서 더 좋고
이 고장에 함께 살며 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 그 정신의 넉넉한 거름으로
우리 사는 터가 한층 따뜻하고 아름답게 되어지기를 '기원'하는 그 심사가 좋고
주변의 사람들을 늘 안타깝고 미안하게 여겨서 또 미덥습니다.
마지막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초심으로 간직하는 그 시심이 더욱 반갑습니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기를.)
어떤 이들은 나도 그리 쓸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스스로가 평소에 그와 같은 심성으로 다져놓지 않으면
처음부터 그런 발상이 가능하지 않는 법입니다.
미사여구로 도배할 수는 있어도, 발상을 훔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詩는 많은데 詩人은 드문 것 같은 밤입니다.
혼자 술 한 잔 기울이고, 혼자 술 한 잔 권합니다.
밤이 깊어가고, 비가 내리고, 마음부터 먼저 젖습니다.
총총.
부끄러운 詩作에 기쁨을 달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다 저녁이 될지라도 땅위에 한 곡조 좋은 노래 꼭 불러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봅니다.
같이 응모하여 불꽃같은 시심을 보여주신 여러분들,
좋은 시로 감동을 주신 분들께 박수와 축하를 드립니다.
시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은 母國語를 애모하는 마음이면서
자꾸 눈 가리고 가라앉으려는 자신을 이기고 일어서려는 마음이 아닌가 감히 생각합니다.
이 고장에 함께 살며 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 그 정신의 넉넉한 거름으로
우리 사는 터가 한층 따뜻하고 아름답게 되어지기를 오늘 기원합니다.
언제나 함께 해주시는 그분께, 늘 안타깝고 미안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오늘의 기쁨을 드립니다.
- 박정(2001 시흥문학상 시부문 은상/58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