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습지의 겨울
안심습지는 대구 동구 율하, 신기, 반야월, 안심에 이르는 금호강안 지역이다.
지난해 연말경 호영 황영일이 전화로 천을산 위에서 내집을 내려다 보며 전화한다면서 집에 들앉었지 말고 올라오라는 것이다.
천을산은 신매동과 시지동의 뒷동산이고 해마다 수성구청에서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이지만 나는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올라가 본 일이 없어서 어디로 올라가야하는 것까지 물어서 올라갔다.
산을 올라보니 이렇게 좋은 산이 코 앞에 있는 줄 모르고 다른 산들만 찾아다녔으니 등잔밑이 어둡다는 옛말을 절감했다.
천을산(天乙山)은 이름이 특이하다. 산세가 하늘을 나는 새의 형국이어서 천을산이라 고 부르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였는데 천을산 아래 證心寺란 사찰에서 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어느 아동문학가의 말에 의하면 天乙이란 天一과 통하는 것으로 북극성 근처의 별 중 하나인 天一星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는데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안심습지를 이야기 한다면서 천을산 이야기부터 하게 된 것은 안심습지를 찾게된 동기가 천을산에 올라서 안심습지를 찾아볼 마음이 생겼고 안심습지를 탐방하는 데 천을산을 넘어 갔다가 천은산을 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순서데로 천을산을 넘어 안심습지를 찾아가보자
천을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 있지만 신매동 고산초등학교 뒤에서 오르는 길이 가장 운치 있고 늙은이들이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나는 대부분 이 곳을 통하여 오른다

천을산에서 내려다 본 안십습지
천을산에서 안심습지를 시야에 장애 없이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너뎃 군데가 있다
아래 사진 중 좌측 끝에 보이는 다리가 수성구 가천동(가천역이 부분이 잘려 나갔고 그 이전이 고모역이다)과 동구 율하동을 있는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다리인데 건설한지가 꽤 되었건만 인터넷 지도상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그리고 사진 우측 끝에 보이는 다리는 안심교인데 안심습지는 위 양 다리 사이가 중심을 이루고 그 다리들을 넘어서까지 이어져 있다.
안심습지 건너편의 아파트들은 좌로부터 율하, 신기, 반야월, 안심으로 이어지는 아파트군들이 있고 그 넘어 팔공산이 보인다 아파트 너머로 산 아래 현재 건설중인 대구혁신도시가 희꾸무레하게 보인다

가천동과 율하동을 잇는 잠수교
천을산 정상에서 여기 잠수교까지 30분이면 이를 수 있다
잠수교를 건너는데 전투기 2대가 동촌비행장에 착륙한다
이지역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하나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지나가는 과객은 보기 좋다.

잠수교에 올라서면 갈대숲이 눈 높이에서 장관을 이룬다

눈 덮인 안심습지의 이모 저모
꽁꽁 언 얼음 위에 눈이 내렸다
나는 안심습지를 두번 째 방문하던 날 똑닦이를 주머니에 넣고 찾아갔다
이 날은 일기가 맑지 않아서 사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다 그래서 때마침 포토매틱스 정식버전도 구하였으므로 연습해 볼 겸 HDR 보정을 해 보았다
그 작업이 초보자에게는 완전 중노동이고 또 어떻게 해야 좋은 hdr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HDR 사진은 아래 몇 장을 시도하다가 그만 두고 말았다






얼음 위의 눈도 녹고
그 후 천을산에 오르기만 하면 천을산을 돌기 보단 안심습지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오리나 외가리를 의식해서 카메라도 똑딱이를 다른 걸로 바꾸었다
이동리 아이들은 얼음도 타지 아니하는가? 우리가 젊을 땐 동촌강변이 얼면 대구시민이 다 나왔다 할 만큼 성시를 이루었는데 이 곳엔 얼음지치는 아이들이라고는 이 모자와 또다른 3부자 이렇게 두 가족 뿐이었다
아마도 모두들 집안에 들어 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는 것이 아닐까
참 세대 차이가 나는 가보다


물오리들의 비상
오리의 이름을 모르니까 그냥 물오리라 하자


춥지도 안는가? 종일 얼음 위에 서 있거나 얼음 물속을 자맥질 한다



전국에 한파가 계속된다지만 양지 쪽에는 밤에 얼었던 얼음이 오후가 되면 조금씩 녹는다








왜가리의 비상
학인지 황샌지 백론지 왜가린지 두루민지 모르니 그냥 왜가리라 하자
하여튼 오리 뿐만 아니라 왜가리도 꽤 있다
강변 고모역 부근의 형제봉은 왜가리 서직지로 보호되고 있다
왜가리나 오리 모두가 사람을 기피하지만 왜가리의 사람 기피증은 좀 심하다. 접근을 금지하여 근접 촬영은 도저히 불가능 하였다.
조류 사진가들이 고급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사치가 아님을 알겠다

그런데 이날 나는 운이 참 좋았다
이 곳을 여러번 찾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가깝다고 해 보았자 그래도 상당한 거리지만 말이다.) 촬영할 수 있는 행운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이놈은 어디서 한 잔 좋이 했거나 아니면 마누라하고 한판 하고 나왔나 보다

물론 크롭한 사진이지만
촬영 위치가 잠수교 위 이므로 접근에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위의 사진보다 약간 더 접근할 수 있었고, 여러장 찍을 동안 날아가지 아니 하였다
그런데 예부터 학이나 두루미를 고결하고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로 여겨 훌륭한 사람을 이에 비유해 왔다
그러나 나는 최근 그 생각이 조금 달라저서 겉은 고결한 듯 아름다우나 속은 아주 응큼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찬물속에 발을 담그고 꼼짝 없이 서서 먼 산을 보는듯 하면서 곁눈질로 물속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 이에 속은 먹이가 발아래 나타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이 낚아 채니 엉금스럽지 아니 한가 말이다
이에 비하여 물오리는 쉴새없이 물을 해집고 다니며 열심히 먹이를 찾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아름답게 보이는가 말이다
어떻든 내가 사진을 찍을 동안 잠시 기다려 주었으니 너만은 고맙다고 할 밖에





아래 사진도 원본의 3분의 1 정도의 크기로 크롭한 것이니 그 거리가 짐작된다

접근을 기피하는 왜가리
상당한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카메라가 자기 쪽으로 향하기만 하면 날아간다
눈은 쬐그만 한데 보는 것은 참 잘 본다 싶다




시셈을 하는 오리들
내가 왜가리만 쫒아 다니자 오리들이 우리들도 날 수 있다고 하는 듯 하다


다섯 마누라를 데리고 사는 한 남자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까 괴로울까?
안십습지와 이곳 아파트 사이의 넓은 공터에 생태학습공원을 만들어 두고 있는데 그 속에 자그마한 연못이 하나 있다
그 연못에는 오리들이 노는데 배가 곺으면 연못 한귀퉁이에 설치해 둔 먹이상자로 가서 배를 불린 다음 다시 돌아와 논다
처음에는 의례 그러려니 하였다. 그런데 며칠을 계속 와 보아도 여섯마리 뿐이어서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같은 놈들이고 다른 곳으로 날아갈 생각조차 하지 아니하고 아이들이 쫒으면 저 쪽으로 피할 뿐 날아가지 아니하고 안심습지의 그 많은 오리들도 여기로 날아들 생각을 하지 아니한다.
이놈들은 여기를 제집으로 삼고 사는데 숫컷 한 마리가 암컷 다섯 마리를 마누라로 데리고 산다
아주 옛날에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6. 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어느 소설에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오니 살아남은 마을 남정네는 자기 혼자 뿐이었다. 그러자 마을에서는 회의를 열고 종족보존의 차원에서 그 남자를 마을의 젊은 여자들 모두의 남편으로 삼아 하루식 돌아가며 지내기로 하였는데 여자는 자기의 해당일이 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꽃단장을 하고 논다는 이야기다.
실제라면 그 생활이 행복일까 괴롬일까 극락일까 지옥일까

내가 이 한가족 여섯 부부를 처음 만난 때는 오후 늦은 시간 인데 뒤에서 조심스럽게 다가간 탓에 꼼짝도 하지 아니하는 것이 자는 듯 하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이놈들도 얼마나 민감하던지 카메라 셧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대번에 얼음 위로 자리를 옮기고는 경계를 한다
한 마누라 오리가 지아비 오리에게 말한다
저기 영감이 시커먼거 가지고 우리를 들이대는데 괞찬을까요?

알 수 없지 그래도 모두들 조심하자. 저 영감에게서 떨어지거래이

가장 오리가 마누라 다섯을 불러모아 놓고 말한다
너희들 절대 딴데 한 눈 팔거나 바람 피울 생각을 말어 알겠어?
다섯 마누라 : 우리가 언제 ......

저기 영감 자꾸 우리를 찍는데 다신 안 오게 옷 단장해서 찍혀 주자

그래도 어느 날 늦은 오후 다시 면회를 갔다

저 영감 또 왔네 피하자

그 영감 참! 왜 매일 와서 신경을 건드리노....

별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영 귀에 거슬린다 아이가

이 곳은 어린이들이 신 나는 곳이다

첫댓글 청강 참 재미 있게 잘 읽고 보았네 역시 타고난 사진 작가일세 그려 고맙네
반야월은 내 어릴때 놀던 고향인데 이런 아름다운 습지가 조성되어 있는줄을 비로소 알았네. 모두 청강 덕분이네. 사진 솜씨도 대단하고 글도 재미있게 썼네.
손에 잡힐 듯 , 고향정경 올려주신 님께 감사드립니다. 때가 맞으면 대구산행에도 한 번 동참 했으면 하는 마음이구요. 나는 마음이 일면 지금도 지리산을 자주 찾지요. 대구는 산행일이 무슨 요일 인지요?
대구 산행일은 이번 구정연휴처럼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월 첫째주 금요일입니다. 아마도 2월 첫째주 금요일인 4일은 구정연휴가 겹처서 11일로 될 것 같네요. 가는 곳은 서울처럼 정해진 곳이 아니고 대장 강민본이 사전답사를 하여 정한답니다
오후 3시 소식통에 의하면 2월 산행일은 11일이 아니라 5일 토요일이고 행선지는 앞산으로 정하고 10시 앞산공원관리사무소앞 이랍니다
첫째주 금요일(일金) 이면 현재로서는 불가하고 언젠가 틈이 생기면 사전 연락하고 한번 동참 하겠습니다. 항상 좋은 그림에다 자상한 글 올리어 산행게시판 채워주시어 감사드립니다. 李忠雨 Martinho
멋진 사진에 재미나는 글.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네. 고맙네. 고마워.
내가어릴때놀던 반야월에 그런데가있는줄 몰랐는데. 청강고마워. 3월에.내려가면 가봐야겠다 잘보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