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 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루카 3,4.6)
제대 앞의 대림환의 두 번째 초를 밝힌 대림 제 2 주일인 오늘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인간 존중과 인권의 신장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복음의 정신에 따라 존엄한 인간의 권리를 위해 교회가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다시금 기억하는 인권주일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오늘 우리에게 들려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곧 오실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믿음의 자세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바룩서의 말씀은 예레미야 예언자의 비서이자 친구이며, 동시에 유다 왕궁의 서기관이었던 바룩이 이스라엘 왕국의 멸망과 유배라는 치욕적 고통을 당하고 있던 이스라엘인들에게 보낸 권고와 위로의 말씀입니다. 나라를 잃고 이국의 땅에서의 노예 살이라는 치욕적 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바룩은 다음과 같은 말로 하느님의 약속의 말씀을 전합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명령으로 숲들도 온갖 향기로운 나무도 이스라엘에게 드리우리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서 나오는 자비와 의로움으로, 당신 영광의 빛 속에서 이스라엘을 즐거이 이끌어 주시리라.”(바룩 5,8-9)
그러면서 바룩은 이 같은 하느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이스라엘인들의 믿음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음의 말로 설명합니다.
“예루살렘아, 슬픔과 재앙의 옷을 벗어 버리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영광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입어라.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의 겉옷을 걸치고, 영원하신 분의 영광스러운 관을 네 머리에 써라.”(바룩 5,1-2)
마치 헌 옷을 벗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듯 비참한 현실이 안겨주는 슬픔과 재앙의 옷을 벗어 버리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영광의 아름다움이라는 새 옷을 입고 영광의 관을 머리에 쓰라고 이야기하는 바룩의 이 말씀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하느님의 구원의 약속이라는 희망의 새 술을 더 이상 슬픔과 좌절이라는 헌 부대가 아닌 의로움과 영광이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함을 이야기함으로서 구원의 약속을 기다리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대림 시기를 보내며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기다림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오늘 제 1 독서의 바룩서의 이 같은 말씀은 오늘 복음의 말씀으로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늘 복음을 전하는 루카 복음의 말씀은 곧 오실 메시아를 예고하며 그 분을 맞이할 합당한 준비를 요청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전합니다. 광야에서 들꿀을 먹으며 허리에 띠를 두르고 오실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던 세례자 요한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려집니다. 이에 요한은 자신이 들은 하느님의 말씀 그대로 광야로 나아가 구약의 예언자 이사야 예고한 말씀 그대로를 선포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루카 3,4ㄴ)
굽은 길을 곧게 내고 골짜기를 메우며 산과 언덕들은 모두 낮아져 오시는 그 분이 걸을 길을 마련하는 것, 거친 길을 평탄하게 만들어 그 분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모든 이가 그 분이 주시는 구원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바로 세례자 요한에게 맡겨진 사명이었으며 이를 위해 요한은 광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모든 이들이 죄에서 돌아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으로 돌아서기를, 곧 회개를 통해 오시는 주님을 합당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외쳤습니다.
이처럼 오늘 제 1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한 결 같이 그리고 한 목소리로 기다림을 준비하는 우리의 합당한 자세, 곧 회개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삶의 자세와 태도로서 현실의 죄스러운 삶을 뉘우치고 하느님의 용서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개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개의 삶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곧 오실 주님을 합당히 맞을 준비로서의 회개의 삶, 죄에서 돌아서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 안에서 생겨나는 이 같은 실질적이면서도 실천적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오늘 제 2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안에서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애정과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며 특별히 그들 모두가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간곡히 당부합니다. 그러면서 그 실천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를 다음의 말로 설명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 그리고 내가 기도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필리 1,6.9-11)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우리가 얻게 되는 모든 지식과 온갖 이해로 내가 갖고 있는 사랑이 더욱 풍부해지기 위해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남보다 더 많이 아는 지식이 아닌, 남보다 뛰어난 그 어떤 능력이 아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참과 거짓, 선과 악 그리고 빛과 어둠을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 곧 영적 식별의 능력을 통해 내 앞에 놓인 것의 참됨과 거짓을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 오직 그 능력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 죄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는 유일한 능력이며 우리가 회개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요청되는 그 무엇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하는 이 영적 식별의 능력은 오늘 한국천주교회가 지내고 있는 인권주일의 의미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가 1982년부터 지금까지 대림 제 2 주일을 인권주일이자 사회교리 주간으로 지내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하느님이 주신 거룩한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로써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을 교회는 믿고 또 그렇게 가르쳐야 할 사명을 일깨우고자 함입니다. 또한 교회는 믿고 가르치는 이 진리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하며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누구보다 앞장서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부당하게 사회적 지배층으로부터 기본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실에 대항하여, 불의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가 침묵할 때, 교회는 소외 받는 그 한 사람을 위해 불길로 뛰어들고, 인권을 유린당한 그 한 사람을 위해 길거리로 나서야 하며, 불의에 항거하고자 모든 이가 거부하는 현실로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말아야합니다. 그를 통해 모든 이들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소외되거나 박해당하는 일 없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구원의 상급인 기쁨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세상, 그래서 모든 이들이 하느님 사랑의 빛으로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의 향기로 가득 찬 세상,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 말씀을 통해 하느님이 우리에게 이야기하시는 // 오시는 그 분을 합당히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오늘 제 1 독서의 바룩 예언자가 이야기하는 영광의 때는 하느님이 비추어 주시는 빛의 광채로 기쁨과 평화가 가득 찬 때입니다. 그러나 그 기쁨과 평화가 모든 이가 아닌 소수의 일부만을 위한 것이라면, 또 그것이 사회적 약자와 빈곤자들을 제외한 부분적 기쁨과 평화라면, 그것은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며 그토록 변화시키고자 했던 굽은 길이며 골짜기이고 거친 길일 것입니다. 회개의 삶을 통해 우리 곁의 모든 이들이 한 사람도 소외되거나 박해 당하는 일 없이 하느님과 함께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정말 지금의 이 세상이 하느님 사랑의 빛으로 또 그 분의 사랑의 향기로 가득 찰 수 있도록 굽이굽이 굽은 그 길을 복음의 세례자 요한의 외침처럼 오실 그 분의 길로 곧게 내어야 하는 것이 대림의 시기를 보내는 우리가 갖추어야할 참 회개의 자세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을 맞이하는 이 대림의 시기에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참 회개의 삶을 준비하여 곧 오실 그 분을 기쁨과 행복으로 맞이하게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 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루카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