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놀림거리가 되거나 멸시 당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혼혈 가수 인순이(46)씨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살짜리 딸을 미국에서 출산한 이유에 대해 “순전히 학교 문제 때문이었다”며 “사실 내가 받은 상처가 커서 임신기간 내내 ‘혹시 나를 닮은 딸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하지’를 수없이 되뇌었다”고 말했다.
인순이씨는 “난 이민갈 생각이 없고 한국에서 뼈를 묻을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한국에서 마음 상하지 않고 자라길 바랐다”며 “딸을 한국에서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상처를 덜 받지 않을까 해서 미국에서 출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또 그는 최근 미국 ‘수퍼볼’ MVP를 거머쥔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에 대해 “지금 시대에 혼혈의 구분은 국적으로 선을 긋기보다 문화로 선을 긋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워드의 성공을 계기로 아직도 남아있는 혼혈에 대한 일말의 편견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랑스럽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자란 워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어머니에게도”라고도 말했다.
인순이씨는 ‘샌디 김’ 등 혼혈 연예인 1세대에 이어 윤수일, 박일준씨와 함께 2세대 그룹을 형성했지만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일한 2세대 혼혈 가수다. 다니엘 헤니 등 이국적 외모의 연예인들이 큰 거부감 없이 인기를 얻고있는 요즘과 달리 과거 인순이씨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우리 혼혈인들은 150% 노력을 해도 효과는 90%밖에 안 나타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2등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온 게 사실”이라며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감이 늘 존재한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연습벌레처럼 연습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방송할 때 곱슬머리라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모자를 쓰거나 머플러로 묶는 식으로 나 스스로를 감춰야 했다”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상했다.
한편 그는 최근 이국적 용모를 지닌 혼혈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끄는 것과 관련,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사람에 대한 이질감이 많이 줄어들어 혼혈 연예인에 대한 호감도 상승 분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호감은 여전히 다니엘 헤니나 나같은 ‘연예인’에 국한될 뿐”이라고 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혼혈 사회에서는 ‘돈’에 대한 보상보다 ‘성공’모델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래서인지 아이들 앞에서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하고,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