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봉화산(326.7m)은 고성만의 방파제 역할을 담당하는 듯 반도처럼 툭 튀어나와 고성만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중심 봉우리이다.
산길은 능선의 중추를 밟아가는 종주 산행으로 도산면의 산줄기를 제대로 걷는 길이다.
불과 2~300m대의 산 높이지만 바다가 발아래이니 고도감은 몇 배로 느껴지고, 마치 섬산행을 하듯 좌우로 펼쳐지는 트인 경관은 추위마저 한 계절을
훌쩍 건너뛰게 한다.
그래서 그런가, 때이른 봄은 어느새 우리들의 앞섶에 슬그머니 다가와 있었다.
주봉인 봉화산은 가까이에 봉수대가 있어 지어진 이름으로 우산봉수(牛山烽燧 경상남도 기념물 제279호))라고 부르며, 해안지역에 설치된 연변봉수(沿邊烽燧)이다.
우산(牛山)은 산등성이가 소(牛)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부르는 이름.
세종 7년(425)을 전후한 시기에 처음 축조되어, 고종 32년(1895)봉수제의 철폐 시까지 운용되었다.
매봉산은 매가 사냥하기 좋아 지어진 이름으로 지형도상에는 309봉이나 정상석은 276봉에 있고, 장막산(260m)은 지형도상에는 탄막산으로 되어 있다.
장막산은 아래 바닷가 마을을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
초입의 큰산(251m)은 아이러니하게도 200m대 낮은 산을 부르는 이름이니 언어의 배반이 아니겠는가?
바다에서 출발하는 섬산행 버전으로 큰 산을 오르듯 가쁜 숨을 뿜어내며 올라야 한다는 의미인가?
과외로 우리를 유혹한 형제봉(184.3m)은 유명무실(有名無實)하였다.
들머리엔 진주조개에 핵을 심는 ‘진주 핵 시술장’과 ‘태성수산’이 있고, 날머리 주차공간엔 ‘내원암굿당’이 있다.
산행코스: A)진주핵시술장(또는 태성수산)-큰산-장막산-범골고개(도로)-사각정자-매봉산표석-형제봉-매봉산-봉화산-봉수대-등산안내도-내원암굿당
B)들머리인 진주핵시술장으로 진입하다 하차. 범골고개(도로)- 상 동
산행궤적(남해의 크고작은 섬들을 지도에 담았다.)
11.26km를 4시간 40분쯤 걸었다.
고도표
부산일보의 가이드를 따랐고, 형제봉은 과외였다.
A팀 들머리인 진주핵시술장으로 진입하면서 범골고개 삼거리에서 B팀들을 내리게 한다.
사각정자가 있는 통영양돈 입구는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5분 정도 아스팔트를 걸어야 한다.
B팀들을 내려준 우리 버스는 태성수산 앞에서 멈춘다.
들머리는 낮게 내려앉은 저 산자락으로 올라 능선을 이어갈 것.
이정표나 아무런 표식이 없지만 들머리는 대체로 뚜렷한 편.
돌아본 모습.
뚜렷한 산길을 따라...
김해김씨묘를 지나자...
서서히 드러나는 암반.
고개를 우측으로 살짝 돌리자 좌측 멀리 미륵산(彌勒山)이 우뚝하고, 미륵산 앞 천암산(天岩山 257.9m) 능선의 우측 끄트머리에 동그란 섬은 목섬,
바다에 떠있는 길쭉한 섬은 장도(長島), 장도 뒤는 길다란 미륵도.
살짝 당겨본 미륵산과 우측 목섬.
기가 막힌 전망대다.
우리는 여기서 한참이나 머물면서...
크고작은 섬들을 짚어보았다.
중앙에 있는 섬이 아까본 장도이고, 우측 가까이 제법 큰 섬은 장구를 닮았다고 장구도(長久島), 장도와 장구도 사이는 필도. 제일 왼쪽이 목섬.
장구도 너머 멀리 희미한 사량도.
역시 사량도가 아슴하다.
제법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는 사량도. 좌측이 칠현봉이 있는 하도(下島)이고, 우측이 지리산이 있는 상도(上島).
은빛 물결 일렁이는 미륵산과 앞에 길쭉한 능선은 천암산(257.9m). 앞에 작은 섬은 대망자도와 소망자도, 그리고 우측 끄트머리엔 아까 짚어본 목섬.
돌탑으로 큰산의 정수리를 장식하였다.
다시 진행하다 만나는 돌탑은 217m봉.
잇따른 암릉에서 펼쳐지는 조망은...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북동쪽 굵직한 산줄기 멀리 솟은 벽방산과 가까이 채석장 위로 솟은 봉우리는 발암산(鉢巖산 276.5m)인 듯.
벽방산 방향 산자락 아래엔 법송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온통 파헤쳐지고 있다.
평화스런 어촌 송계마을이 배산임수로 따스하게 자리잡았다.
나즈막한 산자락으로 도드라진 암릉이 계속되고...
벽방산과 발암산, 그리고 조성중인 법송산업단지가 훤하게 조망되고, 우측 송계마을은 발아래다.
송계마을이 고향인 지역민을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다 기차바위를 닮은 바위를 걷는다.
이름을 짓는다면 기차바위가 맞을 테지만 송계가 고향인 이분은 어릴 때부터 '호래이바위'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지형도상의 탄막산은 장막산. 장막산엔 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은 장구도와 우측 사도, 뒤는 필도. 사량도가 우측으로 크고 길게 막아섰다.
☞ 클릭. 전망데크에 설치된 안내도를 파노라마로 찍었다.
안내판.
'가슴이 탁 트이는 장막산 정상에서 푸른 바다에 떠있는 섬 너를 불러본다.'
☞ 클릭. 파노라마로 잡았다.
가까이 중앙에 장구도와 우측 사도, 장구도 뒤엔 필도와 콩알만한 별이섬, 우측 멀리엔 이끼섬, 좌측으로 길쭉한 섬은 아까부터 보아온 장도.
장막산의 이정표.
이제 편안한 솔숲길을 걸어...
범골고개 방향을 따라...
범골고개에 내려선다. 이 지점은 아까 B팀들을 내려준 곳.
약 5분 정도 아스팔트를 걸어야만 사각정자 들머리를 만날 수 있다.
범골고개의 '장막산 숲길' 안내도.
'통영양돈' 큼지막한 안내판이 선 삼거리에 사각정자가 보인다. '통영양돈'은 예전엔 '백찬양돈'이였다.
또 예전엔 통영양돈 방향으로 가서 산길로 붙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각정자 뒤로 반듯한 등산로가 열려있다.
사각정자의 봉화산 등산안내도.
제일 후미에서 따라오다가 산불초소에서 일행들의 꽁무니를 물었다.
산불초소가 있는 이 지점은 수월고개 갈림길.
이 지점에서도 어김없이 전망이 트인다.
미륵산 방향 좌측으로 우리가 걸어온 능선 끝자락에 큰산.
방향을 틀자 바다건너 도드라진 벽방산. 더 뒤 좌측으로 거류산.
바다를 바라보다 살짝 당겨 보았더니 바다를 향하여 칡처럼 길게 돌출된 모양은 섬은 아니지만 섬처럼 보여 그 끄트머리가 '칡섬끝'이란 지명이다.
군계일학으로 솟은 벽방산과 좌측 끄트머리 거류산을 당겨 보았다. 구절산은 거류산 뒤에 숨었고...
푸른 바다의 수산물 양식시설.
氣가 살아 있음직한 암봉에서 식탁을 차렸다. 목이 말랐다고 하였더니 "목 마르면 물 마시면 되제."한다. 그게 아닌데...
능선엔 어김없이 바다를 향하여 전망이 트이더니...
다시 산불초소가 있는 매봉산표석 봉우리에 올라선다.
매봉산의 앙증맞은 정상석.
그리고 등로가 좌로 휘어지는 이정표가 있는 이 지점이 형제봉(184.3m) 갈림길.
형제봉은 지형도에 올라있는 이름이라 '봉 따묵기'를 하였다만 유명무실.
그래서 정수리 작은 바위에 매직으로 이름을 적었다.
돌아본 형제봉.
다시 갈림길로 돌아왔더니 왕복 15분이 걸렸다.
이 지점이 지형도상의 매봉(309m)이지만...
아무 표식이 없어 매직으로 표식만 하였다.
잡목 사이로 성큼 다가선 벽방산과 거류산.
데크 안전계단을 올랐더니...
전망대. 우리가 걸어온 능선이 좌측으로 길게 보이고...
아래론 수월항 수월마을이 평화스럽다. 섬은 사도와 장구도.
우리가 걸어온 능선.
봉화산에 닿았더니 문채님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우리들의 추억 메이커.
봉화산의 이정표.
허물어진 '우산봉수'에 왔다.
봉수대가 위치한 자리는 한눈에 조망이 트이는 지점.
왜적의 침입을 감시하는 곳이니 남해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무너진 봉수대의 흩어진 돌들을 대충 모아 두었고...
시골 밭두렁 담장보다 못하게 얼기설기 임시로 쌓아 두었다.
연대(煙臺)의 형태는 평면 타원형으로 높이가 2.3~3.5m, 직경이 동서 13m, 남북 10m이며 주변에 봉수꾼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였지만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명색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279호' 라는데 여기에도 유명무실이 존재한다.
안내판.
우산봉수대의 이정표.
흘러내린 돌무더기에서 옛사람들의 흔적을 더듬는다.
봉화산으로 리턴하여...
우측으로 점점의 섬들을 읽는다.
제일 우측 벽방산 자락부터 칡섬끝, 다음이 솔개를 닮아 연도(鳶島), 다음이 읍도(邑島), 맨 좌측이 나르는 뱀섬으로 비사도(飛蛇島).
진행방향 좁은 바다건너 또다른 고성의 봉화산(256.8m)이 가늠되고, 멀리 병풍을 친 능선은 무이산인 듯.
벽방산과 거류산. 그리고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징검다리 섬들.
<photograph by 문채>
데크전망대에선 이제 사량도가 지척이다. 우측의 섬들은 누운섬과 윗대호섬.
솔숲길을 걸어...
안내판이 있는 2차선 도로에 내려선다.
계단을 내려서기전...
봉화산 안내도를 일별하고...
버스 주차가 용이한 '내원암굿당'으로 200여m 걸어가야만 한다.
내원암굿당 뒤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우리 버스는 '도산예술촌' 주차공간에 있다가 이리로 옮겼다.
버스 주차와 뒷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만 산불감시원의 통제로 급히 자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버스는 신만덕으로 패스하여 우리를 내려 주었다.
덕천동의 자주 가던 치킨집은 주인이 바뀌면서 너무 맛이 없어졌기 때문.
내린 사람은 달랑 세 사람.
이 집의 잘 튀겨진 노랑노랑한 치킨이 입맛을 돋군다.
-무명도-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이 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