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휘파람을 불면서
입을 오무리고 걷는다
오로린 입속에 붐 바람이 일어
버들개지가 푸룻 푸릇 싹을 띄운다.
휘파람은 늘 입속에서
버들개지의 대롱을 타고 밖으로 나온다.
나와 흡사한 사람을 나는 가끔 본다
파밭을 지나면서
그것은 오리혀 더욱 싱싱히
파잎을 타고 나오는 닐리리 닐리리
소리.
검은 커튼을 드리우고
깊이 방에 묻혀 있는 날
봄 볕을 타고 흐트러지는
나의 휘파람은 입속에 있는
가장 가벼운 침방울을 흔들어
홀홀 날려 보내는
일상인 것이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이우석: 1942년 경북 상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자유문학』 신인상과 <서울신문> 산춘문예, 『현대문학』을 통하여 문단에 데뷔.
현대적 감각과 한국적인 이미지 재현에 주펵하고 있는 시인.
시집으로 『고요한 모색(模索)』이 있고 《신년대(新年代》와 《목마(木馬)시대》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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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오무리고 휘바람을 불고
버드나무가지 꺽어 불기도 하고
풀피리를 불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악기보다 듣기 좋은 소리였습니다.
풀피리 소리에
구름이
바람이
들새가
들꽃이
강물이
산이....
흔들흔들 춤을 추었습니다.
아니, 울고 있었습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