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명 공동체’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5,5, 공동번역).
주님의 제자인 우리는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항상 가지에 붙어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기 위해서는 주님 안에,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켜야 할 것입니다.
즉, 오늘 제2독서처럼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오늘 복음의 단락 마지막에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십니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요한 15,17).
복음을 묵상하면서 한 편의 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시는 문둥이 시인이라 불린 한하운의 ‘손가락 한 마디’입니다.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손가락 한 마디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슴 시린 슬픔을 담아
따뜻한 양지쪽에 묻는 내 지체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는 두려운 마음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교회를 떠나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나,
성당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포도나무에서 언제 잘려나갈지 모를 가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요한 15,6)고
말하고 있습니다.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가지를 생각하면 시인이 느꼈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생명 주일인 오늘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와서
포도나무로부터 생명력을 부여받고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
주님 안에서 함께 머무르며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 : 양석현 세례자요한 신부 – 전주교구 상지원
사랑 가득한 말씀의 힘
저는 요즘 성경통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1일부터 시작했는데요,
1년 동안 성경 73권을 다 읽도록 만들어진 통독 표를 따라 하고 있으니,
10월 31일에 끝날 예정입니다.
통독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예상 못한 곳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름 아닌,
SNS에서 모 여배우가 ‘열 번째 통독에 들어간다.’ 하고 적은 글을 발견하고,
가슴에 뭔가 ‘쿵’하는 울림이 찾아온 겁니다. 누구는 저렇게 열 번이나 하는데,
‘나는 성경 전체를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이란 걸 돌아보게 되었고,
이런저런 상황에 흔들리며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통독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당 친구 2명에게 제안해서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일 년 동안 매일매일 성경을 읽을 수 있을까? 그게 진정으로 가능할까?
처음엔 두려움과 걱정이 많았는데, 해보니까, 세상에! 생각보다 너무너무 좋은 겁니다.
통독 표는 하루에 성경 2장에서 3장 정도와 시편 한 편을 함께 읽도록 짜여 있는데요.
읽은 후, 그날 마음에 다가온 구절과 묵상을 정리해서 적고 있습니다.
이제 통독한 지 6개월이 넘었으니 그 흔적이 꽤 많이 쌓였고,
말씀과 함께 나의 삶이 담기고 있어서 이런 보물이 없는 듯합니다.
게다가, 전에는 청년성서모임을 위해 정해진 성경만 읽었고,
사도행전도, 역사서도 본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사도행전이 이렇게 흥미진진한지 미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역사서들도 웬만한 흥행 드라마,
영화 못지않게 반전과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이어지니 정말 재밌는 겁니다.
그리고 구약의 하느님, 신약의 예수님 말씀! 바로, ‘힘을 내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함께 있으니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강한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들은
신기하게도 지친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어 주어, 어떤 보약보다 약효가 뛰어났습니다.
성경 속 인물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겸손한 사람, 욕심 많은 사람, 혹은 자만하거나 걱정 가득한 그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나는 주님과 함께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도 말씀은 콩닥콩닥 살아 숨 쉬며 저에게 인공호흡을 해줍니다.
이렇게 사랑 가득한 말씀의 힘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혹시 오늘부터 성경통독 하실 분들이 계신다면 축복의 기도로 응원할게요.
주님 안에 푹 머무르는 5월 되세요.
글; 김민정 스텔라 / 방송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