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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100여 명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2023년 마지막 날 청계천과 서울시청 인근은 새해를 맞으려는 수많은 인파로 들뜨고 북적였지만, 한쪽에서는 무거운 마음으로 연말연시를 맞는 이들이 있었다. 2023년, 이태원특별법 제정을 하지 못해 슬픔과 분노를 느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2월 28일 이태원특별법 국회 본회의 상정을 촉구하며 집중 문화제와 피켓팅, 159배와 오체투지 등 비상 행동을 이어 왔지만, 특별법은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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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JPIC분과가 12월 31일 '159, 별과 함께하는 그리스도교 연합 기도회'를 열었다. 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도회에는 그리스도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이주영 씨 아버지)은 지난 1년 동안 힘든 싸움을 해 왔다며 2024년은 대한민국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게 함께해 달라고 했다. 음향 장비가 잠시 고장 난 탓에, 이정민 위원장은 생목으로 고함을 질러가며 호소했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159명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어이없게 세상을 떠나게 된 것에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 매년 그랬듯 곧 수많은 인파가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기원하는 행사를 한다. 이제 많은 사람이 모이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비록 우리가 올해 그렇게 갈망했던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했지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다시 힘을 내 보려고 한다. 유가족은 2024년을 진실 규명의 해로 명명하고 끝까지 싸워 나갈 거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하늘로 보내고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만 유가족 모두 다시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 다 같이 노력하고 힘을 합치자."
설교자로 나선 자캐오 사제(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저 높고 높은 자리에서 친히 내려와 존재 자체가 절망인, 그 낮고 낮은 자리에 버려져 있는 우리 한가운데로 오셨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임마누엘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고백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상실감과 고통, 고립감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에도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말했다.
자캐오 사제가 '임마누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그리스도인모임 김민아 간사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답을 찾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 달라. 이 참사를 섣부른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해석하며 가볍게 떠들지 않도록 함께 슬퍼하며 견딜 수 있는 애달픔을 허락해 달라. 무엇보다 깊은 애도로 희생자를 비롯해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연대하며 그 과정에서 복합적인 참사의 원인이 밝혀져,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함께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참석자들도 함께 손을 모아 기도했다.
국회는 1월 9일 본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진표 의장은 특별검사 제도를 제외하는 등의 중재안을 내고, 국민의힘이 여기에 합의하지 않으면 기존 더불어민주당 안을 본회의에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제정 비상 행동의 일환으로 1월 3일을 집중 조문의 날로 정하고 서울시청광장 분향소 앞에서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 1월 6일 오후 3시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 마지막 상영회를 진행한다.
시민대책회의 김덕진 대외협력팀장은 "2023년 마지막 날 많은 종교인이 분향소와 유가족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성직자들이 우리가 길을 못 찾고 헤맬 때 이끌어 줬고 옆에서 기도와 예배로 함께해 줬다. 지금도 이태원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과 시민들이 국회 앞 농성장과 시청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많이 빚지고 있지만 또 한 번 여기 계신 종교인들의 기도의 힘을 빌려 보겠다"며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김덕진 대외협력팀장은 이태원특별법 제정을 위해 그리스도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기도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줄을 지어 분향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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