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꽥꽥’ 오리걸음 … 허리의 비명
2, 3월이 되면 노인 환자들의 척추병원 방문이 부쩍 는다. 주춤해진 추위로 바깥 나들이가 쉬워진 것도 이유지만, 설 연휴에 고향을 찾았던 자녀들이 허릿병으로 괴로워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제일정형외과병원의 오재인 척추센터 과장은 “척추질환 환자는 통증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변형된다. 따라서, 증상에 따라 특이한 걸음걸이나 자세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를 잘 살피면 그 원인을 사전에 짐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변 친지나 이웃의 걸음을 서로 살펴보며 허리를 건강하게 하고, 허릿병을 미리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오리걸음으로 걸을 때=전북 정읍의 김모 할머니(62)는 동네에서 ‘오리할머니’라는 놀림을 받는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는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상체를 든 채 마치 오리가 걷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척추관협착증’인 경우가 많다. 이 병은 50세 이상에서부터 많이 발병하며, 대나무 속 같은 척추관 주위의 뼈나 인대가 자라 척추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이 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물리치료나 약물로는 완치가 어렵다. 따라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뼈나 인대 등을 제거하는 ‘미세현미경 감압술’이 권장된다. 오재인 과장은 “부분마취로 40분 내외의 수술시간과 5~6일 정도의 입원기간만으로 충분하다”면서 “상처도 1.5~2㎝일 뿐이어서 회복이 매우 빠르다”고 밝혔다.
◆배를 내밀고 오리걸음=경남 김해시의 정모 할아버지(73)는 언제부터인가 저절로 배를 내밀게 되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면서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을 걷게 되었다. 진단결과 ‘퇴행성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나왔다. 이 질환은 주로 40대 이후에서부터 발생하게 되는데, 척추를 받치고 있는 근육이나 관절이 노화되면서 약해져 벽돌처럼 잘 쌓여 있던 척추뼈의 일부 마디가 앞(배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어긋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환자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이 많다. 굴착기 작업처럼 진동이 많거나 반복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작업, 장시간 허리를 사용하는 작업 등이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척추관협착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에 따라서는 MRI 등의 정밀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엉거주춤 걸을 때=서울 관악구의 최모씨(51)는 자신도 모르게 엉거주춤하고 어기적거리면서 걷게 되어, 술 취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 경우엔 ‘퇴행성 경추 척수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상태에서 척추 인대가 뼈로 변성되며, 목 부위 신경을 누르거나, 목 디스크가 크게 튀어나오는 병이다. 목 신경이 눌리면 팔다리에 문제를 일으켜, 손의 힘이 떨어지거나 부자연스러워지고, 다리 근육이 약해진다.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하고 쉽게 떨어뜨리거나, 와이셔츠 단추 채우기도 힘들어한다. 다리 근육 약화로 대소변을 보는 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별로 없기 때문에 뇌졸중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양쪽 어깨를 뒤로 젖히고 걸을 때=노년층이 아닌 40~60대에 척추가 굽는 병으로 ‘요부변성증’ 이라고 불린다. 대부분의 환자가 여성이고,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것이 보편화한 동양권에서만 주로 발견되는 독특한 병이다. 환자는 몸이 앞으로 굽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양쪽 어깨를 뒤로 젖힌 자세를 취하게 된다. 무릎과 고관절도 벌어져 구부린 자세를 보이게 된다. 이 병은 물리치료로는 어려움이 많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
**허리·배 근육 강화 운동
●선 자세에서 앉았다가 일어나기
●앉은 자세에서 다리를 뻗고 허리를 구부려 손끝을 발끝에 대기
●육상 선수들의 100m 출발자세로 수그려 엉덩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기
●무릎을 구부린 채로 위로 보고 누운 후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기
●위를 보고 누운 후 무릎을 굽혀 가슴에 대었다가 내리기
●누운 자세에서 윗몸 일으키기
**바른 자세
●물건을 들때 반드시 일어서서 물건을 정면으로 대하면서 든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무릎을 굽혀서 들어야 한다.
●누울 때는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 밑에 베개를 하나 정도 받쳐놓는 것이 좋다.
엎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앉을 때는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는 자세가 좋다.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는 서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이 덜 간다.
[최종편집 : 200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