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표작
해양장
김우연
봄비 오는 연안부두 마지막 이별인데
사할린 혈육 찾아 또 새로운 출발이네
고국 땅 찾아왔다가 죽어서야 다시 가네.
민들레 씨앗들이 동토에서 싹이 트고
칠십 년 기다리다 고향으로 오던 길에
이별은 이별을 낳고 철썩이던 파도 소리.
해방의 그날에도 볕이 들지 않던 탄광
과거사 반성 없는 이리떼는 여전한데
봄비에 흠뻑 젖는다, 부표도 함께 젖는다.
신작
아버지가 돌아왔어요
—6·25 전사자 노관수 이등중사
혹시나 돌아오실까 평생 빗장을 안 거시고
삐거덕 대문 소리에 깜짝깜짝 놀란 세월 눈감는
그 순간까지도 기다리시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왔어요
순백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왔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자 상봉 기쁜 날.
아들아, 내 아들아, 마음으로 보던 외아들아
지나간 칠십이 년, 풋잠 깬 듯 어제인데
꽃 같던 너의 엄마는 마실 나가 안 왔나.
아버지, 아버지, 처음으로 불러봅니다
함평군 학교면 고향 마을도 떠오릅니다
두 분이 웃음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옵니다.
*고 노관수 이등중사 : 전라남도 함평군 학교(鶴橋 : 학다리)면에서 1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가 1950년에 결혼했다. 이후 전쟁이 나자 임신 중이던 아내를 두고 1951년 5월 자진 입대했으며, 그 해 10월 6일 22세의 나이로 장렬히 전사했다. 이등중사는 현 병장 계급임.
달팽이
가다가 쉬는 곳이 지상의 천국이라
이 잎에서 저 잎으로 멈춘 듯 건너가네
가끔은 나뭇가지에 새처럼 앉기도 하고.
느린 듯 끊임없이 걷고 또 걸으면서
무거운 듯 짊어진 집 그대의 우주여라
고요한 침묵 속에서 일체 고통 떠났네.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을 그대는 알고 있어
그 어떤 조건들도 다 떠난 성자여라
가는 곳 언제 어디든 천국에서 머무네
<대구시조> 2023. 제 27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