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생활이 본격화되니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만나는 것도 더 잦아집니다. 연휴내내 태균아빠가 와있다보니 더 빠뜻하게 시간을 쪼개야 했는데, 화요일 새벽 돌아갔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휴가온 태균이 작은아버지 가족들이 제주도에 왔습니다. 긴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온 손님들이라 마음이 또 분주합니다.
크게 내색은 안해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태균이 신나서 싱글벙글, 주변인들을 다 왜소하게 만드는 덩치발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일기에 자주 올린 것처럼 태균이 사촌형도 선천성 백혈병으로 치료 중에 시력에 문제가 생겨 장애를 겪고있으니 동병상린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거리적 한계와 친가를 바탕으로 한 관계이기에 마음의 빗장을 훤히 열고 터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간만에 보았으니 반갑게 이야기하는 중에 태균이가 늠름하게 잘 성장해주어서 그게 눈에 보이는 모양입니다. 가끔 보긴해도 생전 그런 말 한 적이 없었는데 태균이랑 즐겁게 사는 모습이 좋게 보였는지, 태균이 존재가 제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언급을 해줍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곧바로 태균이가 제게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바로 털어놓게 됩니다.
지난 4월 방문해서 며칠지내다간 대학동기도 처음에는 자꾸 저를 위로하면서, 제가 커다란 스트레스를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으로 오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함께 지내며 지켜보더니 그런 인식을 완전히 뒤집고 갔습니다. 예상과 달리 너무 신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자모습도 그렇고, 제게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는가 싶을 정도의 '뭐가 문제인데?'하는 태도에 적잖히 놀란 모양입니다.
장애자식을 키우는 일은 고통이고 눈물일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히 편견일 수 있습니다. 자녀양육의 마음가짐이나 제대로 된 아이와의 관계성 확립의 노력은 어차피 모든 부모에게 해당되는 워딩이 될테고, 장애자녀 양육이라고 무조건 불행할 것이라는 것은 얼마나 큰 편견인가를 제가 손수 깨우쳐 준 것 같아 은근 기쁘기까지 합니다.
매일 해가 있는 일출모습은 비슷하나 일몰풍경은 하루하루 완전히 다른 것처럼, 유난히 아름답게 펼쳐지는 일출이란 그 미학의 극치가 배가되기 마련입니다. 요즘 태균이를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일몰처럼 마음과 가슴, 눈에 담아두면 좋겠다싶은 시간들이 늘어납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제가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적은 없습니다. 단지 누구든 자식키우는 일에 요구되는 마음가짐과 관계유지 노력은 마음먹기에 따라 천지차이가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발달장애 자식이 의외로 삶의 기쁨이 되는 현장을 저는 진심되게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요즘 아이들 도예수업을 위해 가야하는 민속촌에서 만나게되는 전 직장선배에게도 비슷한 편견과 오해가 있기 마련입니다. 확실히 사람들은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적 사정들은 오래 기억하는 법입니다. 그 선배에게 내가 아니라고 한들 아직은 편견을 쉽게 떨구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이런 정도의 편견은 곧바뀌게 될 것이라 믿어봅니다.
특별한 것은 특별한 맛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특별한 맛의 진위를 가꾸어가는 노력, 적어도 그 부분에서는 저는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을수록 그게 단순한 위로가 아닌 원래 삶의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 모자는 공유하는 듯 합니다. 삶은 기뻐야하고 기쁘게 가꾸어가야 할 일입니다.
하기싫다는 제스츄어를 보이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삼고 오늘도 녀석들 도예작업을 훔쳐봅니다. 근육경직이 오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준이, 아직 물레수련이 한참더 진행해야 하는 태균, 세월의 연마가 더디기만 하지만 그래도 티끌모아 태산이니 티끌모으기라도 게을리하지않는 자세, 늘 동조해주는 태균이라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카페에 들락거리며 글을 기다렸는데, 몸도 마음도 바쁘셨군요.
모자분의 행복한 관계에, 공감하고 말씀하신 내용에 백퍼 동조 동감 동의 하더라도 그 경지를 누리기엔, 불확실한 미래까지 끌고 와 안심하고픈 중생의 입장에서는 아득하기만 합니다. 전 중생이라는 집단에서 벗어 나고팠는데, 이젠 그 속에 낑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 ㅎ
그림맘은 물론 우리 가족 모두 그림으로 인해 지평이 달라지고 구원으로 가는건 확실한데 뺏기지 않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 관건이 되겠습니다.
대표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