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2021년 4월 20일에 찾아간 곳은 대전둘레산길 6구간 중의 일부인 장동고개에서 신탄진정수장까지 구간을 걸어보기였다.
6구간은 계족산 봉황정에서 이어지는 구간으로 중간에는 장동산성이 있지만,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장동고개에서 하차해서 걷는 길을 택한다. 대전역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떠난다.
맑은 햇살과 공기는 우리의 몸과 맘을 말갛게 해준다.
게다가 새싹의 연한 빛깔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옛날판(1960년대 판) 지형도 복사본을 들여다 본다. 이렇게 많이 변했단 말인가.
그러나 옛길과 우리말 지명을 맞춰보기에는 제격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안내도'는 우산봉 정상(573m)에 있는 것을 찍은 것이다. - 6구간을 찾아본다.
-장동고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내린다.-
( *논산시 천호산- 황령재 구간에도 이렇게 버스 승강장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옛날 포장도로를 건느면 둘레산길로 이어지는 맨흙길이 나타난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황톳길 촉감과 흙내음, 발에 채이는 작은 솔방울들 -
'장동'이란 '긴 - 골' 소리나는 대로 하면 '찌다란 골짜기'란 뜻일테인데.. 끝골짜기에는 계족산성 아래 봉황정 아래 '산디'라는 마을이 있다. '산의 뒤'라는 말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산디'로 굳어져 버렸다. '응달말'처럼.
-'떡갈나무'의 잎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새로운 생명체들은 저렇듯 싱싱하고 깨끗하고나. 5월은 푸르고나! 아니 4월도.
떡을 찔때 밑 깔개로 쓴다 해서 얻어진 이름인데, ' 신갈나무'는 (짚)신에 까는 깔개에서 나온 말이고 보면, 어찌 우리 옛 것을 그리도 잘 간직하고 있는지... 나무이름, 풀이름에서도 우리 것이 이렇듯 오롯하게 남아 있구나
나무 중에 진짜 나무 참나무에는 딱히 정해진 참나무가 없고, 이렇듯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 등으로 폭넓게 이뤄져 있는 것도 특이하다.
진짜 나무, 참나무는 상수리나 도토리같은, 흉년에 먹을 것을 준다해서 얻어진 이름일까?
아니면 나무가 야무지고 차지고 단단해서 재목으로, 숯으로 하기가 좋아서일까?
마치 '들국화'가 따로 없이 모듬으로 불리워지는 것처럼. :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황국.----
- 중간에 만나는 대전둘레산길 6구간 지도 -
-중간에 정자도 있어 쉬엄쉬엄 간다. 정갈하게 관리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돌탑에는 태극기도 꽂아놓고.
기둥에는 벽시계, 부채도 걸어놓고, 방비며 대걸레를 쓰러지지 않게 프라스틱 물병을 짤라서 꽂아 놓았다. 폐품 활용한 것을 보고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저런 마음과 정성으로 봉사를 하는 분이 있다니. 감사합니다. 착한 무명씨 아무개 양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이리돌고 저리돌고 201미터 고지에서 신탄진도 내려다 보고, 옆의 탄약창 부대 경고문도 보면서 지극한 효손이 가져온 3.8광땡 날 할아버지 음복과 정성스럽게 빚은 쑥개떡을 함께 하면서 웃어본다.
- 마침내 도착한 신탄진정수장 표지판이 반갑다. -
옆으로는 용호동으로 가는 버스길이 보이고. 용호동 구석기 유적이 발견된 곳이다.
신탄진(新灘津)은 '새여울나루'의 한자식 이름, 원래는 새여울, '새'를 신(新으로 '여울'을 탄(灘)으로 '나루'를 진(津)으로 훈역해서 썼다. 대동여지도가 되었든, 관청의 공부가 되었든 전부 한자로 작성해야 했으니. 당연 한자식 표기가 일반화 된 탓.
지금도 표기만 한글이지 내용은 한문인데 옛날에는 오죽했으랴!
신탄진에 있는 사립고등학교인 '새일고등학교'의 교명인 '새일'이 '새여울'과 같은 뜻에서 나왔다는 것을 근무하는 직원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지명에서 만나는 우리말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답사의 한 즐거움이다.
신탄진 철도창 부지가 옛날 '무지니' 자리라는 데 '무지니'라는 말이 '물이 지는 곳' 물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뜻풀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이 진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 '물지다'. '해 지다. 꽃이 지다 떨어지다..... '-지다가 '-찌다'가 되기도 하고..
발은 피곤해 와도 머릿속은 한결 맑아진다.
고개도 '곱다/굽다'에서 나온 말이다. 추우면 손은 곱아서 고사리처럼 곱고, 기다리는 날을 손꼽아 세면서 목을 학 모가지처럼 빼고 기다리게 되고, 고부라지다. 꼬부라지다, 꼬부랑 고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라진 지팡이를 짚고 꼬불꼬불/구불구불한 인생 고갯길을 허리를 굽혀서 넘어 간다. 험한 고개 아리랑고개도 아닌 보릿고개를 넘어서 살아온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 아니 우리도 보릿고개를 넘긴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몸부림치게 고생해서 넘어 온 고개. 한 많은 보릿고개 타령을 하면서 오늘 장동고개에서 신탄진정수장까지의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본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바람은 그지없이 선선하고 산천초목들은 생기에 넘치는 하루였다.
신탄진 옛집에 오랜만에 들러서 올갱이(<다슬기) 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든다.
살아있는 거울이다?
내모습이 아니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