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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계림(鷄林)의 영이(靈異)함</p><p class="바탕글">금계는 울어 대고 나무는 푸르디푸르더니 / 金鷄啁哳樹蒼蒼</p><p class="바탕글">구백 년이 지나서는 잎이 모두 노래졌네 / 九百年來葉盡黃</p><p class="바탕글">박조(박혁거세)는 나라 열어 석씨(석탈해왕)에게 전하였고 / 朴祖開邦傳鵲祖</p><p class="바탕글">김왕(신라왕)은 국토 바친 게 전왕(당나라때 왕)과 똑같았네 / 金王納土似錢王</p><p class="바탕글">상심스러워라 삼성(박,석,김)이 모두 다 전복되어 / 傷心三姓皆顚蹶</p><p class="바탕글">눈 가득 여러 왕릉이 이미 황폐해졌구려 / 滿目諸陵已廢荒</p><p class="바탕글">천고 영웅의 끝없는 한스러움 있으니 / 千古英雄無限恨</p><p class="바탕글">엷은 연기 시든 풀 그리고 석양이로다 / 淡煙衰草更斜陽</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오산(鼇山.금오산)의 기이한 경치</p><p class="바탕글">동해 가의 금오산은 조망이 참 좋건만 / 海上金鼇眺望宜</p><p class="바탕글">풍류와 문물이 예전과는 다르고말고 / 風流文物異前時</p><p class="바탕글">깨진 비석엔 간혹 김생의 글씨가 보이고 / 破碑或見金生字</p><p class="바탕글">옛 절엔 일찍이 최치원의 시를 남기었네 / 古寺曾留致遠詩</p><p class="바탕글">큰 저택은 터만 남아서 냉이 풀이 우거졌고 / 甲第有基荒薺合</p><p class="바탕글">이름난 동산은 주인 없이 담장만 위태롭네 / 名園無主短墻危</p><p class="바탕글">봄 시름이 이렇듯 바다보다 깊은 차에 / 春愁如許深於海</p><p class="바탕글">그 누구가 철적을 마음껏 불어 대는고 / 鐵笛何人滿意吹</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포석정(鮑石亭)에 대한 감회</p><p class="바탕글">포석정 앞에 말을 막 세우자마자 / 鮑石亭前立馬時</p><p class="바탕글">깊은 생각에 잠겨 옛일을 그리워하네 / 沈吟懷古思依依</p><p class="바탕글">유상곡수 터는 아직 남아 있는데 / 流觴曲水基猶在</p><p class="바탕글">실컷 취해 가무하던 일은 이미 글렀네 / 醉舞狂歌事已非</p><p class="바탕글">황음하고도 안 망한 나라 없는 법이거니 / 未有荒淫不亡國</p><p class="바탕글">홀로 눈물져라 강개한 심정 어이 견딜꼬 / 那堪慷慨獨沾衣</p><p class="바탕글">걸어걸어 오릉 길을 읊조리며 가노라니 / 行行吟過五陵路</p><p class="바탕글">석보와 금성 여기저기 모두가 석양일세 / 石堡金城共落暉</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문천(蚊川)에서 멀리 바라봄</p><p class="바탕글">가다가 문천을 건너서 별촌을 지나갈 제 / 行渡蚊川過別村</p><p class="바탕글">번화하던 옛 도읍 그리움을 감당 못하겠네 / 古都遐想不勝繁</p><p class="바탕글">까마귀 나무에서 울어라 금갑이 생각나고 / 烏啼深樹思金甲</p><p class="바탕글">개구리 못에서 울어라 옥문지가 생각나네 / 蛙吠寒塘憶玉門</p><p class="바탕글">흰 젖은 황당하여라 불교를 숭상했었고 / 白乳荒唐崇像敎</p><p class="바탕글">황동은 강개하여 임금의 원수 갚았었지 / 黃童慷慨報君冤</p><p class="바탕글">물이 흘러도 전조의 한을 씻을 수 없으니 / 水流不洗前朝恨</p><p class="바탕글">북해의 술 항아리로 깨끗이 씻어야겠네 / 蕩滌須憑北海樽</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반월고성(半月古城)</p><p class="바탕글">반월성 머리에 해가 점차 저물어 가니 / 半月城頭日欲西</p><p class="바탕글">멀리 노닌 길손의 심정 더욱 처량하여라 / 遠遊情思轉凄凄</p><p class="바탕글">푸르른 양산 기슭엔 운연이 잠긴 지 오래요 / 靑浮楊麓雲煙老</p><p class="바탕글">노란 잎 떨어진 시림은 세월이 아득하구나 / 黃落始林歲月迷</p><p class="바탕글">명활촌 남쪽에는 구름이 아득하고 / 明活村南雲渺渺</p><p class="바탕글">흥륜사 북쪽에는 잡초가 무성하네 / 興輪寺北草萋萋</p><p class="바탕글">평생을 불우한 신세 장차 어디에 쓰랴 / 百年坎軻知何用</p><p class="바탕글">술이나 실컷 마시고 곤드레로 취해 볼까 / 嬴得尊前醉似泥</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첨성노대(瞻星老臺)</p><p class="바탕글">옛 대가 우뚝 서 있어 그 이름은 첨성인데 / 古臺牢落號瞻星</p><p class="바탕글">유적이 예전 그대로 월성 가까이에 있네 / 遺跡依然近月城</p><p class="바탕글">천지가 시들도록 세월이 이미 오래이라 / 地悴天荒年已久</p><p class="바탕글">비바람에 꺾이고 깎여 형세가 기울었도다 / 風摧雨剝勢曾傾</p><p class="바탕글">외로운 산 지는 해에 금부처의 그림자요 / 孤山落日金仙影</p><p class="바탕글">옛 성루에 가을 슬퍼하는 옥적의 소리로다 / 故壘悲秋玉笛聲</p><p class="바탕글">삼성의 천년 세월이 고작 한 순간이어라 / 三姓千年曾一瞥</p><p class="바탕글">올라 바라보니 상심스러움을 못 견디겠네 / 不堪登眺更傷情</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분황폐사(芬皇廢寺)</p><p class="바탕글">분황사가 황룡사와 서로 마주해 있어 / 芬皇寺對黃龍寺</p><p class="바탕글">천년 묵은 옛터에 풀만 절로 무성하구나 / 千載遺基草自新</p><p class="바탕글">흰 탑은 우뚝 서서 나그네를 부르는 듯 / 白塔亭亭如喚客</p><p class="바탕글">띄엄띄엄 푸른 산은 사람을 시름케 하네 / 靑山點點已愁人</p><p class="바탕글">능히 전삼의 말을 알 만한 중은 없는데 / 無僧能解前三語</p><p class="바탕글">부질없이 장륙 부처의 몸만 남아 있구려 / 有物空餘丈六身</p><p class="바탕글">여염이 반은 절이었음을 비로소 믿겠네 / 始信閭閻半佛宇</p><p class="바탕글">법흥왕 그 어느 대가 요진과 같았던고 / 法興何代似姚秦</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영묘구찰(靈妙舊刹)</p><p class="바탕글">옛 절은 높다랗게 하늘에 가닿았는데 / 舊刹岧嶢接上蒼</p><p class="바탕글">천년의 지난 일들은 이미 처량해졌네 / 千年往事已凄涼</p><p class="바탕글">돌 감실은 퇴락하여 오솔길이 묻혀 버렸고 / 石龕零落埋幽徑</p><p class="바탕글">구리쇠 풍경은 댕그랑 석양을 울려 대누나 / 銅鐸丁當語夕陽</p><p class="바탕글">노인들은 지금까지 여주를 말하거니와 / 遺老至今談女主</p><p class="바탕글">옛 종에는 여전히 당황이 기록되어 있네 / 古鍾依舊記唐皇</p><p class="바탕글">짧은 비석 어루만지며 한참 동안 섰노라니 / 摩挲短碣移時立</p><p class="바탕글">벗겨지고 이끼 끼어 글자가 반은 이지러졌네 / 剝落莓龍字半荒</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오릉비조(五陵悲弔)</p><p class="바탕글">서라벌 천년 세월에 왕기가 사라지니 / 徐伐千秋王氣銷</p><p class="바탕글">오릉 깊숙한 곳에 전조를 조상하노라 / 五陵深處弔前朝</p><p class="바탕글">말이 울고 용이 낳았단 말은 황당커니와 / 馬嘶龍誕曾荒怪</p><p class="바탕글">작포와 계림은 모두 적막하기만 하구려 / 鵲浦鷄林共寂寥</p><p class="바탕글">옥대의 보배는 금궤와 함께 사라졌고 / 玉帶寶隨金櫃盡</p><p class="바탕글">동타의 그림자는 석양 곁에서 흔들리네 / 銅駝影接石羊搖</p><p class="바탕글">다시 치병으로 왕위를 전할 수는 없고 / 更無齒餠能傳祚</p><p class="바탕글">해마다 봄 나무에 때까치만 울어 대누나 / 春樹年年語伯勞</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남정청상(南亭淸賞)</p><p class="바탕글">성곽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옛사람 아니라 / 城郭人民是又非</p><p class="바탕글">난간 기대 휘파람 불며 돌아가길 잊고 있네 / 倚欄豪嘯淡忘歸</p><p class="바탕글">알영전 안에는 용이 응당 떠났으려니와 / 閼英殿裡龍應去</p><p class="바탕글">탈해가 나온 해변에는 까치도 사라졌구나 / 脫解海邊鵲不依</p><p class="바탕글">나정의 나무 그늘은 예전대로 어둑하고 / 蘿井樹陰依舊暗</p><p class="바탕글">죽릉의 죽순은 지금도 살이 통통 쪘도다 / 竹陵筍籜至今肥</p><p class="바탕글">가련도 하여라 당년에 그 번화했던 곳에 / 可憐當日繁華地</p><p class="바탕글">하늘땅은 무정하여 석양이 그 몇 번이었나 / 天地無情幾夕暉</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옥젓대 소리를 듣다</p><p class="바탕글">고국의 흥망 생각하며 한번 웃음 짓노니 / 故國興亡一笑新</p><p class="바탕글">당시의 삼보가 이젠 다 티끌이 돼 버렸네 / 當時三寶盡成塵</p><p class="바탕글">금여 타고 스스로 항복한 게 어떤 임금이며 / 金輿自屈知何主</p><p class="바탕글">옥적이 그대로 전해 온 지는 또 몇 해이던고 / 玉笛仍傳又幾春</p><p class="바탕글">아까우니 옛 보물이나 보존할 뿐이요 / 愛惜只堪存古物</p><p class="바탕글">풍류는 굳이 옛사람 본받을 것 없어라 / 風流不必效前人</p><p class="바탕글">무너진 성 지는 해에 삼롱을 연주하여 / 殘城落日休三弄</p><p class="바탕글">영웅의 눈물이 건을 적시도록 말아 다오 / 長使英雄淚滿巾</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p class="바탕글">● 김유신(金庾信)의 묘를 지나다</p><p class="바탕글">김로의 무덤 앞에 석수가 우뚝하여라 / 金老墳前石獸危</p><p class="바탕글">천년 뒤까지 검기는 아직도 뛰어나구려 / 千年劍氣尙奇奇</p><p class="바탕글">윤건 백우로 전현의 공업 이루었는데 / 綸巾白羽追前業</p><p class="바탕글">단려 황초는 후인의 그리움 일으키네 / 丹荔黃蕉起後思</p><p class="바탕글">시 지어 장렬함 과시해 준 길손은 있건만 / 有客題詩誇壯烈</p><p class="바탕글">요리 무덤 가까이 들어간 사람은 없구려 / 無人穿塚近要離</p><p class="바탕글">옛날의 천관사는 어드메에 있느뇨 / 天官寺古知何處</p><p class="바탕글">만고에 미인의 성명까지 따라 전하누나 / 萬古蛾眉姓字隨 (끝)</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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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고사(古文故事)
경주 십이영(慶州十二詠) - 서거정/사가시집보유 3권
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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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30 07:2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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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가 서거정(1420-1488)은 양촌 권근의 외손자이다. 신라(BC57-935) 멸망 약 500년후에 서거정은 천년고도(古都)의 유적들을 보고느낀 감흥을 읊었으며, 다시 우리는 그 약 500년후에 서거정이 남긴 글을 읽고있다. 문장(文章)은 영원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