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月下老人(월하노인) ★
月... 달 (월)
下... 아래 (하)
老... 늙을 (로)
人... 사람 (인)
달빛 아래 노인. 중매하는 사람이라는 뜻.
● 월하노인(月下老人)의 유래 ●
당태종(唐太宗) 정관(貞觀) 연간에 위고(韋固)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려서 부모를 잃었다.
그래서 일찍 결혼을 하기 위해 여러 곳에 혼처를
찾았으나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위고가 송성(宋城)의 어느 여관 묵었는데,
마침 함께 묵은 사람이 전임 청하(淸河) 사마(司馬)
반방(潘防)의 딸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면서,
다음 날 아침에 용흥사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다음 날 위고는 마음이 들떠 아직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에 용흥사로 갔다. 그런데 아직 지지
않은 달빛 아래 어떤 노인이 계단에 앉아서
책을 뒤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고가 뒤에서 그 책을 보니 무슨 글자인지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어 노인에게 무슨 책이냐고 묻자
노인이 대답했다.
“이것은 명부(冥府)의 책이라네.”
“명부의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계십니까?”
“내가 못 올 데를 온 게 아니라, 자네가 너무
일찍 나와 나를 만나게 된 걸세. 명부의 관리는
사람을 주관하니까 당연히 인간 세상에 오는
것이지.”
위고가 물었다.
“그럼 노인께서는 사람의 무엇을 주관하는
분입니까?”
“천하 사람들의 혼보(婚譜, 혼인을 기록한 책)를
주관하지.”
위고는 기뻐하며 물었다.
“저 위고는 결혼을 일찍 하여 자식들을 낳고
싶었지만, 십여 년을 결혼할 여자를 찾았는데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반사마의
딸에게 구혼을 하려고 하는데 이루어질 것
같습니까?”
노인이 대답했다.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네. 자네의 아내는 이제
세 살밖에 안 먹었어. 17세가 되어야 자네에게
시집을 오게 될 걸세.”
위고는 크게 실망하며 물었다.
“그런데 노인장이 매고 있는 봇짐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붉은 실이라네. 이것으로 부부가 될 사람들의
발을 묶지. 앉아 있을 때 내가 몰래 가서 발을
묶으면 원수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혹은 한 사람은
귀한 집안에서, 한 사람은 천한 집안에서 태어
났어도, 혹은 한쪽이 세상 끝까지 도망가도,
혹은 서로 다른 나라에 태어났어도 이 실로 묶기만
하면 그 누구도 벗어날 수가 없지. 자네의 발도
내가 이미 그 애기의 발과 묶어 놓았어. 다른 사람
찾아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네.”
위고가 물었다.
“그럼 그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집안은 무슨
일을 하는 집입니까?”
“이 여관의 북쪽에 있는 채소 장수의 딸이라네.
나를 따라오게. 보여 줄 테니.”
날이 밝았는데도 위고와 약속한 사람은 오지
않았다.
노인은 책을 말고 봇짐을 지고 나섰고 위고는
그를 따라 채소 시장으로 갔다.
거기에 한쪽 눈이 먼 노파가 허름한 옷을 입은
세 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이 말했다.
“이 아이가 자네 아내일세.”
여자아이를 본 위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말했다.
“얘를 죽여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이 사람은 작록(爵祿)을 누릴 운명이구먼.
그리고 (이 아이가)자네에게 의존해야 자네가
현의 태수에 봉해지게 되어 있어. 그러니
죽이면 되겠는가?”
말을 마친 노인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위고는 여관의 하인에게 작은 칼을 주면서
그 아이를 죽여 주면 1만 전을 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하인은 칼을 숨기고 시장에 가 아이를
찌르고 재빨리 도망해 여관으로 돌아왔다.
위고가 확실히 죽였냐고 묻자 하인이 대답했다. “심장을 찌르려고 했는데, 그만 미간을 찌르고 말았습니다.”
그 후 위고는 계속 혼처를 찾았으나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14년 후, 조정에서 위고의 아버지의 공을 추념하여
위고를 상주(相州)의 참군(參軍)에 임명했다.
자사인 왕태는 위고의 재능을 높이 사 자기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아가씨는 대략 16, 17세로
아주 아름다웠으므로 위고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그녀는 미간에 항상 꽃 장식을 하고서
세수를 할 때에도 떼지 않았다. 얼마 후, 위고는
아내에게 꽃 장식을 한 까닭을 물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저는 자사의 친딸이 아니라 조카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송성의 현령이었는데, 재임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 어머니와 오빠도 차례로 돌아가시고,
송성 남쪽에 농토만 좀 남았는데, 할머니
진(陳)씨가 거기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저는
아기였으므로 할머니가 저를 안고 시장에서
채소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미친 사람이 와 저를
찔렀는데 그 상처가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꽃 장식을 붙인 것입니다. 7, 8년 전에 작은
아버지가 이곳 관리가 되어 저도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위고가 물었다.
“할머니 진씨가 혹시 한쪽 눈이 멀지 않았소?”
부인이 놀라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위고는 사실대로 말하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두 사람은 후에 아들 곤(鯤)을 낳았고, 위고는
안문(雁門) 태수가 되었으며, 부인도
태원군태부인(太原郡太夫人)에 봉해졌다.
이 이야기는 《속유괴록(續幽怪錄)》에
나오는데, 혼인을 관할하는 노인의 이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월하노인’이라 이름 붙였다. ‘월하노인’은 ‘월로(月老)’라고도 한다.
현재의 아내와 맺게 해 준 ‘월하노인’에게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월하노인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다.
[글 : 문학박사 김성일(金聖日)]
[출처 : 고사성어 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