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이는 묻는다. 돈을 쓸 때가 더 행복하는가 아니면 돈을 저축할 때가 더 행복한가라고. 그랬더니 대체적인 답은 저축할 때라고 한다. 물론 돈을 멋지게 사용할 때 느끼는 기분은 좋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저축할 때 느끼는 기분은 더 괜찮다고 한다. 누구나 느껴본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돈을 모으면서 느끼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 바로 희망과 가능성이라고 한다. 돈이 점점 더 늘면 이런 이런 것을 해봐야지라는 희망과 그런 생각을 늘어난 돈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판단하는 가능성이 결합될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고 정신분석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쁨을 가질 때가 바로 희망과 가능성이 존재하고 커질 때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부 대기업과 그 기업들의 생산품으로 세계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무역흑자를 토대로 한국이 그동안 견지했던 성장기조가 유지되면서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덮치면서 뭔가 요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속에 풀어버린 유동성이 넘치면서 이 유동성이 투기세력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든다. 물론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부동산 주식 등에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그런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에너지와 곡물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미국을 필두로 유동성 흡수에 나섰다.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에서 세계 최대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그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자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건설회사를 시작으로 각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대출금리 급상승으로 가계부채는 더욱 확대되고 빚을 진 가계들은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팔리지 않으니 이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미 완공된 아파트로 들어갈 수 없다. 전국 신규 아파트에 불커진 집이 늘어만 간다.
각 기업들도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은행 증권사 들도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명퇴 나이도 이제 40대로 낮아졌다. 기대 수명은 더욱 길어진다는 데 40대에 직장을 잃으면 어떻게 되겠는가.아마도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도미노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노년층의 지갑닫기는 이미 시작됐다. 안그래도 소비성향이 줄어드는 노년층들은 최근 경기위기 상항이 예고되자 지갑을 아예 꺼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무역흑자 강국에서 점차 열등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각국에서 물건을 사지 않으니 무역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직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철부지 한국인들은 일본으로 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무역적자와 소비 둔화속에 기업들의 생산품 재고는 점차 더 쌓이고 있다. 소비가 줄게 되니 이런 재고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직장에 쫓겨난 사람들도 소비를 대폭 줄일 것이 틀림없다. 기업들의 아우성소리가 더욱 크게 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속에서 정치는 지금 긴 겨울잠을 자고 있다. 아니 겨울이전에도 활동이 없었다. 현 정권은 전 정권탓에 올인하며 과거 잘못을 찾아내려 혈안이 돼 있다. 과거의 잘못을 팽개치라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을 과거탓으로 돌이고 그곳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찾으니 하는 말이다. 미래를 바라볼 눈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협치해야될 야당 대표는 이래저래 검찰청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이래서 무슨 협치요 무슨 국정논의가 있겠는가. 지금 정치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래저래 바쁘다. 국민들을 위해 바쁜 것이 아니고 당파싸움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당권을 잡아야 내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할 수가 있을 것이니 내부 총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활을 건 텍사스 목장의 대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야가 다르지 않다. 난형난제이다. 도토리 키재기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 나라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해 희망과 가능성을 느끼겠는가. 지금은 조금 불편해도 앞날에 희망과 가능성이 있으면 인간은 버텨나간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업습하는 경제 대 난기류와 폭풍우속에 정치권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고 나라를 책임질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국민들은 좌절한다. 극우파와 극좌파들은 세상 물정 모르고 오늘도 달팽이 뿔위에 올라가서 서로 상대 뿔 훼손에 지칠 줄을 모르고 있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같은 사기꾼들이 설치고 있고 층간소음 갈등으로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며 돈 5만원쥐고 시장가기가 너무도 두려운 세상에서 무슨 결혼이며 아이 갖기를 하겠는가. 미물도 자신이 낳은 후손들이 편하게 살기 어려우면 번식을 하지 않는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불편하고 미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자식을 낳으려 하겠는가. 이런 판에 일부 정치인은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해야 한다는 요상한 주장을 펴고 있다. 뭔가 즉흥적이고 꼼수가 보인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남녀의 해묵은 갈등을 또 꺼집어 내 뭔가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같아 보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희망과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회는 소멸 가능성이 높은 사회이다. 희망과 가능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나라의 앞날을 생각해서 고민과 고심끝에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를 선택하고 그 리더에게 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리더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솔선수범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상대 정파도 만나 협치를 구하고 나라를 같이 잘 이끌 수 있도록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상대 정파에서도 배울 점은 인용하고 나라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해야 한다. 리더가 스스로 갈등의 주체가 되서는 정말 안되는 것이다. 리더의 헌신적인 노력에 이 나라 이 사회에 희망과 가능성이 보이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다. 모든 것을 순리대로 풀어야지 아집으로 풀어서는 되는 것이 없다. 희망과 가능성을 상실한 국가들이 어떤 비참한 최후를 맞는지는 우리는 역사에서 충분히 보고 배웠다. 제발 희망과 가능성이 사라지는 이 사회에서 희망의 불씨를 다시 불러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2023년 1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