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50

[눈동자]

뇌려타곤(懶驢駞坤)-50

소구가 나한동으로 들어가고 정각과 양평이 소림사를 떠난 지도 벌써 한달이
흘러가 버렸다.
  소림사의 무승들이 몇 명이 외진 숲  속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이 수풀 속에서 하나의 항아리를 꺼내들었다.
  "사형들, 이거 구해 놨어요."
  갓 약관이 될 듯 말 듯한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마른 얼
굴의 젊은 승려가 항아리를 숲의 공터 한 가운데에 그 항아리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구하느라, 고생했다."
  다섯명의 젊은 승려들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하고 나서야 밀봉된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한순간 공터 안에는 독한 술내음이 가득 퍼졌다.
  "좋아, 이제 취곤(醉棍)을 연습해 볼까?"
  지각(知刻)이라는 법명을 받은 사형이라 불리던 젊은 승려가 승포를  벗어서
나무에 걸쳐놓으면서 말했다.
  온몸이 근육으로만 뭉쳐진 듯 울퉁불퉁한 근육들을 가진 다섯의 승인은 바로
곤(棍)이라 불리는 막대기를 들고 수련을 시작했다.
  다섯의 막대기는 부드러운 원을 그리고 뻗고 거두고, 내리치고 올려치는  동
작 하나 하나에는 절도와 힘과 패기가 있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소림곤(少
林棍)의 투로에 따라 아주 정상적인  무술 수련이었지만 한 순간 그것이  변해
버렸다.
  " 자, 모두들 한 바가지씩 마시고 다시 시작하자!"
  그들 일행의 대장인 지각이 같은 지(知)자 항렬의 사제들을 향해 그렇게  소
리치고 모두가 항아리에서 한 바가지 가득  술을 퍼서 마신 다음 다시  곤봉을
가지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곤봉은 흐느적거리고, 몸을 가
누지 못해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땅바닥에 쓰러지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 위에 숨어서 그 일단의 소림의 무승들을 훔쳐보는 개방의  방주
고검 탁한성의 얼굴 위에는 서릿발같은 노기가 어렸다.
  그 일이 벌어진 지도 한 달이  흘러간 후의 소림사의 모습은 여전히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대웅전의 기둥 사이를 지나쳐 가는 소림방장 정명의 왼쪽  눈에
는 시퍼런 멍이 새겨져 있었다.
  " 흐이그, 사제라고 하나 있는 녀석 때문에 날마다 내가 대신 얻어 맞아야하
다니---."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누가 볼세라 바쁘게  누런 승복과 그 위에 걸친  빨간
가사를 펄럭이며 걸음을 바삐 옮기는 소림방장의 입에서는 연신 한숨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팔십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도, 소림 방장이라는 신분도,  손에
들고 있는 녹옥불장의 권위도 나한동에 머물고 있는 열 여덟의 불한당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 관세음보살--, 장문  오늘도 무사하셨군요."
  장로들 중의 하나인 정수가 다가와 얼굴의 근육을 괴상하게  일그러뜨리면서
말했다.
  "정수, 무슨 일인가?"
  "지객당에 개방의 방주인 고검 탁한성 대협께서 와 계십니다."
  "후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만."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한 정명 대사는 정수를 향해 물었다.
  "지객당에는 누가 가 있나?"
  "말 잘하는 정언과 정인이 가 있습니다."
  "알았네, 내 곧 가도록 하지."
  잠시 후 건물의 귀퉁이로 소림 방장 정명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터져 나오
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던 정수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
다.
  " 푸하하하!"
  소림사의 장문인이라는 신분은 결코 누구에게 얻어터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
었지만, 현재의 장문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누구
에게 하소연조차 못하는 처지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수였다.  늘
고고하고 위엄에 가득 찬 모습을 보여주던 방장의 현재의 모습은 정수라는  이
름의 소림사의 장로에게 웃기지 않을 수 없던 일이었던 것이다.
  대웅전의 모퉁이를 돌아 지객당이 있는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정명의
귀로 뒤에서 폭소를 터트리는 정수의 소리가 들려왔다.
  "에휴, 내 팔자야---. 정각 돌아오기만 하면-----."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소림사를 도망쳐 나가 유유자적 나들이를 나간 사제에
대한 원한을 불태우며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는 소림 방장 정명이었다.
  "대사! 소림사의 무승들이 개방의 취팔선보를 변형해서 곤봉을 쓰는 것을 오
는 길에 보았단 말입니다!"
  탁자를 탕탕 내리치며 앞에 앉아 있는 두 노승을 향해 고성을 내지르는 개방
방주의 눈은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객당까지 직접 찾아온 소림 방장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개방
방주의 얼굴은 한순간 괴상하게 일그러진 다음 바로 웃음을 터트렸다.
  " 크하하하!"
  배를 부여잡고 한참을 웃던 개방 방주는 겨우 웃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방장, 얼굴이 왜 그 모양이 된 겁니까?"
  "제가 사제 관리를 못해서 그렇습니다, 방주님. 저와 함께 방장실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소림 방장의 입에서는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가사 자락에  감
춰진 손은 주먹을 말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방장실 안에는 이제 정파 무림의 대들보라고 불리는 소림 방장과 개방  방주
둘만 있게 되자, 이곳까지 오면서 떨던 점잔과 가식은 둘 다 때려치우고 서로
를 향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 야, 이 더러운 거지 녀석! 이 나이에 맞은 것도 서러운데 위로는 못할  망
정 우서?!"
  "남 말하네, 그래서 가진 거 없는 거지 것도 뺐냐?!"
  "개방에 가진 게 왜 없어?!"
  "거지가 없으니까 구걸하면서 살지!"
  "흥, 네가 구걸하는 건 한번도 못 봤다!"
  "하여튼 개방의 것을 소림이 가져갔으니 변상해!"
  "못해!"
  소림 장문의 입에서 그런 고함이 터져 나오자마자 둘의 몸은 바싹 붙어 버렸
다.
  근공박투----.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개방 방주의 눈가에도 소림 장문의 얼굴처럼 퍼런 멍자
국이 생겨났고, 소림 장문의 얼굴은 없던 멍이 하나 더 생겨났다.
  " 헥 헥, 중이 염불이나 신경 쓰지. 왜 힘이 이리 세냐?"
  "그러는 너는? 헉헉, 거지가 된 주제에 멀 그리 얻어먹어 힘이 센 거냐?"
  얼마 후 등을 맞대고 방장실 안에 앉은 두 사람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흘러
나왔다.
  "친구만 아니라면----."
  "누가 할 소리-----."
  둘은 고향도 같고 태어나면서 같이 어울려 살던 죽마고우라 불리는 그런  사
이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어울려 놀던 그런 사이였기에 이렇게 서로를
향해 욕도 주고받고 싸움질도 할 수 있는 정겨운(?) 사이였다.
  " 또 한 바탕 붙을까?"
  "안 돼. 더 이상 호신강기로 방 밖으로 소리를 나가게 하는 것을 차단할 수
가 없어."
  "나도 그래, 제자들에게 지금의 모습을 들킬 수는 없는 일이지."
  잠시의 침묵 후 개방 방주는 툭하고 지금까지 참아왔던 말을 토해냈다.
  "젊은 승려들은 그 개방의 취팔선보를 응용해서 펼치는 곤법을 취곤이라  부
르고, 장로들은 춘곤이라 부르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모두 그 망할 꼬마 때문이지."
  "그 녀석이 범인이냐?"
  "그래, 그 녀석이 무의식중에 취팔선보의 구결을 식사시간에 입 밖으로 토해
내고---, 수백명의 무승들이 그 구결을 들었지. 그래서----."
  "그래서?"
  "너도 봤겠지. 명색이 승려라는 놈들이--, 무공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몰래몰
래 술을 마시는 광경을----."
  "십계십승(十戒十僧)이 고달프겠군. 주계(酒戒)를 깨트리는 승려들이 한둘이
아니던데---."
  "말도 마라. 소림의 곤은 위맹함을 주로 하는 것인데--, 개방의  취팔선보로
인해 봄날 아지랑이처럼 흐느적거리는 곤법으로 변해버리고--, 그래서 우리 소
림 장로들 사이에는 춘곤이라는 말이  생겨났지. 술 마시는 녀석들이 어디  한
둘이라야지----. 나도 미친다구."
  "어찌 되었건---,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 꼬마를 한번 만나고 가야겠다."
  "불가능할걸----."
  "왜?"
  "금강동."
  "그 끔찍한 분들이 아직도 살아 있냐?"
  "내 꼴을 보면 모르냐?"
  그리고 한참동안 소림사의 방장실은 침묵으로 조용해졌지만, 어느 순간 정파
무림의 두 거두는 울상을 지었다. 그들이 비록 현재의 무림을 대표하는 무림십
대고수의 한자리씩을 차지하는 천불(天佛)과 천개(天　)라고 불리는 초절정의
고수였고, 방 밖으로 소음이 나갈까 저어한 둘에 의해 수십겹의 강기막을 겹겹
히 둘러싼 상태였지만 그 경계를 뚫고 둘에게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다.

[토갱지병]

감사합니다

[지키미]

즐감하고 감니다

[무혈]

즐~~~감!

[허공속]

좋은 글 잘 읽어네요 건강하세요..

[그랜빠]

즐감합니다

[다락방]

감사합니다

[의림지]

감사 합니다

[티타임]

즐독 입니다

[담터]

감사합니다

[엉생]

감사합니다

[에스피]

즐감하고 갑니다

[nongup1]

즐감합니다

[나또한]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마바람]

감사 합니다.

[명 소]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