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를 쓰는중인데 너무 막막해서 좀 찾아보니 이런 것이 있네요...
양식 그대로 베끼는것보다 성의 있게 쓰는게 요령인것 같은데..
탄원서 쓰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고 참고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출처 -> http://www.amnestydiary.net/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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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1/07/09 20:01 posted by 고은태
30년 가까이, 이런저런 탄원서를 쓰는 것이 내게는 인권운동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고, 그 중에는 개인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법정에 제출해야 하는 탄원서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에 탄원서가 필요 없는 정권이야 한번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더 가까운 이들이 탄원의 대상이 되고, 더 자주 탄원서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는 느낌이다.최근 G20 당시의 쥐벽서 사건관련자에 대한 탄원서 요청을 전파하면서 많은 분들이 탄원서 작성을 막막해 하신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처음 탄원서를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나름대로 생각하는 탄원서 작성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탄원서의 효과탄원서가 과연 효과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마 따로 글을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대한민국 법정에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경우마다 다를 터이니, 아마도 재판부를 맡은 판사들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탄원서를 요청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분명히 효과가 있기에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내가 주로 써온 탄원편지는 꼭 재판부에 가는 것뿐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국가원수 및 장관 기타 관련된 고위공무원들에게 향하는 것이었는데, 이 경우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요구사항이 100%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5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했으며 감옥에서 풀려나도록 도왔다.설사 탄원편지가 아무런 구체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경우조차도 외부의 지지와 도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권침해 피해자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준다. 이는 많은 피해자들이 직접 증언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탄원편지가 필요한 곳이 있을 경우, 확신을 가지고 보낼 것을 권한다.탄원서의 내용처음 탄원서를 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과연 어떤 내용을 쓸 것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다음 다섯 가지 요소를 가장 핵심으로 꼽는다.자기소개 및 인사재판부 역시 사람이다. 초면에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곁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소개와 인사는 탄원서가 단순한 정치적 성명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개인이 재판부와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를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피고인과의 관계탄원서를 작성하는 사람과 피고인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투명하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상대가 이를 감안해서 탄원서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관계를 밝히는 것은 자신이 피고인에 대해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지 기준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아무 관계가 없을 때는 관계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자신이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탄원서를 작성하고 있음을 밝히면 된다.사건에 대한 의견실제로 재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 및 자신이 그 사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을 밝힌다. 탄원서의 본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자신이 법률전문가가 아닐 경우, 가급적 법률적 내용을 장황하게 쓰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히는 것이 좋다.재판부에 요청하는 사항가장 핵심이 되는 결론 부분이다. 무죄석방을 요구하는지, 혹은 되도록 낮은 형량을 요구하는지, 최소한 인신구속을 면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인지 각각 경우가 다를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최대한 정황을 참작해서 선처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자신의 인적 사항한국의 엄혹한 현대사 때문에 쓰기 좀 망설여지는 부분일수도 있다. 그러나 탄원서가 조작이 아니며 실제 존재하는 개인에게서 온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내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속을 밝히기도 한다. 최소한 주소는 정확하게 들어가야 한다.탄원서의 실제사례실제로 내가 최근에 작성한 탄원서 하나를 공개한다. 용산범대위 일로 5년4개월이라는 무시무시한 중형을 선고받고 1심판결을 기다리고 있던 박래군선생을 위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이다.박래군을 위한 탄원서박래군선생과의 개인적 인연도 있고, 용산참사에 대한 부채의식도 있고, 구형량이 하도 기가 막혀서 놀란 까닭도 있고 해서 특별히 공들여 작성한 탄원서 중 하나이다. 모든 탄원서를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할 수는 없고, 또 꼭 그래야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이번 쥐벽서 사건과 관련하여 지인이 쓴 탄원서 하나를 더 소개한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G20쥐벽서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이, 각각 징역10개월과 징역8개월을 구형받았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고 재판장님께 탄원을 올립니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기에 검사의 기소논리를 부정할 판단의 근거도 제겐 없고, 실정법에 대해 무지한 소시민이기에 판결에 대해 제 의견을 가질 주제도 되지 못합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평범한 보통사람으로서 위의 사안에 대한 인상을 말씀 드리자면,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보복성 처벌인 것만 같아 자식에게 설명하기 민망하고, G20을 치뤄 낸 대한민국이 아니라 멀리 아프리카나 중동의 어느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 낯 부끄럽습니다.
국격을 손상시키는 행위의 위법성 보다는 기소와 처벌이 도리어 국격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재판장님! 판결은 어디까지나 재판장님의 신성하고 고유한 권한이지만, 저 같은 소시민이 느끼는 법감정들을 헤아려 판결에 참조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올립니다.
(인적사항 생략)
짧고 간결하지만 갖추어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고, 내용 역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탄원서가 꼭 길어야 맛인 것인 아니다.탄원서 작성의 원칙탄원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은 없지만, 오랫동안 탄원편지를 작성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정중하고 예의 바르게탄원이라는 행위 자체는 이미 탄원을 받는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하고 피고인을 위해 그의 권한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사용해주도록 부탁하는 행위이다. 물론 욕으로 도배를 한 탄원서도 본 적은 있지만 그게 과연 내가 돕고자 하는 피고인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탄원서를 작성할 때는 모쪼록 ‘나’ 혹은 ‘나의 의견’을 내세우지 말고 내가 도우려는 사람의 최대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탄원서는 언제나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효과적이다.논쟁하지 말 것법률적 해석은 최종적으로 재판부의 몫이다. 이 부분을 침해하는 것은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경우 재판부는 굉장히 바쁘다. 따라서 탄원서를 통해 법률논쟁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법률논쟁이 필요하다면 그건 변호인의 몫이며 재판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논박하거나 논쟁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든 혹은 감성적이든, 제시하는 것이 낫다.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이왕이면 자필온라인의 활용이 점점 더 편안하게 느껴지고, “Clicktivism”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세상이 되었지만,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여전히 정성만한 것이 없다. 이메일 보다는 일반우편이 더 좋고, 자필이면 더더욱 좋다. 물론 글씨가 악필이거나 자필작성이 어려울 때에는 가급적 서명만이라도 직접 하는 것이 더 좋겠다. 손으로 쓴 서명은 당신이 보낸 탄원서가 ‘진짜’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가장 중요한 것은 보내는 것다양한 원칙과 방법을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보내는 것’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하다못해 한 줄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예문을 그냥 복사해서 쓰는 한이 있어도, 보내는 것과 보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보내자. ‘어느 사건의 누구를 선처해 주세요’ 한 마디에 보내는 이의 인적 사항 뿐이라도 안 보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도움이 된다. 보내자.가능하면 피고인에게 사본을 보내자대개의 경우 탄원서는 피고인 혹은 그 관련자가 취합해서 재판부에 제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가능한 경우에는 별도로 재판부에 보내는 쪽을 선호한다. 그 편이 조직된 탄원서의 느낌이 덜 날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자신의 탄원서 사본을 피고 측으로 보내주는 것은 중요하다. 앞에서도 쓴 것처럼, 설사 탄원서가 아무런 구체적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라 해도 이로 인해 피고인과 그 주변사람들이 얻는 정신적 도움은 엄청나기 때문이다.결론세상을 바꾸려면 변화의 결과 만큼이나 그 과정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사람들이 변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선에서 싸우고 그 결과에 대해 법 앞에 책임지게 된 사람들을 돕고 함께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연대의 마음을 통해 미래를 위한 싸움이 더 길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니 말로 백 번 떠드는 것 보다는 한 번이라도 참여하자. 아직까지는 법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러니 처음 탄원서를 작성하는 막막함만 극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탄원서 제출에는 함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앞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받는 불이익을 줄이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5월 15일 한겨레 HOOK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원본링크참고로 댓글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댓글입니다.
첫댓글 감사해요 저도 지금 쓰려고 하는중인데 너무 막막해서리..요거 보고 참고해서 써야겠어요
이 글을 먼저 봤었다면ㅠㅠ 아쉽네요...
정말 좋은 글이네요..^^
아.// 방금 썼는데.
추천 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