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활약을 한 LG 트윈스의 강타자 김재현(27)은 팀의 패배가 아쉽지만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번처럼 우리팀 선수들이 열심히 뛴 적은 없었습니다. 의사들은 뛰는 것을 만류했지만 모두가 한 마음이 돼 뛰는데 제가 빠질 수 없었죠”라며 보름 후 미국서 받을 수술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김재현은 펀치력이 대단한 재주꾼이다.
좌타자인 김재현은 신일고를 나와 1994년 트윈스에 입단, 중심타자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친근감 주는 미남 총각이어서 특히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올 초 왼쪽엉덩이 아래 통증이 심해져 지난 10월 초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틈타 미국 뉴욕의 정형외과 전문 특수수술병원(Hospital for Special SurgeryㆍHSS)에 가 검진을 받았다.
병명은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증’으로 엉덩이 관절 부위 뼈에 피가 통하지 않아 연골이 파괴되는 병이다.
약물 치료 방법은 없고 고관절 대치술로 인공관절을 넣으면 일상 생활은 가능하지만 선수로서 뛰기는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김재현은 지난 9월부터 출장을 삼가해 오다 한국시리즈에 다시 나와 뛰었다.
그의 상태를 아는 의사들은 이를 보고 “저렇게 뛰다가 한 순간 삐걱하면 그 자리서 주저앉아 뼈가 부스러지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줄텐데…”라면서 크게 걱정했다.
올 시즌 후반기들어 타격감이 더욱 좋아진 그의 자질을 높이 사 출장을 허락한 김성근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퍼부어졌다. 김재현이 1차전 후 사우나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지명타자로 써달라”고 간청하자 “네가 감독이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김 감독은 그를 2, 3, 4차전에 지명타자로, 5, 6차전서는 대타로 기용했다.
단 한 개의 안타를 기록했으나 이 안타는 6차전 6회초에 노장진을 강타한 2타점 2루타성 재역전타여서 삼성의 승운만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것이었다.
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LA 다저스의 커크 깁슨이 두 다리 부상임에도 9회말 2사후 대타로 나와 오클랜드의 최고 마무리 투수 데니스 에커슬리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극적인 끝내기 투런 역전홈런을 날리고 오른팔로 훅을 먹이는 동작을 취하며 그라운드를 일주, 다저스의 우승을 예약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김재현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최근 HSS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이 분야 전문 병원에 알아보니 인공관절 수술 대신 김재현의 다른 뼈를 이용한 이식수술로 고관절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재현이 나이도 젊고 뼈가 튼튼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2년 전 잠실구장에서 실시된 스윙 스피드 측정서 최고 시속 161㎞로 1위에 오른 데서 입증됐듯 가장 빠른 타구를 날리는 김재현이 2루타를 때리고도 1루에 멈추지 않고 달리며 재기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