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무병(巫病)을 앓거나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게 신을 내리게 하고 신을 받는 굿. ‘신굿’, ‘신명굿’, ‘명두굿’, ‘강신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용내림굿은 신이 들린 사람에게 있을지 모를 잡귀 등을 벗겨주는 허주굿(허튼굿)을 한 다음 행한다. 본래 이 두 굿은 별개의 굿이었으나 요즘에는 허주 굿의 과정이 내림굿에 포함되어 행해진다. 내림굿이 끝나면 강신 자는 더 이상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다른 무당에 의해 별호를 얻게 된다.
또한 굿을 해준 무당과 새로 무당이 된 사람 사이에는 신 부모(神父母)와 신자식(神子息)의 관계가 성립된다.
신 자식은 신 부모가 굿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의식, 무가, 춤, 굿상 차리는 법, 음식 만드는 법 등 굿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익혀 무당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역사례서울 지역의 경우 굿의 절차는 일반 재수 굿 열두 거리에 내림굿 의식이 추가된다. 주당물림, 부정거리, 가망거리, 말명거리, 상산거리에 이어 내림굿을 한다. 무당이 상산노랫가락을 하며 내림굿을 받는 사람에게 마음에 드는 무복을 골라 입게 한 다음 손에 부채와 방울을 들려서 춤을 추게 한다. 춤을 추다가 강신자의 몸에 신이 내려 떨게 되는데 이때 내린 신명은 평생을 두고 몸주신으로 모시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 모인 사람들에게 점을 쳐준다. 신의 말인 공수를 내려주는 이것을 ‘말 문 연다’라고 한다. 내림굿 막바지에는 강신자가 구경꾼들에게 열두방기 떡을 나눠 준다. 이 떡을 먹으면 재수가 좋고 병이 없다 하여 너도나도 다투어 먹는다. 이를 ‘방기떡 판다’라고 한다. 내림굿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 뒷부분은 별상굿, 대감거리, 제석거리, 호구거리, 성주거리, 군웅거리, 창부거리, 뒷전거리 등 일반 재수굿이 다시 진행된다. 이 굿을 다 행하고 3일 후 강신자는 굿을 해준 무당의 신전에 술과 밥을 올리고 삼일치성이라는 간단한 제를 올린다.
황해도 지역은 내림굿을 다시 세분하여 허주 굿, 내림굿(솟을굿), 불림굿이라고 부른다. 이는 강신자의 몸에 든 허튼 귀신과 잡신을 벗기고 올바른 신을 내리게 해 무당으로 솟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에는 허주 굿이 끝나고 내림굿을 하기 전에 며칠 동안 굿 의뢰자는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놋밥그릇, 놋수저, 제기, 놋엽전 등을 얻으러 다닌다. 이를 쇠걸립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쇠붙이 등으로 훗날 무업을 하면서 사용하게 될 무구들을 장만한다. 내림굿을 할 때 부채와 방울을 숨겨 놓고 강신자가 신들린 상태에서 찾아내게 한다. 이를 통해 무당으로서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이러한 내림굿은 일반인이 일련의 정식절차를 통해 신을 받아 무당으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황해도 내림굿 (김수남, 열화당, 1983) 한국인의 굿과 무당 (황루시, 문음사, 1988) 인천지역무속-2 내림굿·고창굿·진오귀굿·병굿 (이선주, 미문출판사, 198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한국의 굿 (하효길 외 6명, 민속원, 2002)
소슬 굿
정의내림굿을 하고 한 해가 지난 후, 무당으로서 이름 석 자를 떨치고 크게 솟아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는 굿이다.
내용무당이 될 사람이 신병을 앓다가 마지못해 신 내림을 받게 될 처지가 되면 우선적으로 허주굿(또는 허튼굿)을 하게 된다. 허주굿은 무당이 될 사람에게서 붙어 있는 허튼신을 베껴내는 의례이다. 이는 들어온 신을 배척하지 않고 정열하여 좌정케 한 후 신의 지시에 따르면서 신을 모시겠다는 일종의 다짐의례이다. 이러한 의례를 통해 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수여 받게 되고 동시에 신병을 치유하게 된다. 허주굿을 한 후 1년이 지나면 신내림을 하게 되는데 이 굿을 다른 한편에서는 명두굿이라 부른다. 명두굿이라고 하는 것은 내림굿 의례에서 신령 몸체를 상징 하게 되는 놋쇠 명두를 걸어두고 말문을 트기 때문이다. 내림굿을 받은 사람은 신들림 행위와 공수를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결국 특수한 주술적 전문성을 갖게 되어 신비적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내림굿을 한 후, 한해가 지나면 이때에는 무당으로써 크게 솟아나기를 바라는 뜻으로 소슬굿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슬굿은 허주굿과 명두굿을 치룬 후 행해지는 이른바 “허주굿-명두굿-소슬굿”의 연관선상 마지막 단계에서 행해지는 내림굿의 완결의례이다.
참고문헌한국의 무속-서울ㆍ황해도편 (양종승, 국립민속박물관, 1999)
여탐 굿
정의혼사나 환갑이 있을 때 조상들에게 미리 알려 복을 받기 위하여 하는 굿. ‘혼인여탐굿’, ‘환갑여탐굿’, 예탐굿’이라고 부르며 지방에 따라서는 ‘혼사굿’, ‘환갑굿’이라고도 한다.
내용여탐굿은 소규모로 비손 형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정식으로 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양가가 정혼을 하고 약혼을 하게 되면 진행한다. 과거에는 조상 신주를 모신 사당에서 진행했으나 사당이 없는 경우에는 안방 윗목 벽 밑의 조상자리나 대청의 기둥 아래에 상을 차리고 진행한다.
조상 상에 조상 수대로 잔을 올리고 나물과 삼색실과, 주, 과, 포를 올린 후 당사자가 혼인을 하게 되었음을 아뢴 다음 결혼 후 잘살게 해 달라고 빈다. 환갑이라면 당사자가 환갑을 맞게 되었음을 아뢰고 무병장수하게 살게 해 달라고 빈다.
굿이 아닌 비손이라면 평복을 입은 무당이 진행한다.
과거에는 혼인을 하지 못하고 처녀로 죽은 왕신을 모신 집에서는 이 왕신을 달래느라고 혼인 전에 혼인여탐 굿을 하기도 했다. 굿은 일반적인 재수 굿 제차를 따르면서 조상거리에서 조상에게 따로 복을 비는 내용이 들어갔다.
성주거리에서는 왕신을 모실 때 각별하게 혼인을 앞둔 사람이 빌면서 혼인 후의 복을 기원했다.최근에는 여탐 굿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굿을 연행할 때 집에서 하기보다 굿 당에 나가서 하기 때문에 조상을 위하는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사당과 조상신주를 전혀 모시지 않아 조상 앞에 나가 혼인이나 환갑을 아뢰고 복을 기원하는 의식은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여탐굿을 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재수 굿의 절차와 동일하여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재수 굿이라는 이름 아래에 혼인이나 환갑을 앞둔 재가집의 복을 비는 형식으로 진행한다.사람이 평생 동안 겪는 다양한 일생의례는 무속과 긴밀한 관련성을 맺고 있다. 혼인과 환갑은 삶의 흐름에 큰 변화가 있는 일생의례로, 여탐굿을 거행함으로 인해 그때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었다.
혼인을 함으로써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고 환갑을 맞음으로써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믿는 한국인들은 여탐굿을 통해 삶의 재창조를 가져왔다. 그때까지 살아온 과거의 삶을 소멸시키고 새롭게 생을 출발시켰다.
참고문헌한국무속연구 (김태곤, 집문당,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