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462호]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창작과비평, 1998)
*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또한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 세상에 과연 그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과연 있을 수 있겠지만... 과연 이 세상에 그늘이 없는 사람이 있긴 있는 걸까?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사연 혹은 어떤 그늘을 이미 지닌 사람이 아닐까?...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말입니다. 시집 제목도 그러합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지만, 사람이니까 외로운 것은 아닐까?
필요충분조건과 필요조건, 그리고 충분조건이 늘 헷갈립니다. 나만 그런가요?
어떤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질문이 많아집니다. 나만 그런가요?
2015. 8. 24.
박제영 올림
첫댓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인이죠..